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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매장을 점거 중이던 이랜드 노조원들이 강제 해산당한 후 또다시 이랜드노조가 민주노총, 한총련 등과 함께 서울 뉴코아 강남점을 점거했다. 비정규직 문제가 이슈가 된 이번 이랜드사태는 오랜 노사 협상 끝에 사측이 ‘외주화 중단, 18개월 이상 비정규직 고용 보장, 계약 만료된 비정규직 70여 명에 대한 재계약’ 등 많은 양보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새로운 법의 허용치보다 훨씬 더 많은 이익을 얻어낸 이랜드노조가 왜 이렇게 무작정 강경 투쟁을 계속하고 있는 걸까. 노조 집행부가 권력화되고 이의 장악을 둘러싼 내부 경쟁이 심화되면서 한국 노동계는 강경 투쟁 만능주의가 휩쓸고 있다. 타협적 노조 지도부는 차기 선거에서 선명성을 앞세운 반대파의 공격에 무력화되기 쉽기 때문이다. 생산 현장에서 벗어나 있지만 급료를 받고, 사측의 임원들에게 대우를 받으며, 운이 좋으면 민노당을 통해 정치인으로의 진출도 가능한 노조위원장 등의 지위는 이미 봉사와 희생과는 거리가 먼 신분 상승의 발판이 되어버렸다. 또한 민주노총의 실적주의도 이랜드 파국의 책임을 결코 면할 수 없다. 민주노총은 산하 노조들의 투쟁이 격화되어 자신들이 개입할 여지가 생기는 것을 바라는 직업적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특히 최근 금속노조가 산별 노조 중심의 노사 교섭을 관철시키려다 산하 노조의 불참 등으로 실패하게 되자 더욱 이랜드사태에 집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규직 중심의 민주노총은 평소 비정규직에 대해 고통 분담을 거부하던 위선적 모습을 이번 기회에 희석시켜 보려는 속셈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환자의 생명을 담보로 한 세브란스병원의 파업도 장기화되고 있는데, 한국노총 산하 사업장인 이 병원에도 세력 확대를 꾀하는 민주노총이 개입해서 사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노사는 기업의 발전이라는 공동 이익을 추구하기 때문에 이해 갈등을 타협으로 풀어나가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는 것은 민주적 상식에 속한다. 이러한 상식에 도전하는 민주노총의 ‘투쟁업자’들은 정작 일반 조합원들이 노사 공멸의 파국에 처했을 때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다. 한편 노조의 불법 투쟁을 막아야 하는 책무는 일차적으로 정부에 있으며, 사법부의 역할도 적지 않다. 하지만 경찰은 초기 단계에서 불법 주동자들을 격리시키는 데 주저했으며, 그 결과 사태가 점점 더 커지게 되고 구속해야 할 숫자도 늘어나게 되었다. 법원의 영장 기각이 있자마자 불구속된 이랜드노조 간부 13인은 민주노총과 함께 기자회견을 개최하였고, 법원의 영장 기각이 ‘ 투쟁의 정당성’을 입증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재점거 계획을 예고했었다. 결국 이러한 민주노총의 계획에 따라 7월 29일 뉴코아 강남점이 재차 점거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이와 같이 불구속된 노조원들이 다시 불법행위를 저지르고 피해를 준다면 그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가? 영장이 기각된 사람들은 위법행위를 자발적으로 중지한 것도 아니었으며 공공연히 불법행위를 계속할 것을 밝히고 있는 이상 애초에 ‘불구속 수사’의 원칙을 견지한 사법부의 관용은 철저히 농락당하고 말았다. 인권 보장을 위한 법원의 판단이 자칫 위법행위에 대한 고무로 간주된다면 ‘머리띠 두르고 투쟁을 외치면 이익이 생긴다’는 민주화시대의 한국병의 치유는 난망해질 수밖에 없다. 이랜드 노조원들은 투쟁업자들인 노조 집행부와 민주노총의 ‘그들만의 이해관계’를 이제는 읽어내야 한다. 유통업체의 매출 중단은 일반 제조업보다 훨씬 더 치명적이라서 진짜 파국이 머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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