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애라,김희애 씨 이랜드 광고 중단해 주세요

[기고] 홈에버,뉴코아 광고 중단을 바라는 편지

장마비가 아직 끝나지 않은 여름입니다. 때때로 시원스레 쏟아지는 비를 보면서, 이 비가 억울하고 고통 받는 이들의 아픔을 모두 쓸어갔으면 하고 바래봅니다.

하루 여덟시간, 혹은 열시간 제자리에 멈춰 서서 화장실도 못가고 계산대를 지키고 있던 언니들. 허리아래 통증은 남의 일로 제쳐두고, 끊임없이 친절한 미소를 잃지 않아야 했던 노동자들. 성경에는 노조라는 게 없다며 노동자들에게 사탄의 짓거리를 한다고 질타하는 선량한 회사의 가르침에, 성경에는 비정규도 없었다고 울부짖는 비정규 노동자들. 그들의 아픔도 모두 쓸어내려 갈 수 있는 그런 비였으면 좋겠습니다.

아픈 새끼를 집에 두고 와서도 “고객님, 어서 오십시오”
“사만 팔천 사백 이십 원 나왔습니다. 적립카드 있으십니까?”
“비밀번호 눌러주시겠습니까?”“고객님, 봉투 필요하십니까?”
“고객님, 안녕히 가십시오. 고맙습니다”
컨베어 벨트를 타고 오는 부품처럼 밀려드는 손님들을 향해
하루 수천 번도 더 웃어야하는 그들도 꽃보다 아름다운다운가.
고객님의 부름이라면 득달같이 달려가지만
집에선 새끼도 서방도 만사가 귀찮기만 한 그들도 꽃보다 아름다운가.

-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뉴코아 이랜드 노동자들에게 보낸 글중 ‘사람은 꽃보다 아름다운가’ 중에서

그/녀들이 상암 홈에버와, 강남 뉴코아 매장을 점거하다가 경찰의 손에 끌려 나왔습니다. 두 매장의 점거날짜를 합치면 한 달이 넘는 동안 그/녀들은 세상과 단절된 채 하루하루를 견뎌야 했습니다. 그/녀들이 원하는 건, 오랫동안 일하던 직장을 잃고 싶지 않다는 소박한 꿈이었습니다. 가족들과 함께 오붓하게 살기를 원했습니다. 아무리 직장에서 힘들고 고된 일을 겪더라도 가족들과 함께 보낼 시간들을 생각하던 그저 평범한 그/녀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랜드 자본과 정부는 그/녀들의 꿈과 희망을 짓밟았습니다. 7월부터 시행되는 비정규직 법안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랜드 자본은 비정규직 법안의 충실한 하수인이 되어 ‘해고’ 라는 시퍼런 칼날을 그/녀들에게 들이밀었습니다. 그/녀들이 굴하지 않자 협박 문자를 날리고, 용역깡패를 부르고, 폭력을 휘두르며 그/녀들을 궁지에 몰아넣었습니다. 그래도 그/녀들은 들풀처럼 다시 일어났습니다. 밟아도 밟아도 꺾이지 않고 쓰러지더라도 다시 일어서는 들풀처럼 그/녀들은 싸웠습니다. 그리고 상암 홈에버와 강남 뉴코아 매장을 점거했었습니다.

그/녀들이 검거되기 얼마 전 가족 문화제가 있었습니다. 그/녀들이 점거해 있는 곳에 가족들이 찾아왔습니다. 그곳에는 어린 자녀에게 김밥만 먹여 눈물을 글썽거리는 엄마가 있었고, 나이 드신 노부모님 걱정에 안절부절 못하는 아들이 있었습니다. 너무나 눈물이 나고 목이 메어 가족들을 쳐다보기도 힘든 그/녀들이 뉴코아, 홈에버 매장을 점거하며 있었습니다.

그런 고통 중에서도 그/녀들이 점거한 매장을 떠날 수 없었던 이유는 무엇인지 아세요? 함께 한 동료들, 비정규직의 고통이 정규직의 고통으로 돌아온 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연대한 노동자들의 우애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한 달 160만 원, 한달 80만 원. 차별에 치이는 동일노동. 자본이 그어놓은 차별을 넘어 연대하겠다는 아름다운 고통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가족들의 눈물을 알면서도 외면할 수밖에 없었던 이들에게 동지애는 서로를 버틸 수 있었던 소중한 힘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그/녀들을 결국 끌어낸 것은 뉴코아 이랜드의 용역도 아니고, 하나님의 뜻을 실현한다던 박성수 회장도 아니었습니다. 맨몸의 그/녀들을 끄집어 낸 것은 그/녀들이 오랫동안 자신들의 보호하고 지켜 주리라 믿었던 경찰이었습니다. 경찰특공대를 동원한 삼엄한 경비 끝에 짐짝처럼 그/녀들을 버린 것은 그 경찰이었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상황을 보면서, 저는 신애라, 김희애 씨에게 간절한 마음을 보내야겠다고 마음먹게 되었습니다. 신애라, 김희애 씨는 뉴코아와 홈에버의 광고모델입니다. 경찰의 손에 의해 노동자들이 짐승처럼 울고 있던 점거된 매장의 곳곳에서 신애라 씨와 김희애 씨는 여전히 ‘뉴코아’와 ‘홈에버’의 물건을 소비하라고 웃고 있었습니다. 밝고 아름다운 두 분의 미소는 그 순간 너무나 아이러니 하게도 노동자들의 몸부림을 안타깝게 만들었습니다.



신애라, 김희애 씨 부탁드립니다. 나쁜 기업 이랜드 자본의 미소가 되지 말아주세요. 두 분이 가지고 있는 건강하고 따뜻한 삶을, 자신들의 폭력과 반인권을 포장하는 이랜드 자본의 이미지로 버리지 마세요. 신애라 씨가 아프리카 오지에서, 부모를 잃은 아이들의 어머니가 되어 보여주었던 아름답던 선행을 뉴코아의 노동인권 침해와 인권유린의 현장을 감추는 포장지로 만들지 말아주세요. 김희애 씨가 가진 성실하고 믿음직한 그 모습이 헌금 130억 원을 내면서도 월급 80만 원짜리 노동자들 수천 명을 해고하는 악랄한 자본에게 팔지 말아주세요.

그/녀들의 싸움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경찰은 모든 매장의 셔터를 단도리하면서 노동자들의 접근을 막고 있습니다. 너무 평범했던 그/녀들이 투사가 되라고 내 몰고 있습니다. 비정규직을 되물림해주지 않기 위해 싸우고 있는 그/녀들을, 사람답게 일하고 싶다고 외치는 그/녀들을 생각해 주십시오. 뉴코아, 홈에버 노동자들의 싸움은 단순히 그/녀들만의 싸움이 아니라 이 땅 모든 비정규직의 싸움이라고 생각합니다. 신애라, 김희애 씨가 사회를 위해 베풀었던 아름다운 마음을 이제 이 사회를 바꾸기 위해 싸우고 있는 그/녀들에게 한번만 열어 주시길 당부하며 글을 마칩니다.
덧붙이는 말

안은정 님은 행동연대 활동가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