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나누기

"유인촌식 개그”는 이제 식상하다

문화연대 소식지 "상상나누기" 2010년 12호 후일담 2

 

"유인촌식 개그”는 이제 식상하다

- ‘상식과 민주주의가 실종된 이명박 정부 문화행정’ 긴급토론회 후기

 

하장호
(문화연대 문화정책센터 활동가)

 

유인촌이 웃기고 있다. 한때는 새마을모자 눌러쓰고 전원일기 김회장댁 둘째 아들로 우리를 즐겁게 해주더니 이제는 근사한 양복 곱게 차려 입고 코미디에 가까운 문화정책들을 남발하시어 우리를 웃기고 있다. 영상미디어센터, 독립영화전용과 공모문제, 대한민국예술인센터(구 예술인회관) 지원 문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문화예술위) 사태 등은 연일 언론을 뜨겁게 달구고 있고 덕분에 그 어느 때보다 유인촌 장관과 문화부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은 높아 보인다. 과거 문화부가 이 정도로 대중적인 관심과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적이 있었을까?

 

 

지난 2월 9일 국회에서는 이러한 대중적인 관심(?)을 반영한 ‘상식과 민주주의가 실종된 이명박 정부 문화행정’ 이란 주제의 긴급토론회가 열렸다. 이 날의 토론회는 문화예술위의 두 위원장 사태, 영진위 공모 파행, 예술인회관 건립 재개 문제, 국립극단 법인화 문제, 시네마테크 공모제 전환문제, 작가회의 시위불참확인서 문제 등과 관련해 각 단체 관계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직접 들어볼 수 있는 자리였다. 최근 문화예술계 ‘피해자’들이 한데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는 마치 이명박 정부의 문화정책에 대한 문화예술인들의 성토회장 같은 느낌마저 들기도 했다.

 

토론회 내내 참석자들은 “설마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다”라며 이명박 정부의 문화정책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일상처럼 반복되고 있으니 그럴 만도 했다. 토론회 사회자였던 원용진 문화연대 집행위원장의 “이명박 정부의 국가운영은 자영업자 수준”이라는 표현이야 말로 토론회 참가자들의 감정을 잘 표현해 주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제 문화예술인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감정은 분노라던가 답답함을 넘어서 ‘황당함’에 가까운 감정 인 듯하다. 허술하기 짝이 없는 아마추어적인 ‘술수’로 문화예술계를 ‘장악’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저들의 속셈이 뻔히 보이니 말이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명박 집권 초기 유인촌 장관이 참여정부 시절 임명된 기관장들을 온갖 이유를 들어 끌어내렸던 그 순간부터 지금의 상황은 어느 정도 예견 되었던 것일지 모른다.

 

이원재 사무처장은 토론회 발제에서 이와 같은 현재의 문화행정 파행을 극복하고 이후 새로운 대안을 만들기 위하여 ‘기억의 정치’가 중요함을 강조하였다. 권력은 유한하며, 권력 주체들의 불법 행위와 파행 행정을 지속적이고 구체적으로 기억하고 되돌아보는 ‘기억의 정치’야 말로 문화민주주의를 위한 중요한 실천이란 것이었다.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일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의 문화예술계의 상황을 돌아보면 우리는 ‘기억’ 보다는 ‘망각’에 익숙해져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철지난 예술인회관 문제가 또다시 불거지는 상황도 그렇고, 지원 정책 변화만으로 그동안 성과가 무너져 버린 독립영화의 상황도 그렇다. 권력을 앞세운 힘의 정치를 신봉하는 자들은 늘 문화예술을 지배하려 해왔고, 권력을 지탱하기 위한 도구로 문화예술을 사고해 왔었는데 이에 맞서 우리는 상식과 제도와 열정만으로 저들의 불순한 욕망을 제어할 수 있다고 착각했던 것은 아닌지…….

 

어떤 의미에서 이 날의 토론회는 파행적인 이명박 정부의 문화정책에 관해 이야기하는 자리이기 보다는 우리 스스로가 걸어왔던 길에 대해 의문을 던져보는 자리였는지도 모르겠다.

 

토론회가 끝날 무렵 김정헌 문화예술위 위원장은 “현재 저는 유인촌 장관 이상 즐기고 있습니다. 예술 중의 예술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하였다. 그러고 보면 유인촌 장관도 지금의 상황이 재미있다고 말했었으니 문화예술계에 웃음꽃이 만발하고 있나보다. 하지만 아무리 재밌는 개그도 계속 보다 보면 질리는 법이다. 속이 뻔히 들여다보이는 “유인촌식 개그”는 이제 식상해졌다. 그러니 유인촌 장관은 이제 조용히 물러나길 바란다. 이제 웃을 만큼 웃었고 우리는 지금부터 진지하게 ‘문화정책’을 논할 생각이니 말이다.


<토론회 자료집 내려받기>

 

* 메인사진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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