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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호-특집]지방자치 죽이고, 노숙인 등 복지 끌어내리자는 정부

[특집]는 홈리스행동과 뜻을 함께하는 연대 단위의 소식과 홈리스행동의 연대 활동을 소개하는 꼭지입니다.


  정비지침을 철회를 요구하는 사회단체들의 기자회견 [출처: 전국복지수호공동대책위원회]
국무총리 소속 사회보장위원회는 지난 8월, ‘지방자치단체 유사·중복 사회보장사업 정비지침(이하, 정비지침)’을 세웠다. 지자체에서 실시하는 복지사업들 중에서 중앙정부 사업과 유사하거나 중복되는 것을 없애라는 취지다. 그렇게 추려진 사업은 1,496개로, 이중에는 17개 광역・기초지자체의 24개 노숙인 등 복지 사업이 포함돼 있다. 이 지침이 문제 삼는 유사·중복사업들은 사실 제도 포괄지대보다는 사각지대가 더 넓은 복지사업들을 보충하는 역할을 해 왔던 것들이다. 특히, 노숙인 등 복지사업은 노숙인 재활·요양시설 운영(구, 부랑인복지 영역)을 제외하고는 지자체에 예산편성과 실행의 전권이 부여된 상황이다. 2005년 지방교부세법 개정과 함께 대다수 노숙인 등 복지는 국고보조사업에서 지방이양사업으로 분리됐기 때문이다. 즉, 복지부 주관 사업이 없기에 애당초 “유사·중복사업”이란 게 존재할 수가 없는 영역인 것이다. 결국 당 지침은 노숙인 등 복지 축소의 신호로밖에 해석될 수 없다.

홈리스행동은 정비사업의 구체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정비대상지역으로 지정된 17개 광역 및 기초지자체에 정보공개를 청구, 15개 지자체의 18개 사업에 대한 정보를 수합하였다. 그 결과 모든 지자체에서 “해당사업이 복지부 소관 사업과 중복되지 않으며 정비할 계획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지자체조차 납득되지 않을 만큼 엉터리 정비지침이라는 것이다. 정보 공개 결과를 통해 드러난 정비지침의 구체적인 문제점을 살펴보자.

노숙인 등 복지 예산의 원리조차 모르는 정부
“「노숙인 쉼터 운영지원」 사업은 노숙인에게 자활프로그램 및 숙소를 지원하고 있으며 지방이양사업이므로, 유사중복사업 대상으로 선정된 것은 복지부의 판단오류라 사료됨 → 충남도에서는 유사중복사업으로 정비하지 않을 계획임(충청남도)”

“사회보장위원회 유사·중복사업 정비사항인 노숙인 등 복지사업과 관련하여 창원시 노숙인 등 지원사업은 중앙정부의 사업인 노숙인 시설 지원과는 별개로 중복사항 없음을 붙임과 같이 공개합니다.(창원시)”

앞서 언급한 것과 마찬가지로 노숙인 재활・요양시설 운영을 제외한 모든 노숙인 등 복지 사업은 지방사무로 당초 중앙정부 사업과의 중복이 불가능하다. “유사・중복”이 구조적으로 불가능한 영역에 억지를 쓰려다보니 지자체마저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왜, 어떤 내용이 중복되는지 아무도 모른다
“행복e음(사회보장정보시스템)을 통한 자치구 사업내용 검색을 통해 사회보장정보원에서 추출한 내용(서울시에서 사업 내용 확인 불가). ※보건복지부 시행 문서(사회보장정보과-659(2015.8.13.))에서 중앙정부 사업과의 중복내용은 “노숙인 등 복지 지원 사업”으로만 기재되어 있음.(서울시)“

“우리시에서 파악하고 있는 사업내용과 예산이 상이하고, 일부 사업은 국고보조 사업까지 포함되어 있어 … 구체적인 유사·중복 사업 내용 파악은 어려우나, 국고보조사업으로 지원(재활·요양시설)하는 것을 지방이양사무인 노숙인 자활시설에 자치단체 예산을 지원하는 것을 유사·중복 사업에 포함한 것으로 보여 집니다.(부산시)”

정비 대상 사업이 어떤 기준으로 선정되었는지 모호하다. 위와 같이 사업 시행 주체인 지자체와 협의는커녕, 구체적인 내용을 알 수조차 없는 유령 지침이 하달된 것이다. 정보공개 청구 과정에서 통화한 일부 지자체 공무원들은 선정 기준은 물론 어떤 사업이 중복된다는 것인지조차 모르겠다며 푸념을 늘어놓기도 하였다.

노숙인 등 복지 수준의 후퇴는 자명한 것
노숙인 등 복지는 정책 대상에 대한 사회적 낙인과 법률의 한계(복지지원 항목의 임의규정, 정책대상의 모호, 권리구제 절차의 미비 등)로 보장 수준이 상당히 낮은 상태다. 입소시설에 대한 의존이 심각하고, 주거 중심적 접근이 취약하다. 이러한 현실에서 사회보장위원회의 사업 정비 요구는 노숙인 등 복지의 수준을 더욱 하향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게 뻔하다.

“현재 광주 소재 노숙인 시설은 노숙인 자활시설 1개소, 노숙인 재활시설 1개소가 있음. 또한, 광주 노숙인 자활시설은 광주, 전남지역에 1개소 밖에 없는 시설임(광주광역시)”

“우리시에서 노숙인 관련 유사・중복 사회보장사업 정비 대상 목록에 포함된 사업은 ‘행려자 처리(귀향여비)’이며 … 사업 정비 시 귀향하려는 노숙인이 귀향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므로 행려자 처리(귀향여비) 사업을 지속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하남시)”

뿐만 아니라 그 외 정비사업들 역시 거리 노숙인에 대한 일시보호 및 잠자리 제공, 응급조치, 급식지원, 주거지원, 의료지원, 쪽방주민 상담 등과 같이 필수적인 지원 항목들이다. 결국 정비 지침은 노숙인 등의 생존과 직결되는 필수 유지 사업들조차 손보겠다는 폭력에 다름 아니다. 또한 올해는 노숙인 등 복지법에 따른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 종합계획’이 준비되는 해로, 사회보장위원회의 정비방안은 그에 따른 직접 해악 뿐 아니라 노숙인 등 복지의 장기 발전에 위해를 줄 것으로 즉각 철회되어야 할 것이다.

사회보장위원회 정비지침의 문제에 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omelessaction.or.kr ► 공지사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