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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생지로 되돌아간 제5차 세계사회포럼

원영수 | 노동자의 힘 편집위원장

제5차 세계사회포럼이 1월 26∼31일 포럼의 탄생지인 브라질 남부도시 포르투 알레그레에서 열렸다.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와 제국주의 전쟁에 반대하는 전세계 노동·민중·사회운동의 결집·수렴의 공간으로서 세계사회포럼의 정치적·운동적 의미를 다시 한번 확인하였다. 작년 부시의 재집권 성공으로, 국제적 정세와 역관계가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열린 이번 포럼은 반전·반세계화, 반제국주의·반자본주의운동 진영에 있어 또 한번의 시험대였다.

현시점에서, 포럼운동의 다양성과 포괄성, 열린 공간이자 과정으로서의 성격 때문에, 단일한 결론과 평가를 내리기는 쉬운 일은 아니지만, 정세의 불확실성과 결합된 주체적 요인의 불확실성 때문에, 절반의 성공과 절반의 한계로 요약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문제는 포럼 그 자체라기보다는 포럼이 내부의 다양한 이견과 논쟁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수준의 현실투쟁, 특히 계급투쟁과의 연관 속에서 새로운 동력을 창출할 수 있느냐의 여부이며, 궁극적인 평가는 2005년의 현실투쟁 속에서 확인될 것이다.

특징적 양상 - 정치적 불확실성 속에서

탄생지로 다시 돌아온 이번 사회포럼의 특징은 역설적으로 과거의 1-4차포럼에 비해 특별히 부각되는 별다른 쟁점이나 특징이 없었다는 점이다. 이는 특히 작년 미국대선의 여파로 전세계 운동진영이 입은 타격에서 비롯된 국제정세의 불확실성, 그리고 2004년 국제반전운동과 반세계화운동의 교착상태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사회포럼은 브라질에서 다시 열렸고, 다시 한번 전세계의 운동과 활동가들이 다시 한번 결집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했다.

먼저, 크게 봐서 불확실한 정세 속에서도 사회포럼은 규모와 외형에서 성장했다. 이는 참가자의 숫자나 행사의 규모(박스 참조)에서도 확인된다. 물론, 주로 브라질의 참여가 늘어난 것이 주된 요인으로 추정되지만, 어쨌든 외형상 사회포럼은 운동의 어려운 조건과 무관하게, 또 제도화·상업화·행사화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내적 역동성을 보여주고 있다.

다음으로, 사회포럼의 국제위원회와 브라질 조직위원회를 중심으로 토론과 논쟁의 백화점 수준을 넘어 보다 전략적 집중성을 담보하기 위한 기술적·조직적 장치들이 마련되었다. 이는 과거 조직위 주도 하에 이른바 NGO 마피아와 지식인 등 저명인사 중심의 행사가 사라지고, 참가자들의 자발적·자율적 판단과 참여·주도에 따른 행사로 바뀐 데서 확인된다.

그러나 효율성 제고를 위한 이런 기술적 노력이 얼마나 성과를 거두었는지는 미완의 평가로 남을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새로운 수평적 행사진행에 만족하는 참여자들의 판단과 여전히 과거의 문제점이 해결된 것은 아니라는 비판적 입장이 공존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양한 행사를 주제와 문제의식에 따라 결합시키려는 노력이 참가자들 간의 소통과 네트워킹을 가능하게 한 것은 사실이지만, 2500건의 행사 가운데 적지 않은 행사가 펑크났다는 사실은 이번의 효율화 노력이 첫 번째 시도로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음을 드러낸다.

더불어, 포럼의 상업화·제도화 등에 대한 비판을 의식하여, 기존의 포럼개최지인 카톨릭대학(PUC)를 벗어나, 과이바 강변의 4km에 걸친 텐트촌을 구성하고, 환경친화적 연대경제를 활용하려는 노력이 이루어진 것은 유의미한 노력이었다. 그러나 부실한 통역과 통신 등은 효율적인 의사소통과 의견교환을 어렵게 만들었다. 따라서 전체적으로 포럼의 전영역에서 열린 공간으로서의 한계를 넘어 효율성 제고를 위한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혼란스러운 조직운영은 포럼의 주요한 특징으로 남았다.

격동하는 브라질과 남미정세 - 룰라와 차베스

2002년 10월 룰라의 대선 승리 여파 속에서 진행되었던 지난번 사회포럼과는 달리, 룰라정권에 대한 비판적 분위기가 강화되었던 것이 이번 사회포럼을 둘러싼 정치사회적 분위기의 주요한 특징이었다.

지간티노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포럼의 개막식에 초청된 룰라 대통령은 "기아에 반대하는 전지구적 행동"을 제안했다. 그러나 체육관 안팎에서 룰라에 대한 야유와 비판이 이어졌다. 체육관 외부에서는 좌파노총(CUT) 안팎의 비판세력의 연합인 전국투쟁위원회(CONLUTAS, 콘투라스) 주최로 2003년말 노동자당(PT)에서 축출당한 사회주의와 자유당(P-SOL)과 외부의 좌파세력인 통합사회주의노동자당(PSTU) 등 좌파세력의 항의집회가 열렸다. 그리고 안에서도 룰라에 비판적인 그룹들이 룰라의 연설에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이와 같은 비판적 분위기는 2003년에는 상상하기 힘든 것이었다. 그리고 이런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연출된 것은 룰라 정권에 대한 대중들의 높은 기대가 지난 2년간 적지 않게 실망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유일하게 내세울 수 있는 빈곤구제 프로그램(포미 제로운동)도 신통치 않고, 토지분배 등 전반적 개혁의 성과는 미미한 가운데, 전체적으로 IMF와의 협조 속에서 신자유주의적 개혁정책들, 대표적으로 이미 집행된 연금개악, 현재 논의중인 노동조합법 개악, 대학개혁안 등은 PT 안팎의 좌파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특히 룰라는 자신에게 야유하는 일부 청중을 "집나간 자식들"로 규정하며 언젠가 집으로 돌아올 때 너그럽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발언했다가, 노벨상 수상자 주제 사라마고에게 "가부장제적 발언"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같은 장소에서 열린 폐막식에는 베네수엘라 차베스 대통령이 주연사로 초대를 받아 참석자들의 열광적인 환호를 받았다. 바로 전에 연사로 나섰던 룰라정권의 실세들이 청중들로부터 심한 야유를 받았던 것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었다. 특히, 노총(CUT) 위원장의 경우 청중들의 분노에 찬 야유 속에 연설을 계속할 수 없을 정도였다.

포르투 알레그레와 다보스의 가교 대 미주 볼리바르대안(ALBA)

이와 같은 외형적 차이 외에서, 룰라와 차베스가 제시하는 정치적 내용상의 차이도 상당히 컸다. 룰라는 개혁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추상적 언사로 현안쟁점을 회피한 채 "기아와 빈곤에 맞선 국제행동"을 후원했던 반면, 차베스는 강력한 반미·반제국주의적 관점에서, 미주자유무역협정(FTAA/ALCA)에 맞선 대항블록으로서 미주 볼리바르대안(ALBA)을 제시하였다.

특히 폐막식 연설에서 차베스는 독특한 스타일의 장광설을 통해 "제국주의는 무적이 아니다.", "자본주의의 틀 안에서는 빈곤을 해결할 수 없다.", "진정한 사회주의의 건설을 통해 자본주의를 극복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더불어, 사회포럼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행사"이며, 2006년 미주사회포럼을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서 개최하겠다고 밝혀 청중의 환호를 받았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지의 이그나시오 라모네가 그를 새로운 유형의 지도자라고 칭찬한 것에 대해, 자신은 예수, 시몬 볼리바르, 체 게바라, 피델 카스트로와 같은 옛 유형의 지도자들에게 영감을 받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리고 청중들이 "차베스 예스! 룰라 노!"를 연호하자, 룰라를 변호하면서 룰라가 형제이자 동지이며, 그를 높이 평가한다고 감싸는 태도를 보였다.

어쨌든, 이번 사회포럼에서 차베스가 룰라를 제치고 최고의 스타로 부상한 것은 틀림없다. 2003년 당시 그가 단신으로 포르투 알레그레로 날아왔을 때, 사회포럼 조직위는 애써 그를 무시했고, 따라서 시내에서 수천 명의 지지자들 앞에서 연설했던 경험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이는 차베스 개인보다는 2002년부터 2004년까지 반동쿠데타, 석유사보타지, 소환투표 등의 반동공세를 뚫고 볼리바르 혁명을 추진한 베네수엘라 혁명에 대한 열광으로 이해된다.

차베스 연설

'포르투 알레그레 선언'의 해프닝(?)

이번 포럼기간 중에 발생한 가장 주목할 만한 일종의 해프닝은 주제 사라마고, 이냐시오 라모네, 베르나르 카생, 사미르 아민, 타리크 알리, 에두아르도 갈레아노, 임마누엘 월러스타인 등 19인의 지식인과 저명인사들의 연서명으로 제출된 '포르투 알레그레 선언(Porto Alegre Consensus)'이었다. (자료4 참고)

일부 서명자들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이 선언은 세계사회포럼의 정치적(?) 강령으로 제시되었다. 이들의 정치적 무게는 공식적으로 조직이 아닌 과정과 공간으로 자신을 규정한 포럼 자체에 상당한 정치적 부담이 됨과 동시에 참가자들 사이에 혼선과 혼란을 불러 일으켰다.
브라질 조직위측은 이 선언이 포럼 자체와 정신과 헌장에 위배됨을 지적하면서, 포럼에 제출된 수백 개의 선언과 호소중의 하나일 뿐이라고 일축하였다. 반면, 일부 서명자들은 이제 "세계사회포럼이 명확한 강령을 갖게 되었다"고 평가하면서, 이제 포럼이 "다른 세상은 가능하다!"는 구호를 넘어 대안을 갖게 되었다고 강조하였다.

포럼의 참석자들 사이에서도, 12개 제안에 동의하면서 특별히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부터, 내용적으로 반전-반제투쟁이 빠진 반쪽짜리 선언이라는 입장까지, 또 일부 NGO 마피아와 지식인들이 세계사회포럼의 지도부로 행세하려 한다는 음모론까지 복합적인 반응을 불러 일으켰다. 월든 벨로의 경우 이 선언을 포럼의 정치화로 이해하지만, 과연 이 정치화가 개량주의적 정치화지, 반자본주의적 정치화는 아니라는 비판도 제기했다.

포르투 알레그레 선언의 파장은 예단할 수 없지만, 포럼의 성격과 현재의 반전-반세계화투쟁의 폭과 범위, 그 역동성을 고려하면 이 선언이 그것을 담아낼 틀이 되지 못하며, 이들 지식인과 저명인사들이 아무리 개인적 존경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현재 운동의 실천적 지도력이 되지 못하리라는 것은 분명하다.

브라질 좌파 및 노동운동 - 신자유주의 개혁공세와 사회적 합의주의에 맞서

이번 사회포럼에서 표출된 룰라정권에 대한 이견과 입장차이는 지난 2∼3년간 브라질 노동운동과 사회운동, 좌파운동 내에서 벌어진 상황전개의 반영이다. 이미 지난 90년대 급격하게 우경화한 브라질의 좌파노총(CUT)은 노동자당 우파의 헤게모니 하에서, 룰라정권의 신자유주의적 개혁노선에 포섭되었다.

특히, 연금을 포함한 사회보장개악을 수용함으로써 아래로부터 노동자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2003년 6월 전투적 좌파세력이 결집한 개악반대 브라질리아 대행진에 5만 여명이 참가했고, 9∼10월의 은행노조 총파업은 자본과 정권의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에 대한 대표적 투쟁이었다.

이와 더불어, 지역산별-업종노조를 기본으로 하는 브라질 노조운동에서, 상층의 급속한 우경화에 맞서, 노총이탈운동마저 벌어지게 되었다. 아직 숫적으로 많진 않지만, 전투적 노조들을 중심으로, 총회마다 노총탈퇴운동이 급속하게 확산되는 추세이다. 이와 같은 투쟁은 룰라정부가 역대 우파정권의 숙원이었던 노동조합법 및 노동법 개혁공세에 맞선 전국적 공동투쟁체의 건설로 이어졌고, 브라질의 전국투쟁위원회 콘루타스가 바로 그것이다.

이들은 사회포럼이 열리는 기간인 1월 30일에 약 2천여명의 활동가들이 참가한 가운데 1차 총회를 개최했다. 자유로운 형식으로 진행된 총회에는 룰라정부와 IMF를 비판하는 다양한 구호가 쓰여진 플래카드들이 걸렸고, 콘루타스의 성격과 진로에 관한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내용적으로 보자면, 대부분의 발언과 토론은 이 공투체가 새로운 대안적 노총건설의 맹아적 주체인가, 아니면 노총을 아래로부터 혁신·개혁하기 위한 풀뿌리운동인가, 또는 새로운 현장중심의 평의회운동으로 나아가야 하는가 등을 줄기로 이루어졌다. 주로 PSTU 등 PT 외부의 좌파가 CUT에 대한 대안적 노총의 전망을 주장한 반면, P-SOL과 PT 내부의 좌파들은 아래로부터의 혁신을 강조했다. 총회는 이와 같은 조직발전전망에 대한 토론을 향후 1년간 전국적으로 전개한 이후, 다음 총회에서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

한편, 이와 같은 상황은 브라질 좌파의 딜레마가 반영된 것이다. 과거 PT 결성초기에 합류했다가 이탈한 PSTU과 양대 공산당(PCB & PCdoB)을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PT 내부에 집결되었던 브라질의 혁명적 좌파진영이 룰라정권과 당지도부의 우경노선에 대한 투쟁을 통해 분열·분화되기 시작했다. 특히 새로운 좌파정당으로 출범한 P-SOL은 과거 PT의 깃발아래 포럼에 참여했다가, 이번에는 포럼 안팎에서, 그리고 개막 및 폐막행진에서 가장 비판적인 세력으로 자신을 각인시키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2003년 말 룰라의 사회보장 및 연금개악에 반대했다가, 소위 당론을 위반한 혐의로 제명 당한 상원의원 1명과 하원의명 3명을 중심으로, 당의 우경화에 실망하여 이탈한 지식인들과 활동가들을 결집하여 2004년 출범한 P-SOL은 광범한 비판세력의 결집을 통해 룰라의 대안을 추구하고 있으며, 전 상원의원 엘리오사 엘레나는 개인적 인기에 힘입어 차기 대권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지난 2년간 브라질의 국내정세 역시 남미 전체의 정세와 더불어, 급격한 변화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물론, 그 중심에는 룰라정부와 노동자당, 그들의 신자유주의적 선회가 있다. 아직 대중적으로 룰라에 대한 환상과 기대가 적지 않고, 대외적으로 아르헨티나, 칠레, 에콰도르, 우루과이 등 제도좌파정권을 통한 정치화과정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상황 자체의 유동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유럽과 더불어, 반세계화·반신자유주의운동의 선두에 선 라틴 아메리카가 과연 미국 제국주의를 공세를 막아내고 노동자·민중의 대안체제의 수립을 나아갈 것인가의 문제가 관건이다. 그리고 이를 위한 노동자·민중투쟁은 계속되고 있으며, 그 결절점에 사회포럼이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한국 참가단의 활동

이번 5차포럼에 한국에서는 민주노총과 WTO·FTA반대국민행동(KoPA)를 중심으로 참여했다. 현지에서 한국 참가단은 국제노동조합회의, 반전·반세계화 아시아 민중·사회운동회의와 FTA 대응전략 아시아 활동가 원탁회의 등에 참여하여, 아시아지역의 노동자·민중연대를 강화했다.

더불어 한일FTA와 관련한 한일공동집회와 행진을 포럼 내에서 조직했고, 2005년의 주요한 국제적 투쟁인 3.19-20 국제반전투쟁, 11월의 부산 APEC 반대투쟁, 12월 홍콩 WTO각료회의 반대투쟁 등의 효과적 조직화를 위한 논의에 결합했다.

비록 소수로 참여했지만, 한국운동은 세계사회포럼의 과정에 긴밀히 결합하고 있으며, 연대의 폭을 확장하기 위해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번 사회포럼은 이런 노력이 현재보다 더욱 대중적으로 확산되고, 다시 새로운 투쟁으로 집중·고양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다방면의 조직화와 투쟁이 필요함을 재확인하는 계기였다.

사회포럼의 미래와 2005년 투쟁

기본적으로 세계사회포럼 그 자체는 모순적이다. 제국주의 전쟁공세와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공세에 맞선 다양한 주체들이 결집하는 만큼, 강력한 정치적 지향을 갖고 있음에도 포럼 그 자체는 탈중심적·중립적 공간이자 과정일 뿐이다. 이번에 크게 부각되지는 않았지만, 헌장의 정당배제 원칙은 다시 한번 룰라와 차베스의 등장으로 훼손(?)되었다.

다양성과 수평성, 개방성, 민주성, 자율성을 특징으로 하는 포럼의 조직화과정은 기술적 효율성과 정치적 명료성, 전략적 집중성을 가로막은 장애물로 작동하고 있다. 더불어, 주요 참여주체들의 개선노력에도 불구하고 빈약한 분석과 종합, 백화점식 행사의 나열, 혼돈스런 포럼운영 등 고질적인 문제점은 쉽게 해결되지 않고 있다. 포럼의 규모를 생각하면, 일정 정도 불가피하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포럼에 요구되는 정치적·운동적 역할과 포럼 자체의 성격 간의 모순은 신자유주의와 자본주의를 뛰어넘는 대안을 추구하는 다양한 운동세력과 활동가들을 고통스럽게 하고 있다. 더욱이, 1∼4차 포럼이 나름대로 국제적 반세계화전선 구축과 국제 반전·반제운동의 성장과 발전에 기여했던 역동성에 비추어 보면, 이번 포럼은 명확한 정치적 방향성보다는 보다 기술적 면에 치중한 인상을 준다.

특히 2006년 포럼의 대륙별 분산개최(이른바 탈중심화)와 2007년 포럼의 아프리카 개최는 그 동안의 국제위원회 논의에 기초한 결정이지만, 어떤 면에서는 대단히 파격적인 실험이다. 물론 이는 2004년 인도 뭄바이의 경험에 힘입은 자신감의 표현이지만, 현재 정세의 불확실성을 고려하면 대단히 실험적 성격이 강한 모험일 수 있다.

결국, 사회포럼의 미래는 향후 일국적·국제적 투쟁 및 불균등한 각국 및 각부문 운동의 역량에 의해 결정되겠지만, 정세적 계기와의 결합을 통해서 그 미래의 경로가 굴절될 수도 있다. 따라서 일국적 투쟁과 국제적 운동의 변증법적 결합과 상호작용에서 각 주체가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는 우리 모두의 문제로 귀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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