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나누기

1시 59분, 나머지 1분의 민주주의

문화연대 소식지 "상상나누기" 2010년 12호 밥보다 문화

 

1시 59분, 나머지 1분의 민주주의

 

김성윤
(문화사회연구소 연구원)


끝내 재범의 JYP엔터테인먼트 전속계약이 해지됐다. 2PM에서 영구 탈퇴한 것이다. (관련기사보기) 재범을 학수고대하던 나머지 여섯 멤버들도 이를 받아들였다고 한다.

 

그럴 리가…. 패닉이다. JYPE를 믿어도 되는 것인가.

 

당연히 팬들은 믿지 않고 있다. 사생활 문제라니! ‘며칠 전부터 증권가 찌라시에서 재범의 섹스스캔들이 나오더니 혹시 언론플레이는 아닐까.’ ‘<강심장>에서 준호가 아무렇지 않게 재범의 이름을 말하고, <승승장구>에서 오전반 슬옹이 재범을 보석이라 했던 말은 뭐란 말인가.’ ‘그리고 태국 투어 중 쿤이 재범을 가장 부러워한다던 말은 또 뭐란 말인가.’ ‘정황이 이런데도 6PM이 재범의 탈퇴를 받아들였다고?’

 

믿지 못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오해와 의혹이 커지는 이유는 간단하다. JYPE가 비민주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더 많은 민주주의를 원하기 때문이다.

 

연달아 깨진 약속

 

재범의 계약 해지가 발표되기 이틀 전(2월 23일), 2PM 팬들은 JYPE에 <2PM 팬 연합 성명서>를 보냈다.

 

 

저간의 사정은 이랬다. 1월 초 재범 복귀설이 흘러나왔다. 2월경에 복귀 기자회견이 있을 것으로 점쳐졌고, 3월 중에는 7인조로 앨범 작업이 이뤄진다는 것이었다(이 소문은 사실이었다). … 그러다 1월 중하순경부터 복귀가 무산됐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JYPE에서 중대발표가 있을 것이란 후문이었다. 작년 9월 한바탕 난리에 휩싸였던 팬들로서는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었다.

 

JYPE는 팬들을 달래기 위해 서면질의를 하면 응답을 해주겠다고 공지했다. 그러나 재범 복귀에 대한 질의에도 불구하고 JYPE는 답을 주지 않았다. 그러다 어인 영문인지 뜬금없이 2PM 팬 연합에 간담회를 제안해왔다. 대체 무슨 꿍꿍이일까. 그동안 불신이 극에 달해 있던 팬들로서는 일방적인 소통방식에 문제를 제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성명서를 발표했던 것이다.

 

그런데, 돌아온 것은 재범의 영구 탈퇴와 전속계약 해지 발표였다. 그렇다. 돌이켜보면 작년 9월 오역 파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지금까지 일련의 사건 속에서 팬들에게는 어떠한 권리도 주어지지 않았다. 의결의 권리는 물론이거니와 발언의 권리도 없었다. 심지어는 알 권리마저도 외면당했다.(게다가 가부장제 질서의 차가운 시선 때문에 우리는 그러한 권리들을 요구할 권리조차 쉽게 말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기에 묻지 않을 수 없다. 팬을 뭘로 보는 것인가. 팬심을 뭘로 보는 것인가. 팬들에 대한 신의라곤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마이크 앞에선 팬들의 사랑을 먹고 산다면서 정작 왜 팬들의 귀와 입과 눈을 막으려 하는가. 사람한테 그렇게 상처를 줬으면 떠받들어도 모자랄 판에 도대체 왜 팬들 위에 군림하려 하는가.

 

더 많은 민주주의를 요구하라

 

권리는 짓밟혔고 연인은 빼앗겼다. 물론 JYPE의 발표대로 재범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 팬들은 리드자를 복귀시키라고 단순한 생떼를 쓰고 있는 게 아니다. 그 모든 과정에서 말할 수 없는 존재인 양 취급되어 철저하게 배제됐다는 사실을 참을 수 없을 따름이다.

 

이제 팬들은 JYPE와 관련된 모든 사안에 전면 보이콧을 선언했다. 그리고 상황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에는 더 급진적인 행동을 취할 것이다. 팬들의 이러한 행동은 (아무리 과격하더라도) 정당하다. 생각해보자. 팬덤은 그냥 소비자가 아니다. 2PM은 그냥 상품이 아니다. JYPE도 그냥 판매자는 아니지 않은가. 우리 모두는 언제나 그리고 이미 그 이상이다. 그렇기에 소비자로서 선언한 보이콧은 시작에 불과하다.

 

사랑이라는 감정과 친밀한 관계성을 주고받은 이상, 그녀와 그, 그리고 우리는 더 많은 것을 요구할 자격이 충분하다. 영문도 모른 채 생이별을 감내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저들이 지금 우리로 하여금 민주주의에 눈뜨게 하고 있다. 이제 1시 59분의 나머지 1분은 우리들 자신이다.

 

* 메인사진출처 : 뉴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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