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기고 / 기간제 교사가 기간제 교사에게

성과급 집단 청구소송에 함께 해요

저는 11년째 기간제 교사로 살고 있습니다. 그동안 저는 교사로서 살았지, 기간제 교사로서 살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학교에서는 제가 기간제 교사임을 각인시키는 일들이 항상 일어났습니다. 학년 초 시간표를 짤 때 기간제라는 이유로 수업을 더 맡아야 했습니다. 또 공개수업이나 연구수업 등 귀찮고 골치 아픈 업무는 내게 맡겨졌습니다.
 
어떤 때는 그 업무를 잘 안다는 이유로 내 업무가 아닌 일도 해야 했습니다. 학생들을 지도해서 대회에 나가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으나 기간제 교사는 공적조서를 쓸 수 없다는 이유로 다른 교사가 한 일로 해야 했습니다.
 
방학 때도 기간제 교사는 15일을 근무해야 월급을 줄 수 있다고 해 방학 중에도 출근했습니다.
 
업무 더 해도 받지 못하는 성과급

특히 기간제 교사가 비정규직 노동자로 차별받고 있음을 절감하게 한 것은 성과급이었습니다. 정규직 교사들에게 성과급이 지급됐으나 공무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기간제 교사는 성과급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물론 성과급은 기본적으로 폐지돼야 할 제도입니다. 그러나 정규직 교사와 똑같이 업무분장을 받고, 때로 그들보다 더 많은 일을 하는데도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는 것은 명백한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입니까?
 
그동안 호봉수 제한은 있었으나(2년 전에 풀림), 급여는 정규직 교사들과 차이 없이 자신의 경력 연한에 따라 받았습니다. 이런저런 불편부당한 일이 있지만 급여 덕분에 차별을 덜 느껴 위안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성과급이 들어오면서 차별은 심화됐습니다.
 
이미 승소한 기간제 성과급 소송

그런데 이번에 정규직 교사가 발 벗고 나선 기간제 교사 4명의 소송에서 이겼다는 소식과 함께, 기간제 교사 성과급 지급 집단소송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반갑고 놀라웠습니다.
 
반가운 것은 이 소송이 비정규직의 설움인 정규직과의 차별을 완화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놀란 것은 전교조가 이 소송을 지원하고 있다는 것 때문입니다. 정규직 교사들은 우리의 적이 아니라 동지임을 깨닫게 되는 순간입니다.
 
소송에 필요한 서류를 준비하면서도 망설이는 분들이 있습니다. 정말 이길 수 있을까, 정부가 돈이 없다고 하는데 돈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미 소송을 제기한 교사 4명이 1심에서 승소했다고 하니 분명 승산이 있습니다. 설령 이기지 못하더라도 기간제 교사들이 목소리를 내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교육공무원 인정 않는 입막기 성과급 반대

최근 교과부가 내년부터 기간제 교사에게도 성과급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물론 이 방안은 정규직 교사들의 지급액보다 적은 금액일 뿐 아니라, 법원 판결과는 달리 기간제 교사가 교육공무원임을 인정하지 않고 별도의 지급 방안을 마련한 것에 불과합니다. 그럼에도 이런 변화는 기간제 교사들의 부당함을 알리고 개선을 위해 목소리를 낸 교사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한 가지 걱정은 소송을 한 기간제 교사들의 블랙리스트가 만들어져 기간제 교사 채용에 불이익을 당하지나 않을까 하는 불안감입니다. 한 달 봉급에 조금 못 미치는 성과급을 받겠다고 소송을 했다가 오히려 기간제 교사 생활도 못하는 거 아닌가 하는 것이지요.
 
정당한 권리 찾기 포기 말자

충분히 가질만한 걱정이지만 이것이 두려워 소송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영원히 차별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오히려 모든 기간제 교사들이 흔들림 없이 소송을 함으로써 저들에게 빌미를 주지 말아야 합니다. 정당한 권리 찾기가 일자리를 뺏기는 이유가 된다면 우리는 또다시 싸워야 합니다.
 
끝으로 전교조 선생님들께 부탁드립니다. 기간제 교사들끼리 서로 연대하여 조직하고 있으나 불안해하는 교사들이 많습니다. 이럴 때 전교조 선생님들도 함께 힘써주셔야 합니다. 비정규직의 문제는 비정규직만의 싸움으로 성공할 수 없습니다. 우리에게 있는 가장 큰 힘은 연대입니다. 기간제 교사들이 용기 있게 소송에 참여할 수 있게 지원해주시고, 이 사실을 모르는 기간제 교사들에게 적극적으로 안내하여 한 명이라도 더 소송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함께 해주시길 부탁합니다.
태그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박 혜 성 서울 광진중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