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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주제의 목적어와 서술어에는 동의하지만, 주어에는 반대합니다. 촛불은 횃불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촛불의 방향에 대한 고민이 좌파의 몫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으며, 게다가 좌파가 坐파가 되지 않기 위한 목적으로 해야할 일은 더더욱 아니라라고 봅니다. 슬프게도 배후 세력도 아니며, 앞으로도 좌파 스스로(혹은 빌미를 잡으려는 보수세력) 이외에는 아무도 나서주길 원하지 않는 자리에서 좌파는 佐파로 머무는 것이 최선 아니겠습니까. 촛불의 방향이 어디로 향할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지금까지만으로도 한가지는 확실히 증명되었다고 봅니다. 소위 활동가, 거리의 스페셜리스트로 자처했던 좌파보다 네티즌, 시민들의 조직력과 창의력이 훨씬 뛰어나다는 것입니다. 좌파가 그만한 사람 모아본 게 언제입니까. 좌파가 조중동에게 실제적인 위협을 준 적이 있습니까. 대중들의 아이디어가 모이고 쌓여서 발휘되는 집단지성이 내는 갖가지 아이디어들에 혀를 내두른적 없으십니까. 그렇기 때문인가요. 이글의 분위기에서 자격지심의 냄새가 물씬 풍깁니다. 굳이 주인공이 아닌자리에서 주인공으로 나서야하는 것을 의무쯤으로 여기는 것은 그 자리는 내 자리였고, 그 역할은 내가 맡은 배역이며, 해서 나는 내것을 빼앗겼고 몹시 초조다는 것을 증명해주기도 합니다. 이 글은 대중과 좌파 사이에 선을 긋습니다. 그리고 모든 개념들에 익숙한 것은 좌파요, 익숙하지 못하는 것은 대중이고, 원초적인 이기심에 움직이는 것은 대중이요, 그것을 자극해야하는 것은 대중이라는 식의 분위기를 물씬 풍깁니다. 그 분위기 형성을 대중들이 잘 모를만한 그래서 있어보일만한 외국학자들 이론을 살짝 첨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살짝 촛불방향을 생각해야할 주어를 바꾸어 놓습니다. 대중에서 좌파로요. 민중의 힘을 믿는 다면서도, 끝끝내 민중과 자신을 구분지으려하는, 그것이 마치 역사적 사명인양 행동하는 태도야 말로 좌파의 고질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거리는 처음부터 시민의 자리였습니다. 저는 좌파이지만 시민이고, 좌파이자 시민이며, 시민이기 때문에 좌파일 수 있습니다. 저는 좌파로서 할 수 있는 일은 佐해주고, 촛불의 방향성은 시민으로서 고민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구태여 촛불을 들고 고민하는데 제 여러 정체성 중 좌파라는 정체성까지 사용할 필요는 없어보입니다. 오히려 온갖 개념과 이론과 언어를 동원하여 자신들을 대중과 분리시키고, 이런 류의 일이 있을 때마다, 대중들을 가르치고 선도해야한다고 강한 의무감을 느끼는 좌파의 모습이야 말로, 대중들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좌파에 대한 인식을 안좋게 하는 큰 원인 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자신을 환멸하는 대중을 환멸하는 좌파가 조금씩 늘어가고, 결국 나중에는 대중과 다르다는 고립감 이외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어렵게 될 겁니다.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고 말겠죠. 일본 좌파의 몰락을 되새겨 볼때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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