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새만금 갯벌은 살아야 한다”

연안어민들의 1인시위, 아직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경기도 화성과 안산시에 걸쳐 조성된 시화호 간척사업은 한국의 간척사업신화에 일대 전기를 마련했다. 그간 농지를 확보하고 국토를 넓히는 일로 칭송받던 갯벌매립사업의 가치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한 것이다.

94년 1월 약 12km에 달하는 방조제의 마지막 물막이 공사를 끝낸 시화호는 급격하게 썩어갔고, 애초 담수호를 조성하여 농·공업용수로 사용하고자 했던 계획은 결국 포기됐다. 2년이 지난 96년 6월 시화호의 썩은 물은 여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바다로 내 보내졌다. 해수유통을 하고 있긴 하지만, 방조제로 인해 약해진 물살은 시화호의 오염을 해결하기엔 여전히 역부족이다.

시화호의 실패는 새만금간척사업에도 영향을 끼쳤고, 99년 5월 새만금의 담수호 조성시 수질문제가 논란이 되어 공사가 중단되기도 했다. 하지만 2001년 5월 정부는 공사재개를 발표했다. 이로 인해 새만금간척사업을 반대하는 대대적인 운동이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전개됐다.

서울과 전라북도을 오가며 무수히 많은 집회들이 열렸고, 토론회가 열렸으며, 2003년 삼보일배까지, 5년이 넘는 시간동안 새만금 반대운동에 수많은 사람과 단체들이 이름을 걸고 싸움에 나섰다. 그러나 여전히 공사는 계속되고 있고, 2003년 강행된 4공구(새만금방조제 군산방향 공사구간)의 물막이 공사는 어민들의 생계를 압박하고 있다.

33km의 방조제 중 2.7km가 남겨진 새만금방조제공사는 12월에 예정된 새만금항소심의 결과에 관계없이 진행한다는 것이 농림부와 전라북도 등 개발세력들의 계획이다. 간척지의 활용방안 조차 완전한 합의안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에서 일단 방조제부터 막아놓고 보자는 생각인 것이다. 한번 막은 방조제는 다시 허물지 않는다는 개발주의로 당장 무수한 생명이 죽어야 하고, 사람들이 소중한 삶의 터전을 빼앗긴다는 사실을 그들은 외면한다.

방조제 공사를 완료하기 앞서 연안의 어선을 방조제 바깥으로 옮기라는 공문이 주민들에게 전달되었다고 한다. 공유수면매립법에 의해 방조제 안쪽에서는 어로행위가 금지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백합과 동죽 등 조개류 역시 2.7km의 마지막 남은 물길이 막힐 경우 패사할 우려가 있어 맨손어업으로 조개를 채취하여 생계를 유지하는 어민들의 생존권도 위협받고 있다.

위기에 직면한 어민들은 지난 10월 24일부터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다. 이들은 현재 남겨진 2.7km의 물길을 막지 말 것과 2003년 6월 물막이 공사가 끝난 4공구의 물길을 다시 터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새벽 부안터미널에서 서울행 첫차를 타고 와서 저녁 5시까지 청와대 앞에서 1인시위를 진행한 후 다시 고속버스를 타고 부안으로 돌아가는 방식으로 1인시위가 진행되고 있다. 매일 새로운 주민이 1인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주민들의 1인시위로 새만금 갯벌을 살리고자 하는 목소리가 다시 울리고 있다. 매주 토요일 서울의 대학로에서는 도롱뇽의 친구들과 새만금 갯벌지킴이 등이 중심이 되어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오는 26일 새만금 갯벌을 살리기 위한 난장과 문화제를 계획하고 이를 통해 움츠러들었던 새만금간척사업 반대운동의 기운을 모아내길 기대하고 있다.

또 17일에는 부안군 계화면 갯벌배움터 ‘그레’에서 시화호 주민들과 계화도 주민들과의 간담회가 개최되며, 18일 2시부터 서울 조계사 교육관에서는 새만금갯벌생명평화연대의 주최로 새만금 갯벌을 살리기 위한 긴급대화만당이 진행될 예정이다.

새만금 갯벌은 아직 숨쉬고 있다. 2.7km의 숨길을 막지 말라는 어민들의 절규에 사람들이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바다와 갯벌의 수많은 생명들의 공동묘지와 죽음에 문턱앞에서 위기를 극복하고 생명의 잔치를 다시 시작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주민들의 호소에 연대하고 “새만금 갯벌은 살아야 한다”고 다시금 크게 외치는 것이 죽음이 아닌 생명을 선택하는 길이다. (상용 환경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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