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의 눈> 행복은 출산률이 아니잖아요.

"사랑하라. 한번도 연애 안한 것처럼, 결혼하라. 앞으로 이혼하지 않을 것처럼, 아이를 낳아라. 이왕이면 많이 낳아라...그래야 오래 살게 될 것이다. 그러나 국가에게 손을 내밀진 말지어다."

간혹 아니, 매번. 나의 생애주기를 모르는 사람들이 흔히 던지는 질문이 있다.
"아이가 몇이세요?" 혹은 "아이가 몇 학년이지요?"
"왜 제가 아이가 있다고 생각하세요?" "어? 왜 아직 결혼 안 하셨어요?"

물론 나의 나이 지긋한 얼굴로 보아, 추측하며 묻는 우리 사회의 인사치레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우리의 사회적 담론은 결혼-출산으로 이어지는 릴레이며, 그 소속이 불분명한 나는 여전히 이방인이 되곤 한다.

허나 결혼한 상태일지라도 아이를 안 가지거나 아이가 안 생겨서 없거나, 결혼상태가 아닌 비혼의 경우에도 출산의 문제는 다각도로 나타날 수 있건만 여전히 ꡒ왜?ꡓ로 시작되는게 지금의 현실이다.

개인적으로 출산과 양육의 책임을 지고 있지는 않지만 최근 ꡐ저출산과 고령화사회ꡑ에 대한 높으신 분들의 탁상행정과 정통적 가족주의를 버리지 않는 사회적 인식을 바라보며 씁쓸함을 떨칠 수 없다.

어찌나 관심들이 많은지 처음 보는 사람에게조차 몇 명의 아이를 출산했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사회치고는 출산과 양육에 대한 기본 권리보다는 의무를 강요하는 현실을 볼 때, 참 불편하고 부당한 사회임에 틀림없다.

그 불편하고 부당한 사회에서 지금 여성들에게 그냥 낳으란다. 그냥 낳으라는 것의 근거는 지금 현재 출산률이 1.16%이고 그 아이들로는 국가경쟁력을 키울 수 없기 때문에 이제 그만 여성들의 개인주의적 사고를 버리고 여권신장을 그만 외치고 국가와 사회를 위해 출산의 대열에 힘차게 나설 것을 은근히 협박하고 있다. 그래서 나온 정책이 2-3-4 출산장려 운동이고, 보건복지부 미팅알선이고, 하나도 아니고 둘도 아니고 셋 낳으면 돈 얼마 지원해준다는 한심하고 한치 앞을 못 내다보는 정책들뿐이다.

가장 기본적인 문제인식의 출발은 여성들이 아이를 안 낳아 사회가 위기에 빠진 것이 아니라 다양한 가족기능의 변화를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최근에 프레시안에 실린 기사를 보니 국가 간 비교에서 출산률을 살펴보니 노동시간과 가사분담에서 성평등의 수준이 아예 높거나 아예 낮은 나라들에서는 출산률이 비교적 높지만, 이도 저도 아닌 어중간한 나라들(한국포함)에서는 출산률이 낮고 이러한 나라들 대부분이 부계혈통 중심의 보수적 가족문화전통이 남아있는 유교문화권이나 카톨릭 문화권에 속하는 나라들이라고 한다.

이제 여성들에게 국가적 운명을 책임져야 할 출산에 대한 여성 개인의 의무를 강요하기보다는 내가 사회의 구성원으로 기존의 보수적 가족의 테두리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가족의 형태 속에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법과 제도, 그리고 사회적 환경을 마련할 때 우리사회가 변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구나 선택할 권리가 있고 행복할 권리가 있다. 이런 당연한 권리를 이제 그만 남성중심적 사회논리로 포장하지 말기를.... ‘행복은 출산률이 아니잖아요!’

이기원 / 수원여성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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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 여성 , 다산인권 , 인권의눈 , 출산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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