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의 월간지 현장에서 미래를

[118] FTA, 자본간 국제연대이자 계급적 공세

특집II: 몰려오는 한미FTA, 대반격 길찾기

자유무역협정(FTA):
자본 간 국제연대이자 계급적 공세

전소희 / 자유무역협정WTO반대 국민행동




WTO나 FTA를 둘러싸고 정부 및 자본의 ‘세계화·개방화 대세론’과 진보진영이 서로 맞선 지 이미 오래됐다. 그러나 한미FTA는 상대가 상대인 만큼 그 어느 때보다 더욱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사실, 양측의 논리 모두 그 동안 크게 변하지 않았다. 한 가지 변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양극화 해소’가 최신 유행어(?)인 만큼 FTA가 궁극적으로는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전반적인 사회 발전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정부가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더불어 ‘피해’산업을 보상해주기 위한 여러 방안을 도입하겠다고 약속도 지난 10여 년 간의 논쟁에서 변화된 양상이다. 그러나 이런 ‘변화(?)’는 어디까지 이데올로기이요, 사회적 저항과 분노를 무마하고, 반FTA 전선을 교란하여 일부를 포섭하기 위한 전술일 뿐이다. 특히 최근 미국과의 FTA 체결을 준비하면서 광범위한 저항이 예고되자 정부와 재계, 언론에서 특히 ‘양극화 해소’와 ‘피해산업 지원’ 선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문제는 반FTA 전선이 광범위하게 구성되고 있는 지금, 진보진영 일각에서 이런 이데올로기를 효과적으로 쳐내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FTA(특히 한미FTA)를 ‘강대국 대 약소국’의 문제로 바라보거나, 계급적 역관계를 보지 못하고 협소한 민족 간의 문제로 환원시키거나 내지는 ‘미국’으로 인한 ‘피해’만을 강조하는 나머지 남한 자본에게 면죄부를 줘버리는 오류를 범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FTA를 바라보는 민중적, 계급적 관점이란 무엇인가. FTA가 이윤율 위기를 봉합하기 위한 자본의 기제이자, 스스로 초국적화하여 이윤을 확장하고자 하는 데 필요한 국제 규범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관점 하에서 대응전략을 수립하는 것이다.

FTA는 IMF 및 세계은행과 한통속으로, 후자는 ‘구제금융’이라는 방식을 통해 한 경제와 사회를 신자유주의화한다면, 전자는 ‘무역협정’이라는 빌미를 이용해 신자유주의를 심화시킨다. 이런 사실은 비단 남한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남미와 아시아, 아프리카 대다수 국가들이 모두 비슷한 경험을 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수출로 먹고 사는’ 멕시코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다. 우선 80년대부터 이미 세계은행과 IMF를 통해 신자유주의화되기 시작했으며, 1994년도에는 신자유주의적 자유무역협정의 표본 물론 자유무역협정은 2차 세계대전 이전부터 존재해왔다. 그러나 WTO의 전신 무역관세에관한일반협정(GATT)이 그랬듯이, 양자간 자유무역협정 또한 상품무역과 관세철폐를 중심으로 한 협소한 의미에서의 자유무역협정이었다. 그러나 90년대 초반, GATT가 WTO로 전화하면서 서비스나 지적재산권이 무역협상에 포함됐으며, 비슷한 시기에 체결된 NAFTA도 인간의 삶과 관련된 모든 것을 포괄하는 첫 자유무역협정이었다. 자본가들을 법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분쟁해결절차도 이 때 생겨났다. GATT가 WTO로 바뀌고 전통적 의미에서의 자유무역협정이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직접 수행하게 된 배경에 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전소희, “국제주의적 실천의 비약을 예고하는 반WTO 투쟁”(진보평론 17호)을 참고하라.
이 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체결했다. NAFTA 체결 1년 후 경제위기를 한 번 더 겪었으며, 그래놓고도 수십 개의 양자간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했다. 그래서 한국 정부와 자본이 늘 비교하듯이, 멕시코는 이제 FTA를 34개나 체결하기에 이르렀다. 또한 남한이 맺은 FTA가 아직 2-3년 밖에 안돼서 영향에 대한 명확한 분석이 부재한 상황에서, 또한 미국과의 FTA를 앞두고 있다는 면에서 이미 체결한 지 12년이 된 NAFTA와 NAFTA 체제 하에서의 미국, 캐나다, 멕시코의 사례는 의미심장하다. 물론, 정부나 각종 경제연구소들도 NAFTA 체제 하에서의 멕시코를 자주 언급하곤 한다. 그러나 그들은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자유무역 체제에 대한 화려한 장밋빛 그림을 그리는 데 급급해서인가. 소위 ‘NAFTA 체제’가 장밋빛이 아닌 생지옥을 가져왔다는 사실을 애써 무시한다.

생산성 향상을 통한 일자리 창출?

한국 정부와 각종 신자유주의 ‘싱크탱크’들, 주류 언론은 일체 FTA가 경쟁을 유발하고, 생산성과 외국인투자를 향상, 궁극적으로 전체적인 삶의 질 향상을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한다. 생산성과 외국인투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주장은 사실이다. FTA의 핵심 목표 중 하나가 바로 구조조정이고, 비용을 최소화하여 생산성을 높인다는 것이다. 최근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내놓은 자료 이홍식 외 “한미FTA의 필요성과 경제적 효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www.kiep.go.kr
에 의하면, 한미FTA로 실질 GDP는 0.42%~1.99% 증가할 것이고, 생산성은 0.61%~1.94%, 고용은 -0.51%~0.63%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사실 얼마 되지도 않는 수치 가지고 호들갑을 떨고 있는 셈인데, 기본 논리는 한미FTA로 실질 GDP 및 생산성이 상승할 것이며, 후생효과가 발생하고 고용이 증대하여 결국 양극화가 해소되고 삶의 질이 향상된다는 것이다.
1994년 멕시코 정부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체결할 때에도 똑같은 얘기를 했다. 바로 국경 넘어 있는 거대 경제 미국과 FTA를 체결하면 생산성이 향상되고 외국인투자가 늘어나고 멕시코는 선진국 대열에 오를 것이라는 약속을 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10여년이 지난 후, 완전히 반대 결과 이하 나오는 NAFTA 체제 하 멕시코, 미국, 캐나다에 대한 각종 통계는 Alberto Arroyo Picard, “Impacts of the North American Free Trade Agreement in Mexico” (멕시코 자유무역 반대 행동 네트워크 RMALC) 및 Alberto Arroyo Picard 외, “Lessons from NAFTA: The High Costs of Free Trade” (미주사회동맹 HSA)를 참고한 것임.
가 나왔다.
멕시코, 미국과 캐나다 모두 제조업 생산성이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그리고 표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이는 노동비용을 대폭 절감한 효과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그야말로 노동자에 대한 착취의 고삐를 당겼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 NAFTA를 체결하기 전에는 멕시코의 핵심 수출부문인 마낄라도라(멕시코 북부 지역 섬유, 전자제품, 기계 조립 중심의 제조업 수출 지대)의 국내산 원자재 및 부품 투입율이 80-90%였으나, 2000년이 되자 최고치가 3.1%이었다. 기존의 부품과 원자재 산업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공장은 폐쇄되거나 미국기업의 하청기업으로 전락하였고 노동자들은 해고되거나 그나마 살아남은 노동자들은 하청·비정규직 노동자가 되었다. 구조조정과 공장폐쇄 또는 이전, 노동조건 악화를 소득증대와 ‘삶의 질 향상’, ‘양극화 해소’로 해석한다면 어린 아이도 웃을 것이다.

<표1> 1993년과 2000년 사이 멕시코 제조업 (연평균)
GDP
생산성
고용
노동비용
실질임금
44.5%
45.1%
-0.3%
-29.9%
-7.9%

<표2> 1993~2000년 멕시코, 미국, 캐나다 제조업 생산성 및 노동비용 증가율 (연평균)

멕시코
미국
캐나다
생산성
45.1%
44.4%
13.2%
노동비용
-29.9%
-15.2%
-10.9%


NAFTA가 고용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보다 자세하게 살펴보자. 12년 전 멕시코 정부가 그랬듯이, 한국 정부도 한미FTA가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한다. 굳이 국제노동기구의 공식 정의를 인용할 필요도 없이 길거리에서 아무나 붙잡고 물어봐도 “양질의 일자리”란 정당한 임금, 노동3권과 혜택이 보장되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의미한다고 답할 것이다. 이미 비정규직 비율이 60%를 육박하는 현실 속에서도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악법을 만들어놓고,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노동비용 감축’이 핵심 목표 중 하나인 FTA를 체결하면서 이것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말을 누가 믿겠는가?

우리와 마찬가지로 수출로 먹고 산다는 멕시코 정부는 NAFTA를 체결할 때 마낄라도라를 중심으로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리고 10년 간 약 800만 개 일자리가 만들어지긴 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 800만 개 일자리 중 절대 다수가 처절한 노동조건과 항시적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3개월짜리 비정규직이며, 마낄라도라 노동력의 90%를 구성하는 여성노동자들은 저임금과 성폭력, 인권유린, 노조 탄압 속에서 일하고 있다. 또한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기계, 원자재, 부품 거의 대부분 수입산을 사용하기 때문에 마낄라도라에서의 고용 창출이 기타 산업에서의 생산과 고용 증대로 이어지지 않았다. 가장 중요하게는 다른 부문에서 그보다 더 많은 일자리가 사라졌다는 사실이다. 같은 제조업에서도 마낄라도라 외 부문(특히 부품 및 원자재)에서는 일자리가 오히려 9.4% 축소됐다고 한다.

‘약소국’ 멕시코는 그렇다 치고, ‘강대국’ 미국 노동자들의 상황은 좋아졌나? 한국 자본가들이 공장을 중국으로 이전해버리겠다는 협박을 즐겨 사용하듯이, 미국자본가들은 멕시코로 공장을 이전해버리겠다는 협박 또는 실제 이전을 통해 파업을 저지하고 노동자들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미국은 1995년과 2000년 사이 총 700만개 일자리를 잃었고, 이 중 3분의 1이 제조업에서의 대량 해고에 기인한 것이었다.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을 중심으로 경제를 재편하겠다’는 미국(그리고 한국 정부가 현재 주창하고 있는)의 전략을 통해 서비스산업에서 일자리가 늘긴 했다. 그러나 경제 전체를 걸쳐봤을 때 일자리는 현저히 줄어들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서비스산업으로 이전한 주로 제조업 노동자들의 임금이 평균 13% 줄었으며, 대부분 임시직, 파트타임 등 비정규직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캐나다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캐나다는 NAFTA를 체결하기 전 1989년에 이미 미국과 FTA를 체결했다. 경제 수준이 상대적으로 비슷했음에도 불구하고 미캐FTA(‘CUFTA로 불림’)는 캐나다 노동조건을 현저히 악화시켰다. 미캐FTA와 이후 NAFTA로 캐나다 산업 전반이 구조조정 당하면서 비정규직과 비공식노동이 꾸준히 증가하였고, 실업율은 7.8%에서 11%로 증가했다. 나름대로 높은 수준이라 자랑하던 복지도 대폭 삭감되었다. 미캐FTA가 1989년에 발효될 즈음, 캐나다 정부는 실업급여, 노후연금, 의료 및 교육재정을 대폭 삭감하였다. 그리고 1993년 NAFTA가 발효되기 바로 직전 또 한 차례 공공재정을 삭감했다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한국 정부는 한미FTA에 대해 “성장잠재력이 큰 IT 산업과 자동차 및 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노윤진, “FTA, 일자리 창출·양극화 해소 위한 것", 국정브리핑 www.news.go.kr
라는 주장한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생산성과 경쟁력을 강화해 일자리가 형성될 지 의문이며,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양질의 일자리”가 될 리 만무하다. 이미 IT와 서비스 분야의 경우 비정규직 비율이 상당히 높은 편이며, 자동차도 초국적 자본의 공세 속에서 다단계 하청, 불법파견과 비정규직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성장잠재력이 크다”고 지목한 산업 외 부문에서 발생할 수 있는 대량해고와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정부도, 재계도, 국책연구소도 언급조차 없다.

만약 정부가 현재의 800만 비정규직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거나 차별을 완전히 없앤다고 한다면, 국회에 상정되어 있는 비정규법안을 철회하고 ‘향후 FTA의 결과로 생겨나는 모든 일자리는 반드시 양질의 정규직이어야 하며 어느 산업이든 해고는 절대 할 수 없다’고 못 박는 새로운 법을 제정하겠다고 하면, “FTA가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낸다”는 주장을 한 번 믿어보겠다.

FTA를 체결하는 국가 모두 농민 말살

현재 한국 정부가 체결한 또는 협상 중인 FTA 모두 한국 농업을 말살할 것이라는 바는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농민들의 ‘마지막 보루’인 쌀을 제외하면 한미FTA로 농업총생산액이 2조원 감소하고, 쌀을 포함 WTO 쌀 협상에 대해 농민들이 반발하자 정부는 한미FTA에서 쌀을 제외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미국은 이를 용납하지 않겠다고 하고 있다.
하면 8조원이 넘는 손실을 보게 된다.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농민 수를 40만으로 줄이겠다고 이미 여러 번 발표한 바 있다. WTO와 FTA를 선두로 한 신자유주의 무역자유화 체제가 한국 농업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 앞으로 어떠한 영향을 끼칠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러 번 다루어진 바, 여기에서 상세하게 다루지 않겠다. 전국농민총연맹 홈페이지에 많은 자료가 있다. http://www.ijunnong.net


다만 NAFTA의 사례를 통해 이후 우리에게 닥칠 재앙의 예고편을 보자면, 멕시코의 경우 주식인 옥수수의 20% 이상, 밀의 3분의 1, 쌀의 90%, 콩의 90%를 수입하고 있다. 작더라도 자기 땅에서 경작하던 멕시코 농민들은 절대 다수가 대규모 농장에서 일하는 농업노동자가 되었고, ‘외국인투자’ 효과로 대규모 농장도 결국 초국적 기업으로 통폐합 또는 ‘하청’이 되었다. 농산물 수입으로 소비자들은 가격 인하, 농산물 다양화 등 이득을 보지 않았는가? NAFTA 체제 초기에는 실제 소비자들이 가격 인하 효과를 보았으나, 얼마 후 인플레이션으로 식료품 가격은 350% 이상 높아졌다. 같은 기간 카길, 델몬테, 몬산토 등 주요 초국적 기업들이 순이익은 평균 2~3배 증가했다.

그렇다면 미국 또는 캐나다 농민은 엄청난 수출 효과로 이득을 보았는가? 한국과도 FTA 체결을 협상 중인 캐나다 “우리나라는 현재 캐나다와의 농축산물에 대한 무역수지가 연간 2억달러의 적자(2003년 현재, 수출 2천만달러 수입 2억3천만달러)를 보고 있으며, 만약 FTA가 체결될 시 3~5년간 712억원의 농업부문의 피해가 예상(2004년 서울대학교 연구)되고 있다. 또 FTA 체결시 감귤 배 등 과실류 뿐만 아니라 면류 등 조제식품 분야도 수입이 대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국농민연대 / 신자유주의 세계화반대 민중행동(준) 성명서 2005년 7월 28일)
의 경우, 1989년에서 2002년 사이 미캐FTA와 NAFTA를 경과하면서 농산물 수출이 무려 3배나 증가하였다. 그러나 농가소득은 24% 감소하였고, 농가부채는 2배나 증가했다. 농민 중 16%가 자기 땅으로부터 쫓겨났고, 축산 등 특정 부문의 경우 생산자 66%가 사라졌다. 협동조합은 사라졌고, 초국적 기업들이 농축수산업 모든 부문에서 판을 치고 있다. 미국 상황도 비슷하다. 미국은 일찍이 농업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기업 중심 농업으로 재편하면서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였다. 1992년 농촌인구 중 식량부족에 허덕이는 비율이 이미 36%였는데, 2003년에는 52.4%가 되었다. 미국가족농연합 www.nffc.net
WTO 협상에서 그토록 논란을 일으킨 미국의 막대한 수출보조금도 결국 소농이 아닌 한줌의 독점적 농기업에 지급되고 있으며, 미국 소농들은 캐나다나 멕시코, 한국의 농민과 마찬가지로 부채와 빈곤에 허덕이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투자 극대화를 통한 양극화 해소?

외국인투자가 경제를 살릴 것이라는 이데올로기는 이미 오래 전부터 정부가 주장한 바이다. IMF 구조조정의 혹독함을 견뎌내야 한다는 논리로 이용되기도 하고, 경제자유구역을 만들어야 한다는 근거가 되기도 하고, ‘경직’된 노동시장에 대한 공격으로도 이용된다. 그러나 외국인투자를 통한 국가경제 발전 전략, 또는 이를 통한 경제발전과 고용창출, 삶의 질 향상이란 허상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이미 만천하에 드러나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과 같은 국책연구 기관도 주장하듯이, 멕시코의 경우 1993년 이전에는 미국 투자가 연평균 27억 달러였으나 10년 후 연평균 132억 달러로 늘어났고, 최근에 미국과 FTA를 체결한 싱가포르의 경우 2002년에는 5.3억 달러였던 미국 투자가 2004년에는 66억 달로 대폭 증가하였다. 그러나 FTA나 투자협정에서 보호해주는 투자란 직·간접투자를 모두 포괄하며, 기업, 주식, 채권, 선물과 기타 파생품, 운영·건설 등에 대한 계약, 지적재산권, 라이센스 등 사실상 단기성 투기도 모두 ‘투자’로 둔갑하여 보호해준다. 멕시코의 경우, 급증한 외국인투자는 기본적으로 공장을 새로 짓고 신규 투자를 하는 소위 ‘그린필드 투자’가 아닌 기존 기업을 인수합병하거나 주식과 채권, 선물거래 등 자본시장에서의 돈놀음 -투기- 였기 때문에 그 효과는 경제성장으로 이어지지 않았으며, 멕시코 경제를 오히려 초국적 투기자본에 노출시켜 더욱 위험에 빠뜨렸다. NAFTA가 체결된 1년 후 멕시코에 경제위기가 닥치지 않았는가. 그나마 이루어진 실질적인 직접투자는 특정 부문(역시 마낄라도라 또는 자본시장)에 집중되었고, 초국적 기업의 국제적 수직통합과 ‘내부거래’를 원활히 하기 위한 조치였기 때문에 멕시코 경제 전반에 대한 파급력은 미미했다.

굳이 멕시코를 사례로 들 필요도 없다. 멕시코와 해외자본의 주식시장 점유율 3위와 4위를 놓고 다투는 우리나라의 경우, 2004년 말 기준 주식시장의 43%가 외국자본 소유이다. 그리고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투자자를 보다 철저히 보호해줘야 한다는 이데올로기 속에서 로스차일드, 뉴브릿지캐피탈, 론스타 등 초국적 투기자본이 탈세, 노동자 대량 해고 등 온갖 횡포를 부리고 한국 경제가 투기판이 되어 휘청거리는데도 속수무책인 것이다. 바로 코앞에서 펼쳐 있고 있는 이 광경을 보고도 신자유주의자들은 외국인투자가 “양극화를 해소할 것”이라고 하는 것이다.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

FTA는 기본적인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다. 한편으로는 FTA는 ‘이행의무부과 금지’ 조항을 담고 있어 해외자본에 기술이전, 내국민 고용, 국산 자재·부품 이용, 고용창출 또는 승계, 환경보호 등 국내법에 명시된 ‘의무’를 부과할 수 없도록 한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에서 주장하는 선진 기술 이전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결국 FTA는 해외 혁신자원을 도입하고 그럼으로써 기술 발전을 꾀하기 위한 기제가 아니라 지적재산권으로 철저히 무장한 초국적 기업에 의한, 초국적 기업만을 위한 자원과 기술만 남게 되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WTO가 그렇듯이 FTA도 “무역장벽”의 범위를 대폭 늘려 “관세장벽”에 더해 “비관세장벽”도 모두 철폐할 것을 주문한다. 비관세장벽의 영역에 속하는 것은 경제적·사회적 필요에 따른 각종 규제와 정책이다. 예를 들어, 공기업에 대한 소유제한이라던가 노동, 환경, 공중보건 등 민중의 제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 국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 농민생존권이나 식량안보를 보존하기 위한 정책 등, 이 모든 것은 외국기업이 진출하거나 외국 상품의 수입을 제한하는 것, 이윤 활동을 방해하는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비관세장벽”에 속한다. 즉, 철폐되어야 할 무역장벽의 범위를 대폭 확장함으로써 초국적 자본이 접근 가능한 이윤의 원천을 증대하는 것이다. 더욱 경악스러운 것은 이런 무역장벽 철폐는 권고 사항이 아니라 의무 사항이라는 점이며, 한미FTA의 모델이 될 가능성이 높은 NAFTA나 ‘2004년도 모델 양자간투자협정(BIT)’ 모두 투자자가 직접 국가를 제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악명높은 ’NAFTA 11장‘을 통해 환경오염을 유발한 이유로 영업정지 처분을 당한 미국 기업 메탈클라드는 멕시코 정부를 제소해 1,670 달러 배상금을 얻어냈고, 캐나다 정부는 유독물을 방출한 에틸이라는 기업에 1,300만 달러를 보상해줘야 했다.

지금은 협상이 중단되었지만 2004년까지 박차를 가하던 한일FTA는 비관세장벽의 본질을 극명히 드러내준다. 일본은 한국이 철폐해야 할 ‘비관세 무역장벽’으로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준수할 것, 휴가수당에 대한 사용자의 의무를 철폐할 것, 퇴직금 산출을 유연화할 것, 그리고 노조의 불법 행위에 엄격하고 신속히 대응할 것 등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은 FTA와 관련 한국에 투명성과 효율성 제고, 글로벌스탠다드와의 조응 등 (실내용이 짐작은 되지만) 아직까지는 다소 추상적인 요구를 하고 있다. 그러나 주한 미국 투자자들과 기업들은 우회로를 이용해 이미 한국 정부에 노동을 유연화할 것을 요구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와 한미재계회의는 2005년 9월 21일 `2005년 한미 경제현안 정책보고서'를 발표했다. 여기에서 “공정하고 유연성 있고 개방된 시장을 건설하기 위해, 한국정부에 대한 제안 사항”은 다음과 같다. ① “경영진이 그 재량에 따라 근로자를 고용, 해고, 이전하는 방법으로 글로벌 시장과 현지 시장의 수요 변동과 경쟁압력 변화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② "퇴직연금제도를 확정기여형으로 전환하고 퇴직연금제도와 퇴직금 제도의 이동을 가능하게“ 해야 하며, ③ "외부의 간섭 없이 시장상황과 법률에 따라 자원을 할당하고 사업을 경영할 경영진의 권리를 보호해야” 하며, ④ "단체행동 기간 중 대체 근로자의 투입을 허용함으로써 장기화된 작업중단 기간 중 기업의 장기적 자생력과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⑤ 기업의 업무차질을 최소화하고 노사화합을 촉진하기 위해, 다년임금계약을 도입하고 단체협약의 효력을 현행 2년 이상으로 연장해야” 한다. www.amchamkorea.org
했다. 일본 재계가 한국 정부에 ‘정책 제언’을 한 후 이 요구들 상당 부분이 FTA에 포함된 절차를 보아, 미국 재계의 요구가 FTA에 반영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노골적인 요구들이 FTA를 통해 ‘비관세 무역장벽’으로 정식화되면 이는 단순히 ‘국내법’의 문제가 아닌, ‘국제법’으로서의 위상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FTA는 각종 조항과 장치, 규범을 통해 노동권과 환경권 등 기본적인 인권을 직접 공격하고 있다. 그러나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FTA를 체결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도 국내법 개정을 요구된다는 점이다. 이번 한미FTA 협상의 전제 조건 4가지(스크린쿼터 축소, 쇠고기 수입 금지조치 해제, 새로운 약가정책 도입 중단, 자동차 배기가스 강화 방침 취소)가 전형적인 예이다. 심지어 미국과 FTA를 체결하기 전 캐나다는 미국의 ‘글로벌스탠다드’에 맞춰 헌법을 전체적으로 뜯어 고쳤으며, 멕시코의 경우 ‘외국인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외국인의 공유지 소유를 금지하고 있는 멕시코 혁명의 산물인 헌법 27조를 없앴다.

이런 FTA에 대한 선결조건들은 그 하나하나가 갖는 의미와 효과도 막대하지만 민주주의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이기 때문에 더욱 문제이다. FTA는 초국적 자본에게 한 국가의 정책을 만들고 없앨 권한까지 사실상 부여해주는 것이며, 국가는 철저히 초국적 자본에 복무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그러한 의미에서 현재 노무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공공서비스 시장화 정책, 비정규 확산 악법 제정, 노사관계로드맵 법제화 등은 비록 명시적인 WTO나 FTA 규정이 아니더라도 사실상 직접적인 연관을 맺고 있으며, 상호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다. 한미FTA를 비롯한 이 모든 FTA들은 체결 후 20년 간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 잠시 상상을 해보자. 만약 FTA의 효과로 국내법을 모두 고치고, 공공서비스 모두 사유화해버리고, 온갖 규제를 모두 없앴는데, 이에 반하는 친민중적 정권이 들어섰다고 치자. 만약 FTA를 무효화하려 하면 미국을 비롯한 FTA 상대국들은 무역보복을 할 것이며, FTA 하에서는 충분히 할 ‘권리’가 있다. 이런 ‘무역보복’이 단순한 ‘경제 제재’가 아닐 수도 있다.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도 않은 베네수엘라의 경우만 보더라도 ‘보복’이 어떤 것일 수 있는지 너무 극명하다.

남한 자본도 분명한 수혜자

몇 년 전만 하더라도 한국 정부는 세계화가 대세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기 때문에, 압력이 너무 거세기 때문에 FTA를 체결한다고 했다. 그러나 정부의 ‘줏대 없음’에 대해 비판이 쏟아지자 요즘은 우리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요구 사항을 관철시킬 것이며, 협상도 우리가 주도할 것이라고 선전한다. 특히 일본이나 미국 등 강대국들과의 협상을 앞두고 이런 말을 더욱 강조한다. 진보진영 일각에서도 특히 미국에 끌려 다니는 행동을 비판한다. 물론 타당하다. 원래 미국이 장기적 FTA 대상국에서 초 단기적 대상국으로 급선회했다는 점에서 보나 미국이 FTA를 통해 제국주의적 이해관계를 관철하려 한다는 면에서 보나 미국의 압력이 상당히 강하게 작동하고 있으며, 한국 정부는 이에 대응하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오히려 ‘우리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기 때문에 주도적으로 하겠다’는 정부의 주장도 절대 틀린 말이 아니다. 한국 자본이 FTA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며, 분명한 이해관계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70-80년대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과잉생산과 이에 따른 이윤율 압박을 타개하기 위해 신자유주의 정책을 도입하기 시작했고, 자본은 IMF와 세계은행을 앞세워 제3세계에 대한 구조조정과 시장 침투를 전개한다. 그리고 90년대 중반부터는 이전 GATT 체제보다 훨씬 광범위하고 강력한 WTO를 출범시키면서 더욱 힘을 받게 된다. 즉, 대내적 자본의 위기를 무마하기 위해 해외 시장을 개척하고, 새로운 이윤의 원천을 찾아 나선 것이며, 이를 보장하기 위해 국제 기구와 규범을 만들어낸 것이다.

현재 한국 또한 이러한 경로를 밟아나가고 있다. 외교통상부의 ‘FTA 로드맵’도 밝히고 있듯이, FTA 추진 배경에는 “우리 경제의 생산성 한계 노정”이 자리 잡고 있다. 한편으로는 기업의 도산과 합병, 구조조정을 통해 ‘정리’를 하고, 사실상 초국적 자본이 된 일부 재벌기업이 WTO나 FTA를 통해 해외 시장을 개척하고 새로운 이윤의 원천을 찾아 나설 수 있게끔 해주는 것이다. FTA가 특정 산업(자본)에는 ‘이득’이 된다는 점, 공기업도 이윤 극대화를 위해 해외로 진출하고 있다는 점, A 국가와의 FTA를 통한 ‘피해’를 B 국가와의 FTA로 보상해주기 위해 FTA를 동시다발로 체결한다는 점 예를 들어, 자동차 업계는 한일FTA에 반발하면서 일본과의 FTA를 체결하기 전에 중국 또는 아세안과의 FTA를 먼저 체결하라고 주문했다. 한일FTA는 결국 독도나 역사교과서 등 외교적 마찰로 중단되었지만, 업계의 요구를 받아들인 측면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래서 지금 아세안과 FTA를 서두르고 있으며, 미국과의 FTA로 자동차업계에 이득이 될 것이라는 선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 개성공단을 FTA에 대한 완충지대로 활용한다는 점 개성공단에서 만든 제품도 수출 시 특혜관세를 부여하도록 하는 조항(원산지규정)을 FTA에 삽입하는 것이다.
모두 이를 증명해준다. 또한 IMF가 그랬듯이 FTA라는 외부적 ‘충격’을 통해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강제하고 국내 자본의 집중화를 높이겠다는 것도 중요한 목표이다. 결국 FTA는 대내적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하여 소수 자본을 중심으로 경제를 재편하고, 그 소수의 자본이 초국적화하여 해외 시장을 확보함으로써 이윤율을 유지하도록 보장하는 것이다.

민중에겐 ‘피해’산업도 ‘성공’산업도 없다

현재 한국 정부는 한편으로 막바지에 이른 WTO 도하개발의제 협상에 충성을 다하면서도, 여러 FTA를 동시다발 체결하려 하고 있다. 그리고 또한 반노동자, 반농민 정책에 혈안이 되어 있고, 공공 서비스 사유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WTO나 FTA에 대응은 이런 맥락에 기반을 둬야 한다.

먼저, 자본이 이윤을 확대하고 더욱 원활히 초국적화하기 위한 기제로서 FTA의 본질을 정확히 인식해야 한다. FTA는 특정 ‘독소 조항’의 문제가 아니라 그 자체가 자본의 이해관계에 복무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폭로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FTA가 단순한 ‘무역’ 협정이 아니라는 점, 체결을 하면 ‘국제법’으로서 역할을 하게 됨으로써 기본적 민주주의까지 침해하는 정치적 협정이라는 점을 폭로해야 한다. 이것은 곧 FTA를 협소한 민족문제로 바라보거나, 남한의 경제적·정치적 나약함을 탓하는 것으로 FTA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FTA를 ‘국가와 국가 간 무역협정’으로 보는 것은 자본의 입장이다. 우리는 오히려 FTA란 국제적·일국 차원에서의 계급적 공세라고 규정해야 한다. 물론, 미국이 강대국이고, 거기에 비해 남한은 약소국임은 분명하다. 정치, 군사, 경제 등 모든 면에서 힘이 약해 미국에 질질 끌려 다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가 분명히 해야 할 것은 한미FTA는 미국의 초국적 자본이 남한 자본과 손을 잡고 미국과 남한 민중 모두에 가하는 공세라는 점이다. 또한, ‘국가 대 국가’ 또는 ‘민족 대 민족’ 식 시각은 ‘민족산업 보호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 2004년 8월, 한일FTA 협상이 경주에서 개최됐다. 당시 민주노총 금속연맹을 중심으로 경주에서 한일FTA 반대 집회를 진행했다. FTA를 반대하는 노동자들의 첫 대중집회라는 측면에서 매우 고무적이었지만, 한일FTA가 특히 자동차 완성차산업을 파멸시킬 수 있다는 위협 속에서 이 집회의 핵심 구호와 선전물은 ‘애국노동자 단결하여 민족산업 보호하자’였다. 자동차업계도 한일FTA는 시기상조라고 규정하면서, 자본과 노동자가 한 목소리를 내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이런 오류는 한미FTA에 대응하는 데 있어서도 충분히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하며, FTA의 계급적 본질은 사라져버린다. 이러한 면에서 국제주의적 시각 속에서 국제연대를 실천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피해산업 대 성공산업’ 이데올로기도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정부와 자본은 이와 같은 이데올로기를 이용해 반대세력을 포섭함으로써 저항을 관리하고자 하는 것이다. 칠레, 일본, 미국과의 FTA에 저항이 거세게 나오자 정부는 중소기업과 농업 등 소위 ‘피해’ 산업에 지원을 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한다. 실제로 정부는 한칠레FTA로부터 막대한 피해가 예상됐던 농업에 119조원을 투입한다고 약속했고, 일본과 미국과의 FTA를 대비해 제조업, 특히 중소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방안을 내놓을 것이고 하며, 영화산업에도 4,000억 지원한다고 한다. 그러나 금액이 충분한지 여부를 떠나 이런 ‘지원금’이 결국 이들 ‘피해’산업의 구조조정을 더욱 가속화하기 위한 재정이라는 사실은 너무나 자명하다. 민중에게 있어 ‘피해’산업과 ‘성공’산업이란 없다. 총체적 재앙만 있을 뿐이다. 민중에 대한 ‘피해’는 어느 특정 ‘산업’에 국한된 것이 아니며, 결국 피해‘산업’ 보호는 초국적 자본 공세 속에서 떡고물을 기대하는 국내자본 보호이지 민중의 이해관계와는 거리가 멀다. 심지어 진보진영 일각에서도 피해 및 성공 ‘산업’의 손익계산서를 지나치게 강조하기도 하고, 수출이 증대하면 그만큼의 혜택이 노동자에게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한미FTA를 통해 대미 수출이 증가하긴 할 것이다. 외국인투자도 증가할 것이다. 통계수치상 일자리가 약간 늘어날 수도 있다. 그러나 자본에 의한, 자본을 위한 수출증대이자, 투자 급증이고, 자유화이다. 수출효과에 대한 기대는 신자유주의자들의 이데올로기와 다를 바 없다.

WTO도 물론이거니와 현재 정부는 미국 뿐 아니라 다른 여러 나라와의 FTA에 대한 포괄적인 대응논리를 만들고 대응해야 한다. 최근에 예비협상을 시작했고, 6월 본협상을 앞두고 있는 한미FTA가 요즘 좌우를 막론하고 초미의 관심사이다. 이는 상대가 ‘미국’이게, FTA 규모가 워낙 크기에, 북핵과 개성공단 등 민감한 문제가 걸려 있기에, 미국이 FTA를 통해 동아시아지역 군사 헤게모니를 강화하려 하고 있기에 그러할 수밖에 없다. 또한 미국과의 FTA를 저지하면 신자유주의 무역체제의 신화를 깰 수 있다는 전술적 의미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현재 정부가 아세안 및 캐나다와도 FTA를 협상하고 있으며, 멕시코 및 인도와는 FTA보다 수위가 낮지만 마찬가지 본질을 갖는 포괄적 경제협정을 맺으려 한다는 사실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한일FTA와 한아세안FTA의 관계(각주 10)를 통해 보았듯이, 한 FTA를 다른 FTA의 탈출구로 이용하고 그럼으로써 저항을 무마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미국과의 FTA에 저항이 더욱 거세지면, 아세안이나 멕시코, 기타 저개발 국가와의 FTA를 통해 살길을 만들어주겠다는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아세안 국가들의 영화시장을 개방하게 만들어 한류열풍을 통한 시장 확보를 보장해주겠다는 ‘대안’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한국통신 등 서비스기업들이 해외 시장을 개척할 수 있도록 보장하겠다는 ‘대안’도 이미 실행 중이다. 이에 우리는 어떠한 논리로 대응할 것인가?

마지막으로, 남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노동유연화 정책, 농민말살 정책, 공공서비스 사유화 정책과 WTO 및 FTA 등 자유무역 질서를 통합적하고 사고하고 대응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아직까지 진보진영 내 당면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반대’와 ‘반세계화’를 분리시켜 별도의 것으로 사고하는 경향이 있다. 위에서 여러 번 언급했듯이, WTO와 FTA는 ‘무역’을 빌미로 신자유주의를 강제하기 위한 국제적 기제이며, 현재 진행 중인 노사관계로드맵, 비정규 투쟁, 사유화 저지 등은 국내법을 이용한 공세이다. 물론, 현실적으로 정세에 따라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국제적 협정이든 국내 정책이든 서로 연장선상에 있다는 사실을 지속적으로 교육하고 선전하고 폭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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