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연대 소식지 "상상나누기" 2010년 18호 후일담 2

레알 교육감 후보 기호0번 청소년! 우리가 레알 민주주의!

공현

(레알교육감후보 기호0번 청소년 선거운동본부)

"이번에 교육감 선거를 한대." "근데 우리가 그동안 청소년의 정치 참여, 선거권 인하 이런 이야기 계속 했는데 들은 체도 안했잖아? 그러더니 이젠 교육감 선거에도 청소년은 왕따?" "헐. 근데 그럼 뭘하지? 가만히 있긴 싫은데... 선거권 연령 낮추라는 건 식상하고." "열받는데 걍 우리가 출마해버리자!" "??" "학생이 교육의 주인이잖아. 우리가 교육감 돼야 되는 거 아냐?"

처음에는 굉장히 가볍게 시작했던 것 같다. 2008년 촛불이 한창이던 여름, 교육감 선거가 치러진다는 소식을 듣고 우리는 이 속에서 어떻게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낼 것인가 하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나온 아이디어가 '청소년 후보'였다.(사실 지금까지도 이 아이디어를 누가 처음 꺼냈는지를 놓고 우리 안에선 저작권 다툼 중이다.) '못 뽑으니까 뽑게 해줘!"를 넘어서, "못 뽑으니까 나와봤다!" "우리가 직접 한다!"를 외치는 기호0번 청소년 후보는 참신하고도 재밌는 기획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바쁜 촛불의 와중에도 기호0번 청소년 후보 운동이 시작되었다.

처음에 서울에서 해볼 때는 '캐발랄 젊은 후보'였고 2010년 전국 지방선거에서는 '레알 교육감 후보'가 된 '청소년'. 솔직히 이야기하면 이제 두 번째 해본 이 운동은 계속되는 시행착오의 연속이었던 것 같다. 우선 선거운동이라는 게 이렇게 빡셀 줄도 몰랐고, 정책을 만들고 홍보물을 만드는 것도 힘들었다. 다른 후보들은 공보물이나 벽보 같은 걸 선관위가 다 붙여주지만, 우리는 우리가 직접 붙이러 다녀야 했다. 2008년에는 다행히 촛불집회가 있어서 촛불집회 현장을 돌아다니면서 유세를 했는데, 2010년에는 사람도 없는 쌩 거리유세를 하려니 버겁기만 했다. 한달 전부터 정책이나 벽보 등을 준비했는데도 시간에 맞추는 건 항상 빠듯했다. 2010년에는 서울, 수원, 경남, 광주, 인천 등 여러 지역에서 동시에 준비하려니까 더 품이 들기도 했다.

2008년과 2010년의 차이는 전국이냐 아니냐, 촛불이 있냐 없냐도 있지만, 우리 내부적으로는 '정책'이 많이 달라졌다. 2008년의 정책들이 입시경쟁교육반대, 두발복장자유화, 탈학교 청소년 지원 등 비교적 '무난한' 것들이었다면 (물론 그것들만으로도 충분히 급진적으로 보일지도 모르지만;) 2010년에는 "빠져도 되는 학교" "청소년에게 권력을! 학생에게 임금을!" 등 통상적인 래디컬의 수준을 넘어선 '레알 래디컬' 정책들로 채웠다. 교육감 후보가 내걸 수 있는 청소년인권의 한계선을 우리의 상상력으로 채우려고 노력한 결과였다.

인터넷을 돌아다녀보면 기호0번 청소년 후보에 대해서 '장난'이라고 재밌다거나 개념없다고 하는 분들이 은근히 많다. 하지만 이건 단순한 장난이 아니다. 청소년들의 정치적 권리 보장을 요구하는 하나의 운동이고 퍼포먼스이다. 돈이 없고 사람도 없어서 그렇게 많은 광고를 하지도 못하고 인지도도 낮지만 우리는 최대한 많은 분들에게 우리의 목소리를 알리기 위해 꾸준히 거리 유세를 하고 다른 교육감 후보들 벽보 옆자리에 우리 벽보를 붙이고 UCC를 찍어서 배포하는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교육감 후보로서 정책 글이나 논평도 발표하고 있고 이번에 해직 위기에 처한 전교조 조합원들과 '학생과 교사의 정치적 권리'에 대해 이야기하러 만나는 자리 등도 마련할 것이다.

기호0번 청소년 후보 운동은 민주적이다. 우리는 교육의 주인, 사회의 주인으로서 누구에게 우리의 권리를 맡기지 않고, 이렇게 해달라고 부탁하지도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정한 개인을 내세우고 영웅으로 만들지 않고 청소년들 모두를 주인으로 부르려고 한다는 면에서 우리의 운동에는 더 큰 의미가 있다. 전국구 교육감 후보인 기호0번 청소년 후보 많은 관심과 지지를 부탁드린다. 주변 분들에게 알리고 유세를 해주는 것과, 정치후원금 기부(세액공제는 못해드리지만;)도 보너스로 좀 해주시라.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