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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호-특집]당사자분들이 가장 중요한 거 아닙니까?

-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 종합계획 현장토론회 참가기 -

[특집]


  지난 10월 30일 동자동 새꿈어린이공원,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 종합계획' 현장토론회 진행 모습
늦가을의 스산한 바람이 불던 10월 30일. 동자동 새꿈어린이공원에서는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 종합계획 현장토론회가 개최되었다. 토론회는 「제1차(2015년〜2019년)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 종합계획」 수립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당사자들의 의견과 민간단체와의 협력이 배제되어 있다는 점을 비판,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보다 나은 정책변화를 위해 마련된 자리이다.

“종합계획(안)에는 거리 노숙인과 시설에 대한 계획은 있어도 쪽방에 대한 계획은 없었습니다. … 거리 노숙인들의 방을 마련해주고, 수급권을 받거나, 일자리를 얻는 것을 도와주면 80% 넘게 자립할 수 있습니다. 한 사람을 시설에 수용하는 것보다 그 사람이 살만한 동네를 마련하는 것에 대한 고민을 해주시길 바랍니다. … 계획안의 주인은 ‘노숙인 등’. 그렇다면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사는 모습을 보고, 필요한 요구를 모아 계획을 짜는 것이 합당하다고 봅니다(차재설, 동자동사랑방회원/쪽방주민 발언내용 발췌).”

당사자 및 민간단체의 의견은 배제
2011년 제정된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노숙인 등 복지법)은 제7조에 의거 5년마다 노숙인 종합계획을 수립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이는 향후 5년간 노숙인 정책의 목표 및 중점 추진 방향을 공유하고 계획을 설정하여 노숙인 등 정책에 관한 계획을 매년 수립·시행해야 함을 의미한다(노숙인 등 복지법 제8조). 이에 보건복지부는 「제1차(2015〜2019)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 종합계획」 수립을 위한 노숙인복지시설협회 및 전문가 자문회의를 개최하였고, 2015년 6월 노숙인복지종합계획(안)을 마련하였다. 그러나 앞서 말한바와 같이 종합계획(안)은 당사자 및 민간단체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채 전문가 및 직능단체의 회의를 통해 구성되었으며, 이는 공론화된 의견수렴이라 보기 어렵다.

보건복지부의 종합계획(안)을 살펴보면 ‘주거와 복지서비스의 통합을 통한 노숙인의 예방 및 사회복귀 지원’을 목적으로 4대 분야 11대 세부 추진 과제를 제시하였다. 주요 4대 분야는 1. 노숙인 예방을 위한 지원 시스템 확립, 2. 노숙인 특성별 지원체계 구축, 3. 효과적인 재정착을 위한 주류 복지서비스 연계, 4. 효율적이고 질 높은 서비스를 위한 인프라 강화 등이다. 이에 이동현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는 종합계획(안)에 대하여 노숙인 등 복지법 제3조에 명시되어 있는 ‘민간단체와 협력’의 위배를 지적, 재정계획 및 노숙인 등의 증감과 관련된 인구사회학적 환경에 따른 전망 등 구성 요건의 미달을 언급하였다. 또한 거리와 노숙인시설로 대상자를 임의 축소한 정책대상의 편의적 선택, 성과지표의 누락 및 지자체에 대한 과도한 책임 위임 등 정부의 의지 빈약을 비판하였다.

무엇이 중요한 것인가
“노숙인 협회는 노숙인 협회답게 우리를 위해서 앞장서주는 게 노숙인 협회 아닙니까? 상담도 없고 … 지금에 와서 앞장선다고 하면 누가 당신들을 지지합니까?”
“서울역 거리 형제들 중에서 명의도용을 당해 세금이 한 5억씩 있는 형제들이 많습니다. 그 다음에 대포차, 대포폰 … 제가 봉사하는 교회 중에서 거리의 형제가 6개월을 가서 영창을 살고 왔습니다.”
“서울과 부산, 대전의 지역적인 노숙의 형태가 어떻게 되어 있는가요?”
“일용직 다니시는 분들이 방세를 못 내고 어렵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 법적으로 해줄 수 있는 혜택 그런 부분에 대해서 질문 드립니다.”
“능력과 한계가 있는 종합계획(안)이 만들어졌다는 건 그 당사자분들의 목소리가 안 담긴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 당사자분들이 가장 중요한 거 아닙니까?”

현장토론회를 지켜본 거리 및 쪽방 주민들은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문제에서부터 정책적 혜택에 대한 질문 등 실제적인 상황을 언급하였다. 특히 당사자들의 의견을 듣지 않고 관련 기관 및 전문가에 의해 구성된 종합계획(안)에 대한 비판은 ‘무엇이 중요한 것인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하였다.

‘무엇이 중요한 것인가’. 1987년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 대전 성지원 사건 등 노숙인 시설의 인권참상이 알려지면서 홈리스 문제가 사회적으로 대두되었지만 홈리스에 대한 사회적 통제는 여전하였다. 1997년 한국사회는 IMF로 인한 대량의 실직사태가 발생하였고 그에 따른 복합적인 문제들은 거리 홈리스의 증가로 이어졌다. 이에 상담보호센터·아웃리치 프로그램 등을 중심으로 하는 사회복지적 현장보호체계가 구축되었으며, 이 시기에 ‘실직노숙인’이라는 용어가 생겨나기도 하였다. 그 후 노숙인 정책은 「사회복지사업법」의 개정과 노숙인복지사업 지방이양 등 법의 재정비 단계를 거쳤고, 결국 구(舊) 부랑인시설(현 노숙인 재활·요양시설)을 제외한 ‘노숙인 등’과 관련된 사업은 지방이양되어 현재까지도 통합되지 못한 채 이어오고 있다.

종합계획(안)에 따르면 현재의 정책적 방향과 목표는 1. 「노숙인복지법」제정 및 시행에 따른 종합적 대응 모색, 2. 주거·자활과 직업·의료·급식 및 현장지원 등에 대한 복지서비스 내용 법제화, 3. 「제1차(2015〜2019)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 종합계획」 마련 및 시행추진의 단계로서 이를 ‘종합적 지원체계·사회통합 단계’로 명시하고 있다. 법은 제정되었고, 법 재정 4년이 경과한 시점에 정부는 현 상황과 미래를 내다보며 노숙인 등의 정책을 위한 종합계획을 마련한다. 5년 동안의 계획이기 이전에, 향후 5년은 한국 노숙인 들의 정책의 변천과정 중 한 시기이다. 그리고 그 속엔 홈리스 상태에 처한 사람들이 있다. 이들에 대한 적절한 지원과 함께 사는 세상을 위한 정책은 홈리스 상태에 처한 사람들의 삶속에서 나온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정부는 지금 누구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