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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호-세계의 홈리스]파리에는 있고 서울에는 없는 것

[세계의 홈리스]는 미국, 유럽, 아시아 등의 홈리스 단체를 통해 홈리스의 현황을 전하는 꼭지입니다.


홈리스지원법과 사뮈소시알의 탄생
파리와 서울은 닮은 도시라고들 한다. 중앙집권국가의 수도로서 한 나라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모든 것이 한 도시에 몰려있다. 세련되었고, 동시에 조금은 시끄럽기도, 조금은 더럽기도 하다. 지난 달, 그런 파리의 홈리스단체를 방문하고 돌아왔다. 서울과 파리의 홈리스단체는 얼마나 닮아 있을까?
프랑스에 홈리스지원법이 제정된 것은 1993년이다. 법이 만들어진 후 한 의사가 파리시정부, 지하철, 철도, 병원 등과 함께 사회적 합의를 모아 사뮈소시알(SAMU-SOCIAL)을 설립했다. 민간단체로 시작했으나 20여년이 지난 지금 ‘민’과 ‘관’의 중간성격을 가진 대규모 아웃리치 기관이 되었다. 유럽, 아프리카 등에 해외지부(사뮈소시알 인터네셔널)까지 퍼져있는데 아시아에는 아직까지 없다고 한다.

  출동준비로 한창인 사뮈소시알의 구호차량. 언어의 장벽만 아니었더라도 구호현장을 체험할 수 있었는데 참 아쉽다.
다가가기-이동하기-들어주기
파리에는 약 3만명의 홈리스가 있으며 매일 5명의 홈리스 2세가 태어나는데, 이 중 날마다 3천명의 홈리스가 사뮈소시알에서 제공하는 쉼터에 묵고 있을 만큼 사뮈소시알에서는 아웃리치활동이 매우 큰 규모로 이루어진다. 초록번호라 불리우는 115(프랑스의 응급구호 번호는 15번임)번은 홈리스 전용 응급구호 번호이며, 전화가 오면 유선으로 상담을 하거나 현장으로 출동하여 구호활동 벌인다. 구호단은 운전자, 사회복지사, 간호사 3인이 한 팀으로 이루어지고, 처음 접한 홈리스의 경우 홈리스에 이르게 된 경위부터 조사에 들어간다. 그러나 모든 홈리스가 이들을 반기는 것도 아니고 상담을 원하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순서가 중요하다. ‘다가가기-(센터로)이동하기-들어주기’가 이곳의 기본적 프로세스이다. 홈리스에게 다가가 소통하고, ‘라포-사람과 사람사이에 생기는 상호신뢰관계를 말하는 심리학용어이기도 하다.’가 형성되면 잠자리가 필요한 이들에게는 호텔을, 치료가 필요한 이들에게는 병원을, 친구가 필요한 이들에게는 상담소를 연계한다.


호텔과 병원을 동참케하는 힘!
그런데 홈리스단체에 무슨 돈이 있다고 원하기만 하면 호텔과 병원에 연계할 수 있을까. 아까 사회적 합의란 말을 기억하는가? 사뮈소시알의 응급구호센터에는 시정부 뿐 아니라 영리를 추구하는 병원, 호텔도 포함되며, 구호활동에 기꺼이 동참하고 있다. 파리의 병원(병실)과 호텔(객실)의 30%가 홈리스의 응급치료, 응급숙박 지원에 협조하여 염가로 이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물론 시정부가 파리시내의 오래되고 작은 호텔을 사들여 사뮈소시알에 빌려주기도 하지만, 개인이 운영하는 호텔의 사장이 직접 사회적 호텔로의 리모델링을 의뢰하는 예도 있다. 다만 이들이 free숙박에 익숙해져 사회복귀가 힘들어지지 않도록 조금씩 숙박료를 받기도 한다.

병원은 또 어떤가. 파리에서 하룻밤을 치료받고 지내려면 약 1000유로를 지불해야 하지만 홈리스는 단 110유로면 된다. 처음에는 홈리스와 알코올중독자만이 치료대상이었으나 지금은 일은 하지만 거주지가 없는 사람, 그리고 그 가족들까지 포함한다. 심지어 민간병원에서 홈리스 전용병원을 지어주기도 하였단다. 소유자는 병원이지만 다른 병원에 비해 극히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고 병원의 인력도 모두 사뮈소시알 직원들이다. 또한 사뮈소시알에서는 매년 홈리스와 관련한 통계, 조사, 연구사업을 병행하고 있는데 홈리스의 건강에 대한 연구도 이루어진다. 거리에 있는 홈리스 중에 임신을 한 사람은 몇 명인지, 홈리스가 걸리기 쉬운 질병은 무엇인지, 성매매를 하는 사람은 얼마나 되는지 등에 대해 광범위한 통계조사를 실시하고 대응책을 마련한다.
  사뮈소시알의 직원과 홈리스가 모델이 되어 찍은 사진. 사뮈소시알 본부 복도에 붙어있던 사진들은 지금쯤 파리의 어느 전시관에 전시되어 있을 것이다.

홈리스와 공공부조
한국의 경우 많은 홈리스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부양의무자의 부양능력, 본인의 근로능력, 명의범죄로 인한 본인명의 재산 발생 등) 수급자선정에서 탈락하고 있으며, 혹은 선정되더라도 굉장히 어렵게 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프랑스에서는 전체 홈리스의 약 2/3 정도가 RSA(최저사회보장)를 받고 있다. 나머지 1/3도 요건이 안된다기 보다는 본인이 국가의 부조를 거부하여 받지 않는 것이란다. 다만 외국인 이민자의 경우 이런 것이 보장되지 않아 전적으로 사뮈소시알의 몫이며, 수입이 없는 홈리스에게 급여수급권에 대한 문제가 생기면 사뮈소시알에서 연결한 변호사나 소송구조를 통해 지원이 가능하다.

사뮈소시알의 최초 목적은 휴머니즘에 입각한 응급구호였으나 이제는 점차 발전해 적십자 등과 파트너쉽을 맺고 호텔에서 교육을 실시한다. 교육에서 그치지 않고 사회적기업과 연계하여 홈리스의 자립과 자활을 도모하기도 한다. 이런 일련의 활동과 단기간의 확장은 어디까지나 거리에 사람을 방치하는 것은 허락되지 않는다는 성숙한 시민의식과 사회적 합의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일 게다. ‘파리에는 있고 서울에는 없는 것’이라 하였지만 사실 서울시도 최근 유사한 사업(겨울철 노숙인 응급잠자리, 노숙인 사진전 등)을 시작하였다. 그 시작에 박수를 보낸다. 다만 이미 파리의 경우 사뮈소시알과 같은 민‘관’단체가 홈리스 개개인의 상황에 맞는 조치를 통해 사회안전망을 촘촘히 채워주고 있기 때문에 양적으로, 질적으로 비교될 수밖에 없다. 서울시도 향후 홈리스 정책을 수립하는 데 있어 홈리스 당사자의 의견을 수렴하고 홈리스 단체들과 결합하는 일을 주저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로써 한시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사업이 아닌 지속적으로 홈리스 개개인의 특성을 반영한 실효성 있는 지원방향으로 나아가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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