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11년 8월 풀어쓰는 판례이야기] 업무와 자살사이의 상당인과관계 유무의 판단방법 및 판단기준

- 대법원 2011두 3944. 2011. 6. 9.선고 -

공인노무사 이 영 애

이 놈의 정부는 갈수록 국민들을 스마트하게 업그레이드 해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진중공업과 관련된 일련의 사건들을 통하여 헌법에 정해놓은 노동권을 찾아보게 하고 있으며 국민스스로가 시간당 최대강우량이 무엇인지, 누적강우량이 무엇인지 과거 최대 강우량이 몇 mm이었는지 찾아보게 만들고 있습니다. 은폐하고 덮을수록 꼼꼼하게 찾아내서 밝혀가는 사람들이 참 대단하다고 느껴집니다. 지난 삼성반도체 백혈병에 대한 서울행정법원의 판결과 4년 동안의 투쟁과정을 보면서도 결국 진실은 밝혀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호에서는 업무와 자살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판시한 대법원의 판례를 한번 검토해 보고자 합니다. 일터 91호 풀어쓰는 판례이야기에서 이미 한번 언급한 "업무상 질병"에 대한 판단기준에 대한 복습과정이라고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사건의 개요는 다음과 같습니다.

주식회사○○건설(이하 '회사'라 한다)에 경력직 과장으로 입사한 망인 김○○씨(이하 '망인'이라 한다)는 2007. 9. 1부터 서울 마포구 ○○동에 있는 ○○갤러리관에서 이 사건 회사의 주택분양관리팀 입주파트 팀장으로 근무하던 중 2008년 6. 10. 위 ○○갤러리관 3층에서 투신하여 사망.

망인의 유족은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하였는데 이에 대하여 근로복지공단은 2008. 9. 29. 망인의 사망이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및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에서 정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 지급을 거부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한 것입니다.
본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요지를 보면 "산업재해보상법상 업무상 재해라 함은 업무와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는데 이는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상당인과관계의 유무로써 판단되어야 한다"라는 것이고 1심 판결에서는 다음과 같은 논리로 업무와 인과관계를 부인하였습니다.


<1심 판결내용 발췌>
근로자가 업무로 인하여 질병이 발생하거나 악화되고, 그러한 질병으로 인하여 심신상실 내지 정신착란의 상태 또는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된 정신장애 상태에 빠져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추단할 수 있는 때에는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인데 자살은 본질적으로 자유로운 의사에 따른 것이므로 근로자가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받은 스트레스로 말미암아 우울증이 발생하였고 그 우울증이 자살의 동기 내지 원인과 무관하지 않다는 사정만으로 곧 업무와 자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함부로 추단해서는 안 되며 자살자의 나이와 성향 및 직위,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가 자살자에게 가한 긴장도 내지 중압감의 정도와 지속시간, 자살자의 신체적·정신적 상황과 자살자를 둘러싼 주위상황, 우울증의 발병과 자살행위의 시기 기타 자살에 이르게 된 경위, 기존 정신질환의 유무 및 가족력 등에 비추어 그 자살이 사회평균인의 입장에서 보아 도저히 감수하거나 극복할 수 없을 정도의 업무상 스트레스와 그로 인한 우울증에 기인한 것이 아닌 한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


이러한 근거로 1심 행정법원은 망인이 겪은 업무상 스트레스가 우울증에 이를 만큼 심한 것이 아니었고 오히려 이러한 우울증은 망인 자신의 내성적이고 소심한 성격 등 개인적 취약성이 큰 영향을 미친것이라 판단한 것입니다.
이에 망인의 유족은 ①망인의 업무가 분양 업무에서 입주관리파트로 변경되면서 업무량이 증가되었고 민원처리 업무로 인한 과로와 스트레스에 시달려온 점, ②망인 사망하기 약 4개월 전 경력직이던 여사원 2명이 퇴사하고 대신 신입사원 2명이 채용되었는데 미숙한 업무처리로 망인의 업무량이 늘었던 점, ③망인은 술과 담배도 하지 아니하고 내성적, 소극적 성격으로 직원 중 가장먼저 출근하여 가장 늦게 퇴근해온 점, ④사망 전 정신과에서 우울증치료를 받아왔으며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로 인하여 사직서를 제출하였던 점을 지속적으로 주장하여 결국 대법원에서는 다음과 같은 판결을 내린 것입니다.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는 자살자의 질병 내지 후유증상의 정도, 그 질병의 일반적 증상, 요양기간, 회복가능성 유무, 연령, 신체적·심리적 상황, 자살자를 에워싸고 있는 주위상황, 자살에 이르게 된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하고 (중략) 망인의 내성적이고 소심한 성격 등 개인적인 취약성이 우울증에 영향을 미쳤다 하더라도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그에 겹쳐 우울증이 발생 또는 악화되었다면 업무와 우울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함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


다만 상기판례는 판단기준의 대부분이 망인의 유족들이 적극적으로 입증한 자료를 근거로한 사실관계에 대한 결정이었던 점을 볼 때 이후에도 자살, 질병, 후유증 등으로 인한 다툼을 종결할 수 있는 명쾌한 기준이 될 수 없을 것으로 보이고, 이미 질병에 관한 산재의 최근 다수의 판결에서 상당인과관계의 판단기준은 보통평균인이 아니라 해당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결정을 하였음에도 1심 판결에서 얼토당토하게 "망인은 보통사람들이 극복할 수 있는 과로와 스트레스를 망인이 견디지 못하였다"라는 식으로 이를 기각으로 몰아간 것을 다시 바로잡은 판례라고 보입니다.
조금은 우울한 이야기이지만 OECD 발표 따르면, 2009년 우리나라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은 26명으로(총 13,000명) OECD 평균인 11.2명의 2배, OECD 국가 중 1위로 꼽힌다고 합니다. 우울증이라는 것도 감기처럼 건강한 사람에게서도 발병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합니다. 우울증에 기한 자살률이 높은 만큼 이에 정부와 기업에서는 우울증을 예방할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 등 적극적 조치를 취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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