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나누기

소통의 두드림

문화연대 소식지 "상상나누기" 2010년 9호 후일담 1

 

소통의 두드림

-문화연대와 의성공고가 함께한 특별프로젝트 소통의 두드림으로 입시교육의 벽을 넘다

정소연
(문화연대 대안문화센터 활동가)


‘두드린다’


우리는 보통 무언가를 열기 위해 ‘어떤 것’을 두드린다. 나의 존재를 알리고, 너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서 말이다. 가장 열기 힘든 것은 아마도 사람의 마음이지 싶다. 어떻게 두드려야 할지 어디를 두드려야 열릴지 감히 짐작할 수조차 없지 않은가. 꽤나 어려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 아프리카 전통 악기인 잼베를 두드린 사람들이 있다. 심장의 울림을 닮은 흥겨운 잼베 리듬으로 귀가 아닌 가슴을 울린 경북의성공고의 “소통의 두드림”이 12월 22일 진행되었다.


한 겨울이라고 하는 것이 무색할 만큼 따뜻하던 12월 22일. 경북 의성에 위치한 의성공업고등학교의 강당에서는 신명나는 한 판 벌어졌다. 언제나 역동적인 소리의 소통을 만들어가는 드럼서클의 나모리 이영용의 리드 속에 의성공고 강당 안 학생들의 손놀림이 빨라지고, 그들이 만들어내는 잼베 리듬은 학교 담을 넘고. 흥겨운 아프리카 리듬을 쏟아내는 ‘라퍼커션’의 멤버들의 공연이 이어지자 조용한 시골학교엔 뜨거운 삼바리듬이 가득하다.


지난 1년간 문화연대와 의성공고는 “소통의 두드림” 이라는 이름의 재활용 악기제작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악기라고는 한 번도 다뤄 본 적이 없는 스무 명의 건장한 청년(?)들과 경북의성이 낯설기만 한 서울의 문화연대 활동가, 빠듯한 시간과 재정 속에서 늘 고군분투한 의성공고의 고민은 무엇이, 어떻게 가능할지에 대한 막막함으로 시작했다. 대한민국의 공교육이라는 것이 ‘조금이라도 다름’ 을 용납하지 않음을 잘 알고 있었기에 아주 작은 시도(간식을 먹는 것까지도)들도 버거웠고 숨 가쁘게 흘러가는 일정들 속에서 원래의 흐름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러나 단지 책상을 두들기는 것만으로도 발산되는 열정과 페트병으로 만든 악기를 연신 두드리며 ‘도레미’를 찾는 진지함 가득한 청소년들의 욕심은, 변화는 1년을 빈틈없이 꽉 채우고도 모자랐다.


처음부터 어떻게 만들어야 한다는 공식이 없이 시작한 재활용악기제작은 각자가 원하는 소리를 각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제작한다. 어차피 정답은 없으니 모두의 창작품은 서로의 소리를 표현하는 악기로 탈바꿈 된다. 누가 얼마나 잼베를 잘 연주 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서로의 소리를 듣고 움직이며 눈을 마주치고 웃는다. 기량을 뽐내는 것이 아니라 두드림으로 이야기하는 순간. 그 순간의 소중함과 즐거움을 느끼는 그 순간 소통은 이미 이루어져 있다. 


유행처럼 소통을 이야기 한다. 시장에서 어묵을 사먹으면 서민과 소통이 되는 것으로 생각하는 어떤 분이 이야기 하는 소통은 소통이 아니다. 우리가 원하는 소통은 결국 자신을 비우고 귀 기울이는 과정을 통해서 이뤄질 수 있다. 교사로서가 아니라, 학생이기 때문에가 아니라 둥글게 모여 앉아 있는 지금 이 순간. 서로의 손을 통해 전달되는 소리를 나누듯 마음을 나누는 것에서부터 소통은 시작된다.


꽤나 빡빡한 일정과 여러 가지의 난관 속에서도 ‘소통의 두드림’은 1년을 무사히 잘 마쳤다. 물론 여전히 공교육 안에서의 다름의 시도들은 쉽지 않다. ‘잠깐 쉬는 일’ 정도의 취급을 받는 문화교육으로 입시교육의 장벽을 뛰어넘기 역시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이번 의성공고 프로젝트로 모두가 함께 어우러져 즐거울 수 있는 ‘한 판’ 의 즐거움에 대한 가능성을 확인하고 보 다 다양한 시도들이 학교 안에서, 교육 안에서 필요함을 느끼게 하는 시간이었다. 여전히 대한민국의 교육은 즐겁지 않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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