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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희망을 말하다 : 김세균

맑스주의자들의 축제, ‘맑스 코뮤날레’가 2회째를 맞았다. 여전히 맑스주의가 유효함을 확인하고 현실지형에 맞는 새로운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토론했던 이번 코뮤날레에는 200여 명의 학자가 참여, 40여개의 논문이 발표되었다. 현실 사회주의 몰락 이후 남한의 사회주의 세력들은 현상에 대한 올바른 평가나 대안 모색보다는 혼란과 분열 속에서 제대로 된 토론도 하지 못하고 흩어졌다. 누가 감히 사회주의를 말할 수 있었겠는가. 그러한 답답함 속에서 ‘맑스 코뮤날레’는 맑스주의자에게 단비와도 같은 행사라고 할 수 있다. 국내 유일의 맑스주의 학술제인 이 행사가 앞으로 어떻게 진화할지, 그리고 현재의 새로운 논쟁들이 지닌 의미에 대해 맑스 코뮤날레 집행위원장인 김세균 교수에게 들어보았다.

- 이번이 두번째인데 1회와의 차이점은?
1회는 좌파 세력 10여년의 고민이 있었다. 그러한 고민들을 모아 맑스의 유효성 속에서 새로운 희망을 찾고자 했다. 2회는 그것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맑스 이론의 현재성에 대해 더욱 고민하고자 했다. 전체 주제를 공유하고, 각 주관 단체들이 각자 발표하고 논쟁하는 형태였다. 고전적 맑스주의에 대한 고민과 새로운 형태의 맑스주의가 크게 논쟁되었다. 평소 그런 단체들이 만날 기회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학술제를 통해 만나 이야기하는 것에 큰 의의가 있었다고 본다.

- 이번 코뮤날레가 현실지형을 제대로 분석하지 못하고 현실문제에 대한 논쟁이 부족하다는 일부 평가도 있다.
코뮤날레는 학술제의 성격을 지녔다. 철학적 문제부터 조금은 대중적이지 않을 수 있는 문제들이 이야기되었다. 이에 현실지형에 대한 분석이 미흡했을 수도 있고 다양한 문제를 다루지 못한 부분도 있다. 아쉬운 부분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후속 프로그램으로 정책토론회를 활발하게 개최할 예정이다.

- 3회는 어떤 모습으로 진화할 것으로 보는가.
2회까지는 ‘학술적 이해’에 치중한 성격이 컸다. 문화제를 열기는 하였으나 아쉬운 부분이다. 3회 때는 이러한 문화부분에 대해 프로그램의 할당 부분이 커질 것이다. 학술적 이해와 문화적 이해의 양축을 동일한 비중으로 계획할 예정이다. 또한 이번 총회를 끝으로 나는 집행위원장을 그만둘 것이다. 이후에는 강내희 교수가 위원장을 맡을 예정이다.

- 이후 코뮤날레가 어떻게 자리잡았으면 하는가.
맑스 코뮤날레는 ‘학술제’이다. 이에 현실 지형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짚어내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세세하고 굉장히 구체적인 부분은 운동가들의 포럼에서 그 역할을 맡아주었으면 한다. 예컨대, 세계사회포럼 같이 운동가들의 축제에서 실질적 행동 강령을 설정하고 현실투쟁에 적극적인 계획을 하는 등의 모습이 나타나길 바란다. 이렇게 학술제의 역할과 운동가 포럼의 역할이 구분되어 그들의 관계맺기 속에서 진보적 연계성을 타진하며 함께 진화하길 바란다. 코뮤날레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국제학술제의 성격을 살렸으면 한다. 세계 주요 좌파 이론가들도 많이 초청하여 세계적 흐름에도 관심을 놓치지 않길 바란다.


전통 맑스주의와 다중


제 2회 맑스 코뮤날레에는 ‘맑스주의에 대한 현재적 재해석’을 두고 많은 논의가 있었다. 이진경 씨는 ‘차이의 정치학’이란 개념으로 전통적 맑스주의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요구했다. 그는 “자본주의의 적대적 관계에서 자본을 중심으로 하는 권력에 대항하는 삶이 새로운 주체로 나타나고, 그 안에서 맑스주의의 유효성을 발견해낸다”고 설명하였다. 그리고 과거 ‘사노맹’의 조직원으로 활동하다 현재는 ‘다중’을 통한 새로운 변혁을 주장하는 조정환 자율평론 대표는 이 주제와 관련 가장 치열한 논쟁거리를 제공했다. “‘다중’의 ‘자율적 네트워크’를 통해 과거의 ‘전위정당’의 모순과 문제점을 해결하며 진정한 꼬뮨 사회로 발전해 나갈 수 있다”는 그의 주장은 전통 맑스주의의 새로운 해석 뿐만 아니라, 그 자체에 대한 문제의식을 지적하며 많은 논란을 낳았다. 이에 김세균 교수는 전통 사회주의자로서의 의견을 피력했다.

- 이번 학술제에서 가장 큰 논쟁이 되었던 부분은 이진경 교수의 ‘차이의 정치학’과 주관단체의 ‘계급/다중’ 논쟁이었던 것 같다.
이진경 교수의 자본론에 대한 재해석은 모순의 변증법에 의해 비판할 수 있는 부분이나 나름대로 의미있는 논쟁이다. 철학적 입장에서는 중요한 부분이다. 몇 번의 토론을 통해 해소될 부분이 아니다. 이러한 논쟁으로 서로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앞으로 토론회를 통해 보완해 가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이전에도 ‘계급/다중’ 개념에 대한 쟁점토론이 있었다. 기존의 노사의 적대적 관계를 다시 보려는 노력인 것인데, 이것 역시 토론을 통해 결론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논쟁을 듣는 이들이 이를 판단하는 게 중요한 것이다.

- 예전 ‘다중’개념에 대해 회의적인 발언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다중/계급’ 개념에 대해 결론을 내릴 수는 없을 것 같다. ‘다중’을 주장하는 입장은 다중을 크게 계급으로 보는 것이다. (내 입장에서는) 맑스주의에 기초해서 그들을 포괄하여 이해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간단하게 해소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상대의 주장에 자기 입장을 이야기하며 논의를 풍부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얼마 전 “노동계급적 관점을 벗어나지 않은 상태에서 이외의 세력(‘다중’을 주장하는 세력)을 포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다중개념은 계급관계를 자본 대 대중으로, ‘사회적 노동자’란 어휘도 만들며, 다중이란 개념을 단순히 보는 것 같다. 다중 전체를 다양한 사회적 협력관계로 보고 접근한다. 포괄적 다중 자체를 계급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 ‘다중’세력의 ‘자율적 네트워크’ 조직 개념에 대한 생각은?
구더기 무서워서 장을 못 담그면 되겠는가. 조직화에 대한 문제점은 존재한다. 그 안에서 민주성을 최대한 확대해 나가며 활동해야 한다. 조직의 집중도와 민주성은 항상 긴장관계에 있어야 한다. 다이나믹하게 생산적 동력으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


노동운동과 진보운동


노동운동의 위기론이 등장한다. 노사 협조주의 흐름이 나타나고, 노동계 내부의 분열이 가속화되고 있다. 90년대 초반 등장했던 노동운동 위기론과는 질적으로 다른(노동운동 내부의 문제와 변화된 현실 지형) 형태의 문제가 드러나면서 새로운 대안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민주노총의 사회적 교섭안 통과와 대기업 노조의 비리, 민주노조의 우경화 속에서 남한의 노동운동이 이제 사라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더불어 사회적 진보세력들도 대안을 찾지 못해 각자 분열되는 양상이다. 정부의 권위적 정책에 문제제기는 하지만 그 영향력은 여전히 약한 상태이다.

- 올해 민주노총의 대의원대회 즈음에 사회적 교섭안 폐지요구 성명서를 발표했다.
민주노총이 사회적 합의주의에 편입되는 것이다. 이 선택은 정상적인 선택이 아니었다. 지도부는 신자유주의의 구조조정을 반대한다고 주장하면서도 이를 피할 수 없는 대세라고 생각했다. 자신들이 이를 저지할 수 없음을 인정하는 기류가 민주노총에 있었던 것이다.

- 최근 노동운동에 우경화 흐름이 감지되는데 이에 대한 대응방안은 무엇이라 보는가.
큰 틀에서 보아야 한다. 78년 노동자 대투쟁, 80년대 민주노조 운동이 있을 때의 중심 축은 정규직 대기업 노동자였다. 이러한 민주노조 운동 흐름 속에서 IMF 이후 비정규직 노동자가 급속도로 증가하였고, 이에 정규직 노동자도 고용 불안에 시달리게 됐다. 실리주의의 흐름으로 가는 것이다. 즉, 정규직 대기업 노동자의 노동 운동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새로운 운동형태로 나와야 한다. 그들의 노동운동이 활성화되며 정규직 노동운동과 규합하여 발전해야 한다. 지금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운동이 시작되는 시점이다. 그런 과도기적 시점이기에 노동운동 전체의 상태가 좋지 않은 것이다. 희망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운동의 흐름이 서서히 전국적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동운동의 주력부대가 정규직 대기업 노동자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로 전환되는 형태로 현실 지형에 맞춰 간다면 희망이 보인다.

- 노동운동 뿐만 아니라 진보 세력들도 혼란기 속에 있는 것 같다.
각 단체의 연대가 중요하다. 자율적 네트워크로는 조금 부족하고, 안정적이고 중심이 되는 조직이 필요한 것이다. 예컨대, 반전, 반제, 신자유주의 반대를 위한 연대 조직체가 필요하다. 실천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구성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고서는 사안을 발전시키기도 상황을 진전시키기도 어려울 것이다.

- 노동운동 혹은 진보 운동 세력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80% 같고 20% 달라도 연대해야 한다. 깊이가 얕고 수가 적어서 영향력이 없는 것이 아니라, 집중적인 활동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힘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그렇게 연대하며 현실적 투쟁에 집중하여 활동해야 할 것이다.


최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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