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세칼럼] 당신은 혼자서 비행기를 탈 수 없습니다. 왜냐구요?

소연의 '세상에서 가장 나쁜 별, 차별' 네번째 이야기


 “당신은 혼자서 비행기를 탈 수 없습니다.”
 “왜냐구요?”
 “당신은 장애인이니까요.”

 지난 8월 실제로 있었던 일입니다. 뇌병변 장애 3급인 A씨가 자식들에게 손수 만든 음식을 전달하기위해 울산에서 서울발 대한항공을 이용하려고 할 때 생긴 일입니다. 대한항공 직원은 “A씨 장애등급으로는 동승 없이는 탑승이 안 된다”며 A씨의 탑승을 거부하였습니다. 결국 A씨는 동승자가 없다는 이유로 대한항공은 이용하지 못하고 2시간 이상을 기다린 후 아시아나항공을 타고 서울 자식 집으로 올라왔습니다. A씨는 뇌경색으로 쓰러져 뇌병변 장애 3급 판정을 받았는데, 걷는 데 조금 불편함을 느낄 뿐 혼자서 일상생활을 하는데 아무런 지장 없이 활동하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같이 타는 사람이 없다고 해서 비행기를 이용할 수 없게 된 것입니다. A씨가 그날 하루 겪은 일은 장애판정을 받은 그 순간부터 사회가 바라보는 편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 것입니다. A씨는 다른 항공사를 이용하기까지 사람들이 자기에게 보여준 그 모든 행동들에 심한 모멸감을 느꼈다고 하였습니다.  

 대한항공 측의 ‘장애인은 꼭 보호자와 탑승해야 한다’는 이런 친절한? 배려에는 사람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섬세한 접근이라기보다는 장애인을 통처서 한 집단으로만 보고 ‘장애인은 도움을 받아야한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라고 생각하는 데서 그 문제가 시작됩니다. 또 한 가지는 장애인 할인을 받는다는 이유로 까다롭게 장애인임을 증명해야하는 행정절차에 문제가 있습니다. A씨가 장애인 할인이 아닌 일반 항공 운임료를 내고 탔다면 이런 일이 벌어졌을 리가 없습니다. 그 할인된 반값을 A씨는 심한 모멸감과 수치심으로 대신한 것입니다. 장애인 할인은 장애인이 접근할 수 없는 사회 환경에 대한 ‘사회책임’으로서 실시하는 것이지 장애인에게 선심 쓰는 것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장애인은 개인적으로 할인에 대한 대가를 치루고 있습니다.  

 장애인단체에서 일하면서 장애를 가진 지인들에게 들었던 차별의 대부분은 일상생활에 있어서 지속적으로 느끼는 모멸감과 수치심입니다. 치과 진료를 받으려고 들어갔더니 목발을 현관에 두고 오라고 하든지, 설문조사하러 들어갔더니 대뜸 1,000원짜리 주면서 시간 없다고 한다든지, 레스토랑에서 포크를 달라고 했더니 가져다주면서 뒤통수에 대고 재수 없다고 욕을 한다든지, 면접 시에 휠체어에서 일어나 걸어보라고 한다든지, 속도를 못 낸다고 다른 사람들에게 민원이 들어왔다고 수영장 등록을 못하게 한다든지.... 폭력 등과 같은 최악의 상황이 아니더라도 일상생활 곳곳에서 아무리 생각해봐도 장애를 가지고 있는 거 말고는 도저히 이런 모멸감을 받을 이유가 없다는 말을 합니다.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모멸감을 개개인이 그냥 한번 꾹 참는 정도로 끝나고 해결될 수 있다면 ‘차별’이라는 이름으로 구지 부르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모멸감이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 집단적으로, 특별히 그 이유로 더 많이 집중된다면 그것은 명백히 차별입니다. 그래서 또한 사회적으로 이 문제에 대한 인식을 갖고 해결해 나가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 5년 전부터 장애계에서는 장애인차별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이 차별을 끊어내기 위해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차별감수성과 인권감수성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사회의 ‘공동체적 가치’ 지향과 ‘함께 사는 세상’을 향한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자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 법은 일상에서 장애인이 느끼는 차별이 무엇인지 알리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차별이 무엇인지 알리는 것은 그 차별을 했을 때 처벌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서로 존중할 수 있는 기본적인 정보를 주자는 것입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되었다고 해서 이 법만으로 장애인 차별을 규제하는 사회는 너무 건조하고 재미없습니다. 법을 뛰어넘어 서로 존중하는 사회를 만들려는 노력은 우리 모두의 몫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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