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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과 주5일제 시대

도서관의 역할과 기능 변화해야

지난 7월 1일부터 드디어(?) 주40시간 근무제가 본격 시작되었다. 통상 주5일 근무제로 이해되어 일주일에 2일, 토요일과 일요일을 연거푸 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요즘 우리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는 매주 2일의 휴일을 어떻게 보내느냐 하는 것이 되었다. 이같은 대대적인 사회적 변화는 사람들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실시되는 일주일 2일 휴일을 제대로 누릴 수 없는 사람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배려, 지원이 필요하다.

주5일이 되면 늘어난 여가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에 대해 논란이 많다. 도서관 부문에서도 일반적으로는 도서관을 찾는 시민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또한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이 연초 조사한 바에 의하면 근로자들이 희망하는 여가활동은 여행, 레포츠, 자기개발 등의 순인 데 비해 실제 여가활동은 영화관람, TV시청, 독서, 음주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즉 비용이 수반되는 야외활동을 원하지만, 실제적으로는 큰 비용이 들지 않는 실내 또는 근린생활 공간에서의 활동이 주를 이루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도서관과 같은 생활권 문화시설에 대한 수요가 커질 것이라는 전망은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다고 생각된다. 그렇다면 시민들의 요구를 충분히 수용할 만한 문화시설들이 생활권에 있는가 하는 것이 문제가 된다. 도서관 분야만 놓고 본다면 어떨까? 도서관 서비스는 충분한가?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충분하지 않다. 최근 국립중앙도서관이 집계한 바에 의하면, 2004년 말 현재 우리나라 도서관은 모두 약 11,100여개관이다. 그 중에서 시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공도서관은 487개관이다. 그 중에서 민간이 운영하는 것을 제외하고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도서관은 473개관이다. 전체적으로는 전년도에 비해 16개관이 늘어난 수치라고 한다. 487개관은 어떤 수준인가? 국민 전체인구로 보면 도서관 1개관에 약 10만명이 이용하는 수준이다. 이는 미국(3만명), 일본(4만8천명), 영국(1만2천명) 등 다른 나라에 비하면 도서관 수가 크게 부족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래서 정부는 이미 부족한 공공도서관 확충을 위해 매년 국고를 보조하여 2011년에는 인구 6만명당 1개관인 750개관까지로 늘일 계획을 밝히고 있다. 또한 공공도서관을 늘리는 것과는 별도로 도시 저소득층 밀집지역이나 농어촌지역의 주민들을 위해서는 생활권에 작은 규모의 도서관(일명 작은도서관)을 크게 늘이는 계획도 마련하고 있다. 국립중앙도서관이 밝힌 바에 의하면 2004년 25개관을 시작으로 2011년까지 전국의 읍·면·동에 3,600여개(기존문고 2,414개관과 25개관의 작은도서관 포함)의 작은 도서관을 확충, 국민들의 정보 접근권을 지속적으로 높여갈 것이라고 한다. 그러면 2011년에 이르면 적어도 국민들은 누구나 원하면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 계획대로 된다면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된다.

다만 현 시점에서 아쉬운 것은 주40시간 근무제의 확대실시가 이미 수 년 전부터 예정되었었고, 그 때부터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좋은 도서관의 필요성이 제기되었음에도 막상 본격적인 실시가 된 지금까지도 여전히 우리는 도서관 확충을 주요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같은 계획이 오래 전부터 잘 추진되어 주5일 근무제 전면 실시되는 지금에 와서 제대로 실현되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앞으로도 상당 기간 도서관 부족현상을 겪으면서, 시민들이나 도서관 직원들이나 모두 만족스럽지 못한 경험을 해 나갈 것을 생각하면 너무 아쉽고 안타깝다.

부족한 도서관 현실 속에서도 시민들이 조금이라도 더 만족할 만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그것을 찾아 실천하는 일이 시급하다. 현재 주말 2일간의 휴일에도 도서관을 개관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다. 그런데 문제는 휴일 도서관을 개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추가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인력문제가 심각하다. 현재에도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공공도서관의 경우 인력은 1개관당 약 12명에 그치고 있다. 그 중에서 도서관 분야 전문직인 사서는 5명이 채 안된다. 지역별로도 그 편차는 매우 크다. 서울시의 경우에는 약 25명이지만, 경기도는 약 13명, 충남, 전남, 경북, 제주는 7명에 그치고 있다. 전문직원의 경우에는 각각 11명, 경기도 6명, 2-3명에 그치고 있다. 이 정도의 인력을 가지고는 주 2일의 휴무일을 포함해서 일주일 내내 다양한 지역주민들의 도서관에 대한 요구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기는 어렵다. 특히 주말 연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결국 직원들의 과도한 노동을 전제로 하지 않고서는 어려운 일이다. 물론 일부 지역 도서관들은 급한대로 비정규직 형태로 추가적인 인력을 일부 보충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 경우에도 도서관 문은 열 수 있겠지만 결코 좋은 서비스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해결방안은 없을까?

물론 도서관을 더 많이 늘리고, 그에 따라 필요한 인력과 재정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면 이같은 문제들은 해결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시민들은 지방자치단체에 적극적으로 도서관 확충과 기존 도서관에 대한 인적, 물적 지원을 요구하는 행동이 필요하다. 요즘 분위기로는 직접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시설이 아닌 도서관과 같은 기관들에 대해서는 재정투입을 꺼리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시민들이 적극 나서서 도서관에 대해 더 많은 재정투입을 요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으로는 현실적으로 더 많은 시간 도서관 문을 열어야 한다는 요구의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하는 자기 공부를 위한 용도로 쓰이는 일반열람실이라고 하는 공간의 장시간 개방에 대한 것이다. 그러한 공간은 책과 자료, 전문가에 의한 서비스가 이루어지는 자료열람 공간과는 전혀 다른 원리로 운영되어야 한다. 따라서 그 공간을 우선 자료열람 공간과 분리해서 운영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공간과 책상만 필요한 공간은 별도의 출입문을 설치하고 최소한의 인력을 배치해서 운영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빠른 시일 안에 도서관이 자료열람 기능을 수행하는 공간과 일반적으로 공부방 역할을 하는 공간을 분리하고, 각각의 공간에 맞는 운영 방식대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시설을 고치고, 인력을 재배치해서 부족한 인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한다. 이를 통해 자료를 이용하고자 하는 시민이나 공간만을 사용하고자 하는 시민들 모두가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또한 직원들의 경우에도 적절한 인력배치에 따라 두 종류의 시민들 요구에 대해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수준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물론 도서관 이외의 공간에 시민들을 위한 공부방을 별도로 만드는 것도 해결책의 하나이다.

시대가 바뀌면 그에 따라 도서관의 역할과 기능도 변화해야 한다. 21세기 지식정보시대, 문화의 시대, 여가의 시대에는 도서관은 지역의 지식과 정보의 저수지, 문화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광장, 가족 모두가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생활공간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는 도서관에 더 많은 책과 자원, 우수한 도서관 서비스 제공과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는 전문직원의 확보와 필요한 재정이 지원되도록 해야 한다. 주40시간 근무제 시대를 맞아 이제는 도서관은 책과 자료를 이용해서 자기 학습을 해 나가는 시민들에게, 별도의 공부방은 자기 필요에 따라 자기 책과 자료로 공부를 하는 공간으로 각각 발전시켜 나가야 할 때이다. 각각 운영방식이 전혀 다른 두 기능을 도서관 한 곳에서 수행하라고 하는 것은 결국 두 영역 모두에서 좋은 성과를 내기 어렵게 한다. 그래서 그 동안에도 도서관에서 공부방 기능을 분리하는 것에 대해 많은 논의와 실현 방안이 제시되어 왔다. 시민들과 도서관 운영 주체들의 현명한 판단과 실천이 필요하다. 물론 도서관 직원들도 시민들이 무엇을 요구하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해서 그에 맞는 서비스 제공을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도서관 운영주체, 이용하는 시민들, 그리고 도서관 직원들 모두가 함께 만족스러운 방안을 찾는 노력에 박차를 가할 때이다.


이용훈, 도서관문화비평가/ 한국도서관협회 기획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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