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의 월간지 현장에서 미래를

[118] KTX 여승무원들의 투쟁

꿈의 열차, 꿈의 서비스 선로 위의 '비정규직' 프로들

꿈의 열차, 꿈의 서비스 선로 위의 ‘비정규직’ 프로들
KTX 여승무원 노동자들의 투쟁

이유철 · 박수민




이중 착취의 고통…

전체 여성노동자의 70%가 비정규직 일용직 노동자이며 여성노동자의 평균 임금은 남성노동자의 반 정도에 불과하다. 사회적 양극화가 이 사회의 화두가 되었지만 여성 가구주 가구 중 빈곤 가구 비율은 21%로, 남성가구주 가구 중 빈곤가구 비율 7%의 3배에 달한다.
이 사회에서 여성으로 태어나 사회적 양극화 정책 즉,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인해 빈곤과 싸우고, 불안정 노동과 싸우고 있다.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한 투쟁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남성이 아닌 여성의 이름으로….

비정규직 KTX 여승무원

지난 날 고속철도의 운행이 시작되던 시기, ‘이제 정말로 대한민국이 1일 생활권에 들어오게 된다’며 ‘한국의 교통 혁명’이라고 떠들어 대던 언론들을 우리는 기억한다. 이와 함께 이 고속철도에 여승무원을 뽑는다고 이야기 했다. 고속철도인 KTX의 여승무원들은 항공기의 스튜어디스와 같다며, 이 같은 대우를 해주겠다며 철도 공사가 떠들어 댔던 기억이 난다. 이러한 방송을 보고, 이러한 철도 공사의 선전을 보고 KTX 여승무원에 지원한 사람은 4천500여명…. 350명을 뽑는데 4천500명이 넘는 사람이 지원한 것이다. 경쟁률은 13:1이 넘었다. 하지만 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비정규직’이라는 딱지였다.
KTX 여승무원은 철도유통(구 홍익회)에 고용되어 있지만 업무지시는 철도공사로부터 받았다. 즉, 불법으로 파견된 것이다. 남녀가 함께 일하는 열차승무팀장은 공사에 직접고용 된 정규직이지만, 여승무원들은 철도유통의 비정규직으로 고용하는 것은 여성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또 다른 착취인 것이었다.

‘선로 위의 프로들’ 싸움을 시작하다!

‘꿈의 서비스 선로 위의 프로들’. 이는 여승무원들을 부르는 말이었다. KTX 여승무원들은 전문 직업여성의 상징으로, 땅위의 스튜어디스로 불리며 일을 시작했지만 이들 407명의 ‘꿈의 서비스 선로 위의 프로들’은 전원 파견직에 계약직 노동자였다.
한국철도공사에서는 승무원 1인당 248만 5천원을 지급한다. 하지만 여승무원들에게 돌아가는 평균 임금은 150만원도 안된다. 또한 주5일 근무는 남의 일이며 생리휴가, 육아 휴직도 없다. KTX 여승무원들의 투쟁은 노동자의 기본 권리를 쟁취하고자 시작됐다. 그들은 △전 여승무원의 정규직화 쟁취 △체불임금 쟁취(수습기간 중 임금, 상여금, 시간외 수당) △부족 인력 충원 △노조탄압 중단 등을 요구하며 9월 30일부터 투쟁을 진행해 왔다.

22일째 지속 중인 총파업 투쟁

이러한 투쟁과정 중 철도공사는 KTX승무사업을 부실자회사로 판명 난 KTX관광레저로 위탁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KTX열차승무지부는 ‘위탁철회와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지난 2월 22일 파업출정식을 가졌다. 이들 서울, 부산 KTX열차승무지부는 조합원 파업찬반투표에서 88%의 찬성으로 3월 1일 파업에 들어갈 것을 결의하였다. 하지만 같이 파업을 하던 철도노조가 3월4일 오후 2시발로 급작스레 파업을 철회하면서 KTX 승무지부의 파업투쟁이 위기를 맞았으나, 당일 즉시 지부 조합원 총투표를 실시, 83%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파업투쟁을 지속하기로 결정, 한 달이 다 되어가는 3월 22일 현재까지도 이들의 파업 투쟁은 계속되고 있다.
이들이 파업대오를 유지하며 장기 투쟁에 들어가자 철도공사와 정부는 위협과 탄압으로 일관하고 있다. KTX 승무원들은 고용주인 한국철도유통이 보낸 ‘경영상의 사유에 의한 해고협의’(정리해고) 통보를 받아놓은 상태이며, 4월 1일 신규채용 및 이에 응하지 않는 승무원에 대한 불이익 위협을 받고 있다. 파업조 조장급에 해당하는 승무원 70여 명은 직위해제, 노조간부 14명 고소고발, 지도부 3명에 대해서는 체포영장을 받기도 했다.

탄압을 돌파하며 점거투쟁으로!

하지만 이러한 탄압은 이들에게는 문제되지 않는다. 총파업 9일째인 3월 9일 이들은 철도공사 서울지역본부를 점거했다. 계속된 점거 농성 중 이철 철도공사 사장의 비인간적이며 잔인한 노조탄압에 맞서 지난 17일 국가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하고 20일과 21일에는 노동부에 진정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또한 지난 18일에는 구속결단식까지 하는 등 이들의 투쟁에 대한 결의는 불타오르고 있다.
민세원지부장은 ‘KTX 승무원들은 철도유통에 위탁되어 임금체불, 인권유린, 저임금 등 고통의 세월을 견뎌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감사원에서 부실기업으로 판정된 KTX관광레저에 다시 우리를 위탁을 주려고 한다’며 더 이상의 착취와 억압은 참을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KTX 여승무원들의 투쟁은 여성, 비정규직으로서 받아온 이중, 삼중의 착취에 정면 대항하고 있다는 점에서 여성, 비정규직 투쟁의 하나의 중요한 전환점을 만들어내고 있다. 더욱이 KTX열차승부지부를 포함, 구조조정 위협에 맞서 총파업에 들어갔던 철도노조가 3월 4일 1만여 명 이상의 파업대오에도 불구하고 총파업 투쟁을 전격 철회한 반면, KTX열차승무지부는 여전히 투쟁을 견고하게 지속함으로써 철도 투쟁을 지속시키고 있다. 이렇게 여성, 비정규직이라는 악조건과 온갖 탄압에도 굴하지 않은 채 KTX 여승무원들만 남아서 끝까지 투쟁하고 있는 상황에서 철도노조 내의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총파업이 철회되었음에도 철도노조 일부 지부에서는 잔업거부를 하며 지도부에 반발하며 재 총파업 결의를 다졌고, 이는 3월 21일 철도노조가 전국확대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오는 4월 12일 부문파업을 포함한 재파업 일정을 확정 하는데 까지 이르고 있다. 바야흐로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이 남성, 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견인하고 있는 것이다.





<소식지> 총파업17일차(3월17일)

3시43분에 부산승무원들이 서울역에서 선전물을 배포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서울역 오석인 관리팀장이 승무원들을 카메라로 찍으려 했다. 조합원들은 사진을 찍지 말라고 얘기했고, 그 과정에서 다툼이 있었다. 또한 이아인영업부장은 “너희가 이렇게 하는 것은 영업을 방해하는거야. 참 당당하네” 등의 반말과 비아냥거림으로 우리를 무시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열차 내에서 한 조합원이 스티커를 붙이고 있는데 공안이 와서 어깨로 가슴을 툭툭치며 스티커 붙이는 것을 막으려 했다. 그 조합원은 성추행이라며 하지 말라고 저지를 했다. 과정에서 그 조합원은 성적모멸감을 느꼈기에 사과를 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가해자는 도망을 가버렸다. 그 소식을 들은 조합원들은 4시40분경 역장의 공식적인 사과를 받기 위해 서울역장실을 방문했으나 문을 잠그고 얼굴조차 보여주지 않았다. 우리는 역장실 앞에서 스티커를 붙이고 농성을 진행했다. 그러던 중 남대문 경찰서의 관계자가 우리 농성을 중지하려고 했다. 승무원들이 역장과 대화를 하려하는 것이 무엇이 잘못된 것이기에 공권력을 투입시키고, 우리의 농성을 저지하려고 하는가? 오히려 우리를 성추행하고, 반말을 하며 인간적 모멸감을 주는 이들이 잘못된 것 아닌가? 하기에 우리는 끝까지 사과를 받기 위해 서울, 부산 간부들이 부역장실로 들어갔으나 “무엇을 잘못했는지, 왜 사과를 해야하는지 모르겠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우리는 그들이 사과하지 않으면 서울역2층 대합실에서 밤새 농성할 것을 결의했다. 그것이 두려웠는지 이아인 부장과 오석인 팀장이 19시50분경 사과를 하겠다고 올라왔다. 그러나 집회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마이크를 잡고 사과할 수 없다며, 다시 사건현장에 있었던 20여명에게만 사과를 하겠다고 했다. 그들은 몇몇의 대오를 모아놓고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사과를 하겠다”는 형식적인 사과만을 했다. 부족한 사과였으나 우리는 그것이라도 받아들였고, 다시 공안실로 항의방문을 갔다. 공안실에 들어갔으나 당사자는 없었다. 다른 공안분실장과 소장만이 이 사건을 얼렁뚱땅 마무리하려 했다. 이에 우리는 강력하게 항의를 하며 연좌시위를 벌이던 중 한 조합원이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실려가기도 했다. 결국 사건의 가해자가 김재용 서울분소실장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그러나 가해자는 나타나지 않았고, 전화로 이 많은 사람들이 다 있으면 못가니, 당시 상황에 있었던 20여명에게만 사과를 하겠다고 했고, 따라서 나머지 50명은 공안실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결국 6시간만에 가해자는 나타났다. 그러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말만 반복했다. 우리가 계속 추궁하자, “실수였다”고 했다. 우리는 “실수한 것도 당신의 실수이니 사과하라”고 요구했으나, “이렇게 많은 사람이 있을 때는 얘기를 못하고 당사자와만 이야기를 하고 싶다. 나는 그렇게 의도로 한 것이 아닌데 그렇게 느꼈다면 유감이다”는 말만 9시간동안 되풀이 하고 있다. 따라서 조합원 70여명은 저녁 12시가 넘은 시간까지 사과를 공식적으로 요구하며 공안실 안에서 농성중이다. 정당한 요구를 하며 시민들에게 선전물을 나누어 주던 우리에게, 그것도 여성인 조합원들에게 해서는 안 될 행동을 해놓고도 사과를 못하겠다는 그들에게 우리는 분노한다. 우리는 가해자가 사과할 때 까지 농성을 지속할 것이다.





<소식지> 총파업16일차(3월16일)

14일 철도공사가 기자회견에서 “기존 KTX승무원들의 소속사인 '한국철도유통'(구 홍익회)의 승무사업은 5월 15일자로 완전히 마무리하고, 이를 위해 금주 내 현 KTX승무원들과 이와 관련한 협의 등 법적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히기가 무섭게, 철도공사는 어제 15일자로 KTX 승무원과 노동조합에 정리해고 노사협의 통보서를 보내왔다.
우리 KTX 승무원의 정당한 투쟁과 요구를 해고 위협으로 탄압하려는 철도공사의 작태에 분노가 치밀어오른다. 분명히 철도공사는 1기 승무원을 채용할 때, “계약직 사원으로 1년 계약 이후에는 여러 가지 직급체계라든지 급여 제도를 조정해서 정규직으로 전환시켜 줄 것이다”라고 약속하지 않았던가. 우리의 일터인 서울역 및 철도 관련 건물 및 기관에 출입가처분 신청을 하고, 우리의 대표자 지부장 2인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하는 등의 무자비한 탄압에도 우리는 결코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이에 우리 KTX 승무원들은 열린우리당 당대표 면담을 요구하며 항의방문을 진행했다. 그러나 당대표의 부재로 인하여 당직자를 통해 △KTX 관광레저 외주위탁 철폐 △여승무원 정규직화 △해고 협의 통보 철회 △KTX 승무원 신규채용 계획 철회 및 불응 승무원 불이익 방침 철회 △직위해제, 고소 및 고발, 체포영장 발부 등 노동조압 탄압 중단 △KTX 승무원 관련 노사교섭 즉각 재개 등의 우리요구를 전달했다. 우리는 단지 정치권에 우리의 처지를 호소하기 위해 그 자리에 간 것이 아니다.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철도와 같은 공공부문을 끊임없이 자본의 돈벌이로 만드는 정부와 정치권의 책임을 규탄하기 위해 간 것이다. 많은 연대단위들이 우리의 항의방문에 함께 했고, 우리의 투쟁을 지지하는 연대사를 해주셨다.

한편,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KTX 여승무원 파업 사태와 관련 성명을 통해 한국철도공사가 업무위탁을 가장한 불법파견을 감행하고 있다며 KTX 여승무원의 한국철도공사 직접고용을 촉구했다. 민변에 의하면 KTX 여승무원이 철도공사의 직원인 열차팀장의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받으며 업무를 수행하고 있음에도 철도공사가 이들을 직접고용하지 않는 것은 원칙적으로 근로자파견에 해당된다며, 불법파견에 해당되기에 공사는 승무원들을 직접고용해야 한다고 밝혀 우리의 직접고용 요구가 타당한 것임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우리 KTX 승무원들이 앞장서서 공공부문 구조조정 저지, 비정규직 철폐를 위해 싸워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