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연대 뉴스레터 문화빵

"권력은 삼성에게 넘어갔다"

'삼성, 그리고 대한민국 사회와 언론'

"현재 한국은 기업사회로 가는 징후를 보여주고 있고, 그 정점에 삼성이 있다." 김동춘 교수(성공회대 사회과학부)는 6월 28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서 새언론포럼 주최로 열린 삼성 관련 토론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또한, 한국사회 전 방면에 걸쳐 삼성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져가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대항세력이 없다는 데 위기의식을 느낀다고 말했다.

엄청난 사회적 비용 치러야 할 것

'삼성, 그리고 대한민국 사회와 언론'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한겨레)는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삼성공화국' 이란 말에 대해 "'삼성이 추구하고 결정하는 것은, 그것이 무엇이든 무조건 우리사회에서 관철되는 현상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삼성이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중요도와 한국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을 보았을 때 "강압적 무노조 경영, 세금없는 경영권 세습 등 소위 '삼성공화국'의 모순을 해결하지 않고는 대우 사태가 벌어진 때와 같이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곽정수 기자의 발제가 끝난 후 토론자로 나선 이들은 한결같이 경제뿐 아니라 정치, 언론, 학문 등 사회 전 영역에 결쳐 삼성의 지배력이 공고해지고 있다는 데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첫번째 토론자로 나선 김기원 교수(방송통신대학교 경제학과)는 한국사회에서의 삼성을 '소인국의 걸리버'에 빗대어 말했다. 김교수는 "삼성이 한국경제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게 현실"이라면서 "삼성의 힘이 거대하다고 해서 걸리버처럼 추방할 수는 없으며 삼성의 '이중적 독재체제'에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중적 독재체제'란 삼성 내부적으로 총수의 독재체제가 자리잡고, 외부적으로는 삼성이 국민경제를 독재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체제를 말한다. 이어 김교수는 "한국사회가 '허약한 민주주의+삼성의 독재'라는 상황으로 나아갈 위험성을 안고 있다"면서 이와 같은 "삼성의 독재 권력을 견제할 기존세력의 정비와 새로운 세력의 육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항네트워크 구축돼야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도 "정부권력뿐 아니라 재벌권력에 대한 국민적 감시가 시급하다"면서 "삼성을 감시하는 대항네트워크가 구축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대항네트워크 운동이 단순히 기업체제의 민주화에 그칠 것이 아니라 수익과 경쟁을 절대시하는 신자유주의 대항활동과 맥을 같이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명호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최근 일고 있는 반삼성 정서를 단순히 감정적인 문제로 치부해 버릴 수 없다"면서 "삼성 문제에 대응할 아무런 사회적 감시나 견제장치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며, 이는 민주주의의 내용적 발전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삼성이 기업 중에서 노동자에게 가장 많은 급여를 지급하는 것으로 무노조경영을 합리화시키는 이데올로기를 유포시키고 있다는 데 우려를 표했다.

한편, "한국사회가 기업사회로 가고 있다"고 밝힌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는 "삼성공화국의 출현은 자본의 지배이자 새로운 지식의 지배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자본이 본격적으로 국가권력을 대체하고 경제적 지배에서 사회적 지배로 확장하는 과정에서 삼성이 이를 위한 담론 작업을 치밀하게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 김교수의 지적이다. 김교수는 삼성경제연구소의 예를 들면서 "삼성경제연구소에서 나오는 보고서들이 비단 경제 영역뿐 아니라 교육 문제, 고령화 문제 등 미래의 담론까지 선점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면서 "이러한 담론화 작업이 곧 여론화로 이어지면서 곧바로 사회 전 영역에 확장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교수의 이러한 지적은 <중앙일보>가 조사한 국민여론조사에서 삼성이 청와대나 여야정당, 시민사회단체를 제치고 사회 영향력과 신뢰도 면에서 1위를 기록한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중소 독립언론 출현할 때

곽정수 기자가 발제에서 "한국 언론이 삼성공화국의 '선전대'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한 데 대해서도 토론자들은 한결같이 공감을 표했다. 조중동을 비롯 한겨레, 경향신문과 같은 신문들조차 삼성의 광고 압력에서 자유롭지 못한 현실에서 언론을 통한 삼성에 대한 견제가 제 힘을 발휘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동춘 교수는 정부의 지방지 육성 계획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심상정 의원 또한 "언론에 대한 대기업의 영향력을 축소시키기 위해서는 중소 독립 언론의 출현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삼성제국'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대해 김기원 교수는 "내외부적으로 삼성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와 같은 세습적 경영지배 구조를 선진적 대기업과 같은 구조로 전환해야 하며, 삼성의 힘이 과도해지지 않도록 기술과 시장 측면에서 중소기업이 더 커나갈 수 있도록 육성, 삼성과 같은 재벌의 지배력을 약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김동춘 교수는 삼성으로 대표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문제를 거론하면서 노동, 환경 부문 등 한국 실정에 맞는 사회적 지표를 개발하여 기업을 평가하면 어떻겠냐는 아이디어를 내놓기도 했다.

토론회에는 언론 관계자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참여, 최근 불거지고 있는 '삼성공화국' 문제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반영했다. 이날 토론회를 비롯 삼성 관련 문제에 대한 언론의 반응이 주목된다.

태그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최연정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