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서 막자’ 민주노총 사회적 대화 참여…6년 만의 결정에 내부 논란

민주노총이 정부가 제안한 ‘메가특구 특별법’ 노동특례 관련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기로 했다. 민주노총이 노사정 사회적 대화에 나서는 것은 2020년 코로나19 위기 대응을 위한 노사정 대화 이후 6년 만이다. 노동특례를 저지하려면 협상 테이블에서 직접 반대해야 한다는 판단이 참여 결정으로 이어졌지만,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규제 완화 논의에 민주노총이 참여하는 것 자체를 우려하는 내부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민주노총은 17일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메가특구 특별법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 참여 여부를 논의한 끝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민주노총은 그동안 특별법에서 노동특례를 제외하고 노동규제 완화를 전제로 하지 않은 상태에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러나 정부가 고소득 반도체 연구개발 노동자의 주 52시간제 적용 제외와 기간제 사용기간 연장 등을 주요 의제로 제시하면서, 대화에 들어가 노동특례에 반대하는 입장을 직접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정부가 사회적 대화에 올리겠다고 밝힌 핵심 쟁점은 메가특구에서 고소득·연구개발 노동자에게 근로시간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 이른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과 기간제 노동자의 사용기간을 현행 2년보다 늘리는 방안 등이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15일 노동특례를 둘러싼 노사 간 의견 차이를 사회적 대화에서 다루자며 별도의 원포인트 협의를 제안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번 참여가 노동특례 수용을 위한 협상이 아니라 이를 저지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양 위원장은 “노동 특례나 노동권이 후퇴되는 것을 저지해야 하기 위해, 민주노총이 반대 입장을 명확히 표명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52시간 예외나 화이트컬러 이그젬션 추진을 막고 4.5일제를 추진하라고 주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간제·파견 규제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도 메가특구 내 비정규직 사용사유를 제한하고, 기업에 제공되는 세제 혜택 등으로 발생한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방안을 요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출처: 청와대

그러나 6년 만의 사회적 대화 참여를 두고 민주노총 내부의 시선이 모두 같은 것은 아니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이미 노동특례를 주요 의제로 제시한 상황에서 민주노총이 대화에 참여하면 노동규제 완화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 노동계가 참여했다는 명분을 정부에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화에 들어가더라도 주 52시간제 예외나 기간제 확대 등 정부·경영계가 요구하는 사안을 막아낼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의견도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17일 중앙집행위원회에 앞서 일부 산별 조직이 사회적 교섭에 대한 반대 입장을 공개적으로 나타내기도 했다.

이 같은 내부 경계에는 민주노총의 과거 사회적 대화 경험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민주노총은 1999년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전신인 노사정위원회를 탈퇴한 뒤 상설 노사정 기구에 복귀하지 않았다. 2020년에는 코로나19 위기 대응을 위해 경사노위 밖에서 열린 노사정 대표자회의에 참여했지만, 마련된 합의안이 민주노총 내부 동의를 얻지 못하면서 최종 협약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당시 김명환 위원장이 사퇴하는 등 사회적 대화 참여 문제를 둘러싼 내부 갈등도 컸다.

이번 원포인트 대화 참여와 민주노총의 상설 사회적 교섭기구 참여 문제는 별개로 남아 있다. 민주노총은 지난 7월 중앙집행위원회에서 현행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는 참여하지 않되, 경사노위의 명칭과 의결 구조를 바꾸고 산별노조가 직접 참여하는 새로운 사회적 교섭기구를 요구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업종별 현안을 다룰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산별교섭과 초기업교섭으로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17일 중앙집행위원회에서도 이 문제를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노동부가 제시한 사회적 교섭 방안이 충분하지 않다는 의견이 다수 제기됐고, 사회적 교섭기구 참여 여부는 민주노총 최고 의결기구인 대의원대회에서 결정하기로 했다. 양 위원장은 이를 위해 10월 초 대의원대회를 소집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앞서 정부의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 제안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참여가 노동특례에 동의한다는 의미는 아니라며 노동조건뿐 아니라 양질의 일자리와 주거·교육 등 메가특구 전반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이에 따라 양대 노총과 경영계가 참여하는 메가특구 사회적 대화가 시작될 조건은 갖춰졌다.

민주노총으로서는 이번 대화에서 노동특례 저지라는 참여 목적을 실제 협의 과정에서 어떻게 관철할지가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동시에 원포인트 대화 참여가 상설 사회적 교섭으로 이어져야 하는지를 둘러싼 내부 논쟁도 10월 대의원대회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덧붙이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