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의 눈> 12월1일은 세계평화수감자의 날

12월 1일은 인권과 관련하여 여러모로 의미 깊은 날이다. 반민주 반인권의 상징인 국가보안법이 제정된 날이며, 유엔이 지정한 세계 에이즈의 날이기도 하다. 그리고 아직은 우리에게 생소하지만 이 날은 전 세계 ‘평화수감자의 날(Prisoners for Peace Day)’이기도 하다.

평화수감자의 날은 국제적인 반전운동그룹인 전쟁저항자인터내셔널(War Resisters'
International, WRI)에 의해 1956년 12월 1일 처음 시작되었다. 이 날 WRI가 집계한 전 세계 평화수감자들의 명단이 발표되고 매년 한 국가나 지역 혹은 평화이슈를 선정해서 관련 현안을 알리고 있다. 전쟁을 야기하는 폭력에 맞서 행동하다 수감된 사람이면 누구라도 명단에 포함되며 여기에는 어떠한 종류의 폭력도 공공연히 지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이 명단을 채우고 있는 수감자들 대부분은 주로 평·전시 병역거부자들이며 전쟁에 반대하는 직접행동으로 체포된 사람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최근 몇 년간 평화수감자의 날의 초점이 되었던 지역과 현안들을 살펴보면 2002년에는 코카서스와 중앙아시아, 2001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자치지구, 2000년 평화수감자 지원네트워크, 1999년 전시 저항, 1998년 인도네시아·동티모르·서파푸아 등이 있다.

특히 지난 2003년에는 한국의 상황이 선정되어 국내 병역거부 현황, 한반도 평화 관련 이슈 등이 소개되기도 했다. 이후 WRI의 평화수감자 명단의 수는 급격하게 증가하게 된다. 전체 수감자 수의 절반 이상을 한국이 차지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병역거부 문제가 사회적으로 부각된 지 6년이 지난 지금에도 매년 천여명에 달하는 국내 병역거부 수감자들이 양산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평화수감자 명단도 이들의 이름을 일일이 거명하지 못하고 전체 인원과 개괄적인 상황 설명만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세상이 정해놓은 법을 어기고 감옥에 갇힌 것은 그들이 택한 삶이다. 그들은 비록 감옥에 갇혔어도 자신의 신념과 양심을 지킬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누구에게도 해가 되지 않겠다는 그들을 범법자 취급하고 있는 이 사회의 책임은 또 다른 문제이다.
그렇기 때문에 신념과 자신의 양심에 따라 총을 들 수 없는 이들과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이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실현시켜내는 것이 우리의 몫일 것이다.

21세기에도 여전히 총알과 미사일이 난무하는 이 야만의 시기에 평화에 대한 병역거부자들의 신념은 어떠한 이유도 반박할 수 없는 소중한 가치로 존중받아야 마땅하기 때문이다. 전쟁을 야기하는 폭력에 평화적 신념으로 맞서고 있는 이들을 위한 평화수감자의 날의 의미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한편으로 평화수감자의 날은 우리에게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사회가 예전보다 민주화되었다고는 하나 상황은 그 반대이다. 신자유주의의 지구적 폭력이 휩쓸고 있는 자리에 사회적 폭력은 심화되고 있고, 이에 대한 평화적 삶의 권리와 생존권 요구를 억누르는 유일한 수단으로 국가 폭력이 과거 여느 때보다 노골적으로 자행되고 있다.

폭력은 단순히 물리적 수단으로 이해될 수 없으며 이미 사회적 재생산의 내재적 조건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요즘이다. 국가가 소위 합법/불법 폭력의 기준을 선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심지어 그 자리에‘인권’이 함부로 남용되고 있는 지금, 폭력에 저항하는 우리의 상상력이 위축되지 않고 스스로의 권리 구성으로 발휘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 지를 평화의 권리로 저항한 이들을 통해 새삼 돌아볼 필요가 있겠다.

정용욱 / 평화인권연대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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