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탄압과 감시로 연명하는 기업- 노동탄압 편

<기획기사> 가문의 영광, 민중의 위기 - 우리가 삼성과 싸워야 하는 이유 ③



삼성은 50년대 후반이후 재계 1위 자리를 내 준 적이 없다. 한때 현대와 다툼을 벌인 적도 있지만, 삼성이 정상 그룹의 위치를 벗어난 일은 거의 없다. 故이병철이 전경련의 전신인 한국경제인협회를 맡아 회장을 맡으면서부터는 조직적 및 개별적으로 정부 정책에 간여하면서 그 영향력을 극대화 시켜나갔다.

삼성은 경제력의 슈퍼파워가 되면서, 기업 경영면에서도 남다른 모습을 보였다. 공채제도를 도입하면서 자본주의적 경영합리화에 앞장서고, 93년 소위 ‘신경영’ 제창 이후부터는 한국기업들의 경영혁신 운동을 주도하는 인상을 주었다.

그러나 87년 사회민주화를 거치면서 여타 다른 기업에서 노동조합이 활성화, 민주화되는 것에 비해, 삼성은 여전히 구시대적 무노조 경영을 고수하면서 노사관계의 권위적 지배를 버리지 않았다. 반면 인금인상이나 노사협의회 활성화 같은 ‘당근’을 뿌리고, 한편으로는 노동법 독소조항을 악용, 행정부서와 결탁, 물리적 탄압이나 위협과 같은 노동탄압의 ‘채찍’을 휘둘렀다.

잘 알려진 대로 삼성의 무노조 정책은 故이병철이 ‘내 눈에 흙이 들어갈 때까지는 노조는 안된다’는 신념에 의해, 이건희에게 그대로 전달되어 87년 노조설립 시도에 대한 그룹비서실 차원의 노조탄압으로 총력 저지되었다.

삼성의 막강한 정보력은 대외정보 수집뿐만 아니라 대내정보 수집에도 영향을 발휘해서, 노동자들의 분할통치체제를 발달시키게 되었다. 삼성은 기숙사 방을 불시 수색한다든가. 노조 설립 바람이 불때는 노동자들이 몇 명이 따로 만나는 것도 캐묻고 따지는 철저한 감시체계를 작동시켰다. 그리고 노조저지와 같은 인력관리를 관리능력의 핵심으로 강조하는 경영방침을 구조적으로 고착화 시켰다.

다른 한편으로는 중간관리 층 이상에 대해서는 그들간의 치열한 경쟁을 부추기면서 동시에 거듭되는 교육과 열려진 승진 가능성을 통해, 적어도 의식상에서는 그들과 회사를 일체화시켜나갔다. 물론 물리적, 법적 조치가 노동 탄압에 가장 큰 역할을 하게 되는데, 일례로 노조 설립을 주도한 노동자가 소수일 때는 이들을 면담하면서 사무실에 불러내, 현장에서 격리시키고, 2단계로 다른 지역으로 끌고 가 억류, 회유, 협박의 수단을 이용, 3단계로는 해고 구속시키는 조치를 취했다.

반면 다수의 노동자가 노조를 결성코자 할 때는 구사대를 투입하거나 노동법 조항을 악용, 유령노조(서류상 노조)를 만들어 민주노조 설립을 차단하는 식의 방법을 이용했다.

87년 노조 없는 삼성에 첫 봉화를 올린 곳은 삼성 중공업이었다. 창원에 있는 2공장에서 쏘아 올린 화살은 즉시 노조를 만들기 위한 노동자들에 대한 부서 이동과 지방으로 납치, 회유하는 탄압에 직면하게 되었다. 하지만 8백여 노동자들은 ‘민주노조 결성방해 중지’ , ‘임금인상 20%인상’ , ‘인사고과제 폐지’ 등을 내걸고 운동장에서 파업 농성을 시작했다. 이때 노동자들이 노조 설립서류를 준비해 돌아오는 도중 7-8명의 젊은 남자들에게 서류를 탈취당하는 일도 벌어졌지만, 4백 50여명 노동자들은 농성장에서 노조 설립식을 가지면서 민주노조의 씨앗이 삼성에 뿌려졌음을 선포했다.

그러나 민주노조의 생명은 짧았다. 3백명의 구사대를 동원한 테러와 노조설립신고서 반려 등 삼성측의 교묘한 방해공작에 의해 민주노조의 꿈은 좌절되었다.

하지만 이런 창원 공장의 꿈은 거제 조선으로 건너가, 88년 거제조선소 노동자들의 전면 파업을 이끌게 된다. 거제에서도 창원과 같은 전경과 구사대의 폭력, 유령노조 공작이 난무했다. 결국 변전실을 마지막 보루로 삼아 싸우던 노동자들에 대한 무자비한 테러와 폭력이 다시금 노조의 꿈을 좌절하게 된다. 하지만 삼성중공업 노동자들은 노동협의회를 구성, 지금도 싸우고 있다. 단체행동권과 노동운동 관련 해고노동자에 대한 복직까지 이뤄내고 있다.

삼성중공업 노동협의회는 비노조라는 한계를 뚫고 민주노조의 깃발을 통해, 삼성내 민주노조 운동의 여러 가지 과제를 떠 안고 있다. 삼성은 삼성중공업 노동탄압 과정에 나타난 노동자 감시와 탄압의 수법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의 교묘하고 저열한 정체는 노동자들의 힘에 의해 곧 무너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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