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빠진 아름다운 마을 오현리

$현장$

 

 

어느 날 저녁, 촛불문화제에 가기위해 길을 나섰다가 작은 전율을 느끼며 자전거를 세웠습니다. 저를 잡은 것은 다름 아닌 반딧불이었습니다. 아침이면 각종 새들이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를 부릅니다. 저녁 하늘은 심심치 않게 유성을 보여줍니다. 도토리를 열심히 먹는 청설모는 사람이 다가가도 도망갈 생각이 없습니다. 따뜻한 여름이 되면 수천마리의 백로가 산등성 하나를 가득 채웁니다. 아름다운 계곡에서 잡은 물고기들로 매운탕을 끓여 술 한 잔을 나누는 정이 깊고 인심이 좋은 평화로운 마을 오현리가 위기에 빠져있습니다.

제가 주민대책위 간사로 오현리에 들어 온지 100여일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마을을 지키기 위해 지난 8월 1일부터 시작한 ‘무건리훈련장 확장 반대를 위한 주민촛불문화제’도 다음달 8일이면 100일을 맞이하게 됩니다. 맨 처음 마이크를 들고 긴장된 모습으로 사회를 보시던 주민대책위 형님, 형수님들이 이제는 선수가 되었습니다. 이야기와 노래를 청하기가 그렇게 힘들었는데, 이제는 미리 말씀 드리지 않아도 사회자가 시키면 거절하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어떤 고통이 따르더라도 촛불을 이어가는 주민들의 모습이 너무나 존경스럽습니다.  

국방부는 지난 9월 4일, 무건리훈련장 확장을 위한 사업승인을 경기도 관보에 고시했습니다. 이제 강제로 주민들의 터전을 빼앗겠다는 의도를 명백히 밝힌 것입니다. 그러나 주민들은 이러한 상황을 이미 예상하고 있었고 자신들의 묘비를 제작하여 고향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었습니다. 묘비를 들고 국방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을 보며 계속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뿌리를 지키는 일은 정신을 지키는 일입니다. 주민들에게 오현리는 400여 년간 지켜온 뿌리이고 정신입니다. 그것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묘비를 제작한 것입니다.

민족 최대의 명절 한가위가 끝난 직후 오현리에는 지금껏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던 비극적인 일이 발생했습니다. 통보도 없이 기습적으로, 그것도 전경 1개 중대와 사복경찰들을 대동한 토지공사 직원들이 지장물 검사를 하기 위해 불법적으로 가택에 침입했고 이에 항의하던 주민 7명을 강제 연행했습니다. 이것에 항의하고 석방을 요구하며 파주서 앞에서 촛불문화제를 하던 주민과 시민단체 회원 30여명이 추가로 연행되었습니다. 이 중에는 아버지의 석방을 요구하던 고1, 고3의 남매도 있었습니다. 이 사건으로 주민들은 평생 처음으로 경찰서 유치장에서 이틀을 보내야 했고, 세분은 구속영장이 신청되어 영장실질심사까지 거친 후 석방되었습니다.

국방부는 이 사건으로 주민들이 위축되기를 바랐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국방부의 뜻대로 순순히 따라 주리라 기대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주민들은 더 강해졌습니다. 경찰서 안에 있던 주민들은 촛불문화제를 걱정했고, 밖에 있는 주민들은 낮에는 석방을 위해 노력하며 면회를 다니고 밤에는 촛불문화제를 지켰습니다. 모든 주민들이 석방되던 날에는 작은 잔치를 벌이며 서로의 마음을 격려했습니다. 주민들의 촛불문화제는 작은 축제입니다. 그리고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우애를 다지는 장입니다.

벌써 3주째 아침 9시30분이면 주민들이 모입니다. 지장물 검사와 감정 평가를 저지하기 위해서입니다. 토지공사 직원들은 한 조당 사복 2~3명, 전경 6~8명을 끌고 마을을 휘젓고 있습니다. 주민들도 조를 나눠서 이들을 따라다니며 지장물 검사를 반대하며 마을을 지키고 있습니다. 처음 며칠은 원래 고향을 떠나려하던 몇 사람의 집을 조사하면서 순박한 주민들을 협박, 회유하며 다녔습니다. 저녁이 되면 전화를 걸어 ‘지금 지장물 검사를 받지 않으면 보상을 못받는다.’거나 ‘무허가 건물을 가지고 있던데, 지금 검사를 받아야 무허가 건물도 보상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로 주민들을 회유합니다. 주민대책위도 마을을 다니며 이에 대응해서 주민들을 직접 만나 설명하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오현리에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길은 주민들이 굳게 단결하는 것과 평통사같은 시민단체들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주민들에게 힘을 더하는 것입니다.

촛불문화제에서 한 초등학생이 불렀던 노랫말이 떠오릅니다. ‘무지개 연못에 웃음꽃 피기 위해 일곱 번 넘어져도 일어나서 피리를 불어라’하는 ‘개구리왕눈이’ 노래입니다. 오현리 주민들은 그런 각오가 되어있습니다. 일곱 번이 아니라 칠백 번 넘어져도 일어날 것입니다. 그게 고향을 지키는 길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