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나누기

2PM 팬덤의 이른바 '광기'에 대한 옹호

문화연대 소식지 "상상나누기" 2010년 13호 후일담 3

 

2PM 팬덤의 이른바 '광기'에 대한 옹호

 

김성윤
(문화사회연구소 연구원)

 

얼마전 나는 문화연대 소식지 <상상나누기>에 "1시 59분, 나머지 1분의 민주주의"라는 글을 기고한 바 있었다. 당시의 글은 (작성된 일자를 기준으로) 재범의 탈퇴가 공표된지 하루 정도밖에 안됐다는 점, 그리고 (6PM+)JYPE 측과 팬들의 간담회가 개최되기 이전이었다는 점 등에서 다소 급한 글이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할 것 같다.

 

그러나 나는 그 글에서 내가 폈던 논지를 아직 고수한다. 주위 사람들의 논평, 그리고 몇몇 인터넷 매체에 달렸던 댓글들(오마이뉴스, 미디어 홍대앞)을 보면서 오히려 나는 나의 주장을 더 명확히 할 수 있게 됐다. 비교적 우호적이었던 반응들, 아마도 2PM 팬들이 대부분이라 짐작되는 사람들의 반응은 '비교적 사태를 객관적으로 공정하게 바라봤다'는 것이었다. 반대로 비판적이었던 반응은 대개 '법적으로는 JYPE가 비난 받을 소지는 없다', '광기에 빠진 팬덤을 가지고 민주주의 운운하는 것은 오버다'는 것이었다.


 

차례차례 응답해보자. 우선 나는 객관적으로 공정하게 글을 쓴 적이 없다. 2PM 팬으로서, 그리고 나 역시 대중문화의 일개 수용자로서, 현재 한국사회에 만연해 있는 문화산업의 반사회적 관행에 대해 비판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남보다 객관적으로 사태를 바라본다는 식으로 관점의 우열을 논할 의사가 전혀 없다.

 

오히려 나는 그런 식의 반응을 보면서 하나의 긴장을 발견했다. 팬심이어야 할 팬심은 왜 자신을 객관적이라 주장하는 걸까. 왜 그래야만 하는 걸까. 공감 가는 바가 없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견해가 주관적임을 드러내는 이상, 보통 사람 혹은 네티즌들과의 논쟁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처지에 몰릴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팬들이 팬이 아닌 냉소주의자들보다는 현 사태를 가장 잘 파악하고 있다. 그렇지만 2PM 팬이 가진 관점의 우위를 팬이 아닌 사람들의 보통 언어로, 예컨대 '객관적' 같은 말로 표현하는 순간, 그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우리 중 그 누구도 객관적이지 않을 뿐더러, 누가 더 객관적이냐를 따지는 순간 ('객관'이라는 말이 이미 감정의 억제를 전제하고 있는 이상) '광기에 빠진 팬덤'이라는 고약한 사회 주류적 담론에 굴복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상식'적으로 누가 팬심을 보고 객관적이라 하겠는가. 그렇다고 주장한다면 이건 자승자박하는 형용모순이다. 특히나 지금 상황에선 더욱 그렇다. 요는 이렇다. 지금은 팔짱낀 채 2PM 팬이 아닌 것처럼 객관적인 체 '일코'를 하기보다는, 소비자/대중이 기업이윤에 눈 먼 JYPE에 농락 당하고 있다는 걸 알려야 한다. 달리 말해, 이 사안이 팬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중문화에 조금이라도 눈길을 준 사람이라면 그 모두에게 해당되는 지극히 보편적인 문제라는 것을 알려야 한다.

 

 

그렇다. 지금 우리는 감정적이다. 그리고 충분히 그래야 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위축 받을 필요는 전혀 없다. 비판하는 사람들은 팬심을 광기라고 표현한다. 사생팬과 다를 게 뭐 있냐고 말이다. 그들은 법을 위반한 건 JYPE가 아니라 주민등록번호를 유출해낸 광기에 빠진 팬들이라고 말한다. 즉, 법적으로 따지면 잘못은 팬들이 저질렀지 JYPE는 책임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시금 말하자면 그런 논박에 의기소침할 필요는 전혀 없다. 왜냐하면 팬들은 지금 민주주의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고 문화산업/연예산업에서 팬들에게 더 많은 몫을 나눠달라고 주장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법'과의 대결은 반드시 통과해야 할 건널목에 불과하다. 오히려 이 참에 우리는 깨닫게 된다. JYPE와 냉소주의자들이 기댈 곳이라곤 법밖에 없구나, 하고 말이다.

 

우습지 않은가. 그 법을 왜 지켜야 하는가. 사회가 혼란에 빠지는 걸 막기 위해서? 그런데 진정 혼란은 누가 야기했는가? 방어하고자 하는 사람은 아마도 이렇게 변호할 것이다. JYPE가 초래한 혼란은 법적으로는 아무런 하자가 없다고. 그런데 나는 지금 이 순간 히스테리 환자의 가면을 쓰고 되묻고 싶다. 그 법은 왜 지켜야 하는가. 오로지 그들이 제출할 수 있는 유일한 답은 단 한 가지밖에 없다. 법치국가에서 법은 법이니까.

 

그렇다. 이것은 그들이 그렇게 자랑하는 객관적 진술이 전혀 아니다. 과학적 논리도 아니다. 단지 법을 마치 신처럼 떠받드는 종교적 믿음이다. 나는 앞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지금 상황에서 관점의 우위를 가진 것은 2PM 팬들, 혹은 6PM 안티팬들이라고 말이다. 왜냐하면 그녀/그들은 적어도 자신의 감정선을 은폐하거나 위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반민주적인 관행을 지탱하는 법을 상대로 맞서 대항하는 용기 있는 사람들이 아닌가. 우리는 팬들에게서 배워야 한다.

 

요약해보자. 이른바 '광기'란 무엇을 위해서이겠는가. 재범의 복귀? 만약 그렇게 말하는 팬이 있다면, 그것은 단지 관점의 시작일 뿐이고, 단지 우리가 가진 언어가 부족해서 그런 것뿐이다. 팬들이 바라고 요구하는 것은 재범의 복귀가 전혀 아니거나 혹은 그 이상이다. 팬들을 무시하지 말라, 정당한 몫을 돌려달라, 우리가 응당 가져야 할 그 권리를 보장하라 등등.

 

맞는 말이고 일리는 있다. 법망을 벗어난 광기, 법 테두리를 벗어난 요구. 그러나 우리가 아는 민주주의는 사실 법 안에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사라진다. 민주주의는 언제나 법의 경계 혹은 그 바깥에 있다. 자기들도 농담처럼 항상 읊조려 오지 않았던가. 유전무죄 무전유죄. 민주주의는 법의 경계를 증언하고 용기 있게 넘어서는 순간에서야 비로소 나타난다.

 

그런 까닭에 나는 이 참에 어느 서태지 팬이 했던 이야기를 원용해서 사람들에게 다시 말하고 싶다. "시작이 2PM이었다고 그 끝도 2PM일 거라 단정짓지 말라." 우리는 요구하고 얻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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