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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과 폭력에 맞서 브라질에서 한국까지

세계여성행진의 한국 릴레이

세계여성행진은 1995년 북경 4차 유엔세계여성회의가 열리던 당시, 이를 계기로 결집한 여성들이 북경행동강령과 별도로 ‘빈곤’과 ‘여성에 대한 폭력’에 맞서 투쟁하는 국제적인 여성행진을 제안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같은 해 캐나다 퀘벡에서 여성들이 빈곤 추방을 위해 경제정의와 관련한 9개의 요구사항을 갖고 ‘빵과 장미를 위한 행진’을 진행한 것이 그 기반이 되어 앞서 말한 북경에서 모인 여성들이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제안하게 되었다. 98년 ‘빈곤 제거’와 ‘여성에 대한 폭력 제거’를 주제로 채택하고 이에 관한 요구목록을 작성한 것을 바탕으로 지구를 횡단하는 세계 여성들의 릴레이 행진을 진행하였고, 여기에 결합했던 각 국의 여성운동들은 세계여성행진(World March of Women)이라는 세계적인 여성들의 네트워크를 결성하였다. 미주, 아시아, 중동, 유럽, 아프리카 등 각 지역에서 161개국, 혹은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6000개 이상의 조직들이 함께 참여하여 세계여성행진을 구성하고 있다.

북경여성대회 10주년

올해는 세계여성행진이 결성되는데 단초를 제공했던 북경여성대회 10년이 된 해다. 여성에 대한 차별적 요소를 제거하고 여성의 지위를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은 북경행동강령이 시행된 지 10년이 되었다. 그런데 전세계 여성들의 삶과 권리는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성주류화’에 따른 정책이 제공하는 기회는 일부 여성들에게만 한정된다는 점에서, 여성들이 겪는 억압과 착취를 폐절하기 위해서는 여성들 스스로가 행동에 나서고 여성들 간의 연대를 실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러한 여성들의 행동과 연대를 위한 릴레이 행진이 다시 한번 진행되고 있다.
지난 3월 8일 세계여성의 날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시작된 행진은, 지금도 지구를 횡단하고 있으며 세계 빈곤철폐의 날인 10월 17일 서아프리카의 부르키나 파소에서 마무리될 예정이다. 행진을 진행하는 동안, 작년 세계여성행진 총회를 통해 채택된 ‘인류를 위한 세계여성헌장’을 널리 알려내고 전쟁을 동반한 금융세계화에 반대하는 여성들의 요구를 알려내는 활동이 주되게 이뤄지고 있다. 퀼트는 각 국에서 헌장의 가치와 독자적인 요구를 제기하는 행동으로서 제작한 것을 각 나라마다 이동할 때마다 하나씩 덧붙여 가면서 하나의 패치워크로 완성하게 된다.

브라질에서 시작해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페루, 에콰도르, 콜롬비아, 아이티, 쿠바,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멕시코, 캐나다, 터키, 그리스, 이탈리아, 프랑스, 포르투갈, 네덜란드, 스위스를 거쳐 온 퀼트와 헌장은 7월 3일 한국에 도착하게 된다.

‘세계 여성 헌장’의 의제와 내용

2004년 10월 르완다에서 열린 세계여성행진 총회에서 인류를 위한 세계 여성헌장이 채택되었다. 헌장은 평등, 자유, 연대, 정의, 평화의 가치에 관한 세부 항목으로 이루어져 있다. 전문을 통해서 여성 헌장의 주된 내용을 살펴보면, ‘여성들은 억압, 지배, 착취, 자기중심주의(egotism)와 불의, 전쟁, 정복과 폭력을 낳는 고삐 풀린 이윤추구의 종식을 요구하며 투쟁해왔다. 여성들은 평등, 자유, 연대, 정의 그리고 평화라는 힘을 바탕으로 새로운 세상을 창조할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여성들이 인류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인류의 삶과 생존에 필수적인 일을 수행함에도 여성들의 위치는 지속적으로 평가절하되고 있다. 가부장제는 여성을 억압하고, 자본주의는 소수가 여성과 남성 절대 다수를 착취하는 체계로서 서로가 서로를 강화하고 있다.

그리고 이 체계들은 인종주의, 성차별주의, 여성혐오, 외국인혐오, 동성애혐오, 식민주의, 제국주의, 노예제와 강제 노동에 기원을 두고, 이것과 함께 작용하고 있다. 이런 것들이 여성들과 남성들을 자유롭게 하는 것을 방해하는 가지각색의 근본주의를 양산한다. 이것들이 빈곤과 배제를 양산하고, 인권, 특히 여성의 권리를 위반하면서 인간과 지구를 위태롭게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우리 여성들이 착취와 억압, 불관용 그리고 배제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그리고 존엄과 다양성, 모든 사람의 권리와 자유가 존중받는 또 다른 세상을 건설할 것을 제안하는 것이 세계 여성헌장의 주요한 내용이다. 이에 세계여성행진이 다양한 인종, 문화, 종교, 정치적, 계급적 배경의 여성 집단들로 구성된 운으로서 다양성을 기반으로 더욱 크게 단결하며 연대를 달성하도록 노력할 것을 천명하고 있다.

‘세계여성행진과 함께 빈곤과 폭력에 저항하는 여성행진’

세계여성행진이 릴레이 행진을 통해 국제연대를 실천하듯이 한국에서도 그러한 행진을 계기로 신자유주의와 전쟁이 여성들에게 부과한 현실에 맞서 여성들 간의 연대를 강화하고 그 요구를 집단화하는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에서 한국에서의 여성행진이 꾸려지게 되었다.

‘세계여성행진과 함께 빈곤과 폭력에 저항하는 여성행진’은 광주민중행동, 사회진보연대 여성위원회, 세계화반대여성연대,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전국학생연대회의 등이 공동행동 준비모임을 구성하여 초동모임을 갖고 제안을 하게 되었다. 현재 여성행진 준비위원회는 노동자의 힘 여성활동가모임, 문화연대, 빈곤사회연대, 여성문화이론연구소, 장애여성공감 등이 모여서 여성행진을 준비하고 있다.

여성행진은 7월 3일 헌장과 퀼트가 한국에 도착하는 날과 10월 17일 각국에서 정오에 열리는 투쟁들을 이끌어내는 것을 활동의 중요한 두 축으로 삼고 있다. 7월 3일까지 가는 동안, 성매매방지법에 대한 비판적 평가를 바탕으로 성매매 여성들과의 연대를 모색하고자 하는 토론회와 세계여성행진 아시아지역을 담당하시는 필리핀 분이 오셔서 진행하는 토론회가 각각 6월 30일과 7월 1일에 열린다. 전주, 부안 새만금, 광주, 대구, 부산 지역 등을 순회하며 여성행진의 의의와 사업 등을 제안하고 논의하는 전국순례단 계획도 진행 중에 있다.

한국 여성들이 처한 상황

현재 한국의 여성들은 전쟁을 동반한 신자유주의 세계화로 인해 더욱 심한 빈곤과 폭력에 시달리고 있다. IMF 당시보다 더 먹고 살기 힘들어진 지금, 여성들은 부족한 가계소득을 보충하기 위해 노동현장으로 나오고 있다. 그런데 여성노동자 중 70.5%가 임시일용직이며, 임금은 남성의 63%, 노조가입률은 5.2%에 불과하다. 대다수의 여성들은 저임금-불안정한 일자리에 시달리고 있다. 여성들은 소위 가정‘밖’에서 노동을 해도 항상 가정‘안’에서도 육아, 자녀교육, 보살핌 등과 같은 노동 또한 하고 있지만 이러한 노동들은 으레 여성들이 해야 하는 일로 치부되고 여성들에게만 부당하게 할당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정부가 여성인력 활용한답시고 내놓은 여성 일자리들이 죄다 아이들을 돌보고 아프고 나이든 사람들을 돌보는 것과 관련한 일들이다. 여성들이 그동안 집‘안’에서 해왔던 일들을 이제는 집‘밖’에서도 하라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일을 하는 공간이 바뀌었지 하는 일이 바뀐 게 아니다. 보육과 간병 등의 일이 정말 사회적으로 중요한 일이라면, 그것을 여성들에게‘만’, 그것도 저임금 열악한 노동조건 하에서, 강요해선 안 될 것이다.

상황이 이러니까 여성들이 아이를 낳지 못하는 건데, 정부와 사회는 출산장려정책을 펴가며 출산의 의무를 다하라고 강요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가 여성부 만들면서 여성정책들을 펴고 있는데, 결국은 노동의 불안정화에 조응한 ‘빈곤의 여성화’를 정당화하거나 관리하려는 시도였으며, 여성의 권리를 축소하면서 이중적인 의무는 더욱 강화하는 결과를 불러 일으켰던 점에서 주류 여성운동 진영이 이러한 것들을 비판하지 못하고 오히려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에 조응했던 지점들을 비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여성행진’은 한국에서 여성들이 처한 억압적인 현실을 폭로하고 여성들의 권리와 요구를 제기하는 활동을 벌일 것이다. 7월 3일, 한국 여성들의 행진에 함께 하자!

김정은, 여성행진 준비위/사회진보연대 여성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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