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진ActOn] SF, 어떻게 고를까

가끔 SF를 읽고 싶은데,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추천을 해달라는 분이 종종 있습니다. 그런 분들을 위해 이번 달에서는 초보자로서 괜찮은 SF 골라 읽는 방법을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국내에 출판된 SF 책이 워낙 적고, 그나마 초판이 나오고 난 직후 품절되는 것이 관례라고 할 정도로 금방 서점에서 사라져버리기 때문에, SF 소설을 '골라서' 읽는다는 것은 실은 남의 나라의 행복한 팬들의 이야기일 뿐이긴 합니다만, 그래도 꾸준히 나오고 있는 SF 소설들을 다 읽을 수는 없으니 고르긴 골라야 되겠지요. 다음만 주의해서 고르시면 그나마 '대충' 괜찮다고 소문난 작품을 읽으실 수 있으실 것입니다.

1) 수상작 골라 읽기

우선 SF에 문외한들로서 가장 쉽게 책을 고르는 방법은, SF 관련 상을 수상한 작품을 찾아서 읽는 것입니다. 이런 상을 받은 작품들이 가장 좋은 작품은 아니겠지만, 팬들이나 작가들에 의해 한번 걸러진 작품들이니, 최소한 최악은 면할 수 있습니다.

- 휴고상(Hugo)과 네뷸러상(Nebula)
둘 다 미국의 SF 문학상으로서, 현재 SF계에서 최고의 권위를 가진 상입니다. 휴고상은 SF 팬들이 매년 뽑는 상이고, 네뷸러상은 SF와 판타지 작가들이 뽑는 상입니다. 그래서 보통 휴고상은 흥행이나 재미가 기준이 되는 경우가 많고, 네뷸러상의 경우 작품성이 뛰어난 경우가 많습니다. 국내에 SF가 번역될 경우 휴고나 네뷸러 상을 받은 작품은 반드시 책에 광고문구로 표시가 되어 있습니다. 휴고나 네뷸러 중 하나만 받아도 꽤 괜찮은 작품이라고 불리는데 손색이 없는데, 두 상을 모두 받은 경우라면 소위 말하는 평론과 흥행에 모두 성공한 경우라고 할 수 있겠지요. 아래는 역대 SF 중 휴고와 네뷸러를 동시에 수상했던 장편 소설 목록입니다. (책 제목 중 한글은 국내에 번역되어 있는 책이고, 영어 제목은 아직 번역이 안 된 경우입니다)

아이작 아시모프 < The Gods Themselves >, 데이비드 브린 < Startide Rising >, 로이스 맥마스터 부졸드 < Paladin of Souls >, 올슨 스콧 카드 <엔더의 게임>, 올슨 스콧 카드 <사자의 대변인>, 아서 C 클라크 <라마와의 랑데뷰>, 아서 C 클라크 <낙원의 샘>, 닐 게이먼 < American Gods >, 윌리엄 깁슨 <뉴로맨서>, 조 홀드먼 <영원한 전쟁>, 조 홀드먼 < Forever Peace >, 프랭크 허버트 <듄>, 어슐러 K 르 귄 <어둠의 왼손>, 어슐러 K 르 귄 <빼앗긴 자들>, 본다 N. 맥킨타이어 < Dreamsnake >, 래리 니븐 <링월드>, 프레드릭 폴 < Gateway >, 코니 윌리스 <둠즈데이 북>

- 그 외에 존 W 캠벨 상 (John W. Campbell), 아서 C 클라크 상(Arthur C. Clarke), 필립 K 딕 상(Philip K. Dick), 제임스 티트리 쥬니어상 (James Tiptree, Jr.) 등이 있습니다.

2) SF의 명인, 그랜드 마스터

'데몬 나이트 기념 그랜드 마스터상(Damon Knight Memorial Grand Master)'은 네뷸러상과 마찬가지로 '미국 SF, 판타지 작가협회'에서 매년 시상하는 상입니다. SF나 판타지에 기여한 업적이 탁월한 사람들에게 주어지는데, 이 상을 받은 사람은 '명인(Grand Master)'이라고 불리게 됩니다. 그랜드 마스터의 작품이라면 아무 SF나 집어 들어도 크게 실망할 일은 없을 것입니다. 아래는 그동안 그랜드 마스터로 선정된 사람들의 이름입니다. 대부분 SF 작가들인데, 판타지 작가와 평론가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랜드 마스터의 작품들은 국내에도 한두 편씩 번역되어 있으니 잘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제임스 건(James Gunn), 할란 엘리슨(Harlan Ellison), 앤 맥카프리(Anne McCaffrey), 로버트 실버버그(Robert Silverberg), 어슐러 K. 르 귄(Ursula K. Le Guin), 필립 조세 파머(Philip Jose Farmer), 브라이언 W. 앨디스(Brian W. Aldiss), 할 클레멘트(Hal Clement), 폴 앤더슨(Poul Anderson), 잭 밴스(Jack Vance), A. E. 밴 보그트(A. E. van Vogt), 데몬 나이트(Damon Knight), 프레드릭 폴(Frederik Pohl), 레스터 델 레이(Lester del Rey), 레이 브래드버리(Ray Bradbury), 알프레드 베스터(Alfred Bester), 아이작 아시모프(Isaac Asimov), 아서 C 클라크 (Arthur C. Clarke), 앙드레 노턴(Andre Norton), 프리츠 라이버(Fritz Leiber), L. 스프래이그 드 캠프(L. Sprague de Camp), 클리포드 D. 시막(Clifford D. Simak), 잭 윌리엄슨(Jack Williamson), 로버트 A. 하인라인(Robert A. Heinlein)

3) 초보자라면 소프트 SF부터 읽자.

SF는 크게 하드 SF와 소프트 SF로 나뉘는데, 하드 SF의 경우에는 물리학이나 생물학 등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이 없으면 상당히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공계를 전공한 사람은 하드 SF가 과학적으로 논리적인 상상력에 흠뻑 빠질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줄거리조차 이해하기 힘든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니 이공계열을 전공하지 않은 SF 초보자는 소프트 SF부터 읽는 것이 무리 없이 SF의 재미를 즐기는 방법이라 생각됩니다. 하드 SF는 대체로 책 표지에 '하드 SF'라고 소개되어 있으며, 사회과학 SF는 주로 소프트 SF로 분류됩니다.

4) '공상과학'이라고 쓰여진 책을 피하라.

국내에서 SF를 전문으로 번역하는 출판사나 번역가들, 그리고 팬들은 절대로 SF를 '공상과학'이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보통 '과학소설'이나 'SF'라는 용어를 사용합니다.) 책의 표지나 광고에 '공상과학'이라고 쓰여진 책은 그 출판사와 번역자가 SF라는 장르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으므로, 작품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고 SF에 대한 번역이 서툴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런 책은 읽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5) SF 관련 자료 링크


- 국내 SF 관련 자료 홈페이지
• SF Readers Wiki (SF 관련 자료 검색) : http://wiki.sfreaders.org/
• 직지 프로젝트 (70년대에 발간되었던 '아이디어 회관'을 복원하는 프로젝트) : http://paedros.byus.net/sfjikji/
• SF 동호회 멋진 신세계 (SF 동호회) : http://bnw.or.kr/
• 조이 SF (SF 동호회) : http://www.joysf.com/
• The 3rd Eye (SF 관련 비평, 번역 등) : http://inkeehong.com/
• 행복한 SF(SF 전문 출판사) : http://happysf.net/
• 판타스틱 (장르 소설 월간지) : http://www.fantastique.co.kr/

- 국외 SF 관련 자료 홈페이지
• The Locus Index to Science Fiction Awards (SF 문학상 데이터베이스) : http://www.locusmag.com/SFAwards/
• The Internet Speculative Fiction Database (SF 소설 데이터베이스) : http://www.freesfonline.de/
• Locus Online Links Portal (SF 관련 링크 모음) : http://www.locusmag.com/Links/Portal.html


처음에는 이런 자료를 참고해서 SF를 찾아볼 수밖에 없지만, 아마도 몇 편을 읽다보면 나름대로 자신만의 기준도 생기고, 좋아하는 작가도 생기리라 생각됩니다. SF는 하부 장르도 다양하고 작가들마다 편차도 무척 큰 편이니까, 처음에는 고루고루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혹시 더 궁금한 사항이 있으시거든 덧글로 질문을 남겨주시면 최대한 제가 아는 한도내에서 답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출처: 웹진Ac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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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 휴고상 , 네뷸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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