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라보예 지젝, 쌍용차 분향소 방문

“투쟁을 멈추지 마십시오, 당신들이 우리의 희망입니다”

맑스와 헤겔, 라캉을 넘나드는 철학 세계로 ‘동유럽의 기적’이라 불리는 세계적인 석학 슬라보예 지젝(Slavoj zizek)이 대한문 쌍용차 분향소를 찾았다. 지젝은 27, 28일에 열린 인문학 콘서트 ‘지금, 여기’ 인문학‘의 강연회를 위해 방한했다.

지젝은 자신의 저서인 ‘점령하라’와 ‘매트릭스로 철학하기’ 등을 통해 자본주의적 현실에 대한 저항 운동을 독려해왔고 그에 이론적 기반을 제공해왔다. 작년 미국의 월가 점령시위에서는 연설자로 나서 “갈망하는 것을 갖게 되는 것을 두려워 말라”는 연설을 하기도 했다.

지젝은 분향소를 방문해 “자본주의는 많은 선택지를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 많은 선택지는 우리가 진짜로 선택해야 할 것들을 가리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과 권력에 대한 맹종이 진정한 행복을 가리고 있음을 지적하며 “진정한 행복이란 고통의 부재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진짜로 우리가 해야 할 일, 행복감을느끼는 일을 선택하는데서 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쌍용자동차 투쟁은 어리석은 행복(Foolish Happy)이겠지만, 진정한 행복과 삶의 길을 찾아가는 진정한 선택인 것”이라고 전했다.

지젝은 분향소 방명록에 “투쟁을 멈추지 마십시오, 당신들이 우리 모두의 ‘희망’입니다”라는문장을 남겼다.

지젝은 한국의 정치상황에 대한 조언도 건넸다. 지젝은 “유럽에서는 경제적 선택권이 주어지지 않는 투표를 거부하는 것이 곧 적극적인 정치참여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한국에서는 만약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고 노동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책을 제시하는 후보가 나타난다면 그에게 투표를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2009년 용산참사에 대해서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지젝은 “용산참사를 알고 있다”고 대답했다, 그는 “만약 정부가 잘못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실질적 책임자를 처벌하거나 전면적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라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었던 일선의 경관들을 처벌하는데서 그치고 말 것”이라고 전했다.

  투쟁을 멈추지 마십시오, 당신들이 우리 모두의 희망입니다 - 슬라보예 지젝

지젝은 2차례의 강연회와 진보신당 홍세화 대표와의 면담, 분향소 방문 등의 모든 공식일정을 마치고 30일 출국한다. 분향소 방문에서 통역은 민주노총의 국제부장 정혜원 씨가 담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