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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호-진단]‘서울역 7017 프로젝트’를 위한 꼼수?

서울시는 졸속 ‘연세빌딩 지하보도 노숙인 집중상담・기능평가 계획’ 전면 수정하라!

[진단]은 홈리스 대중의 삶과 밀접하게 관련된 정책, 제도들의 현황과 문제들을 살펴보는 꼭지

  ‘연세빌딩 지하보도 노숙인 집중상담・기능평가 계획’이 사람 길을 열기위해 사람을 치우는 것이 아닌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서울시가 되길 바란다.
현재 약 60여명의 거리홈리스가 서울역 연세빌딩 지하보도를 잠자리로 활용하고 있다. 2011년 서울역 노숙인 강제퇴거 사태 이후, 서울메트로는 지속적으로 거리홈리스가 서울역 지하통로에 있지 못하도록 온갖 조치들을 취하고 있으며, 지하철운행 종료시간에는 차단문을 내려 통로이용 자체를 못하게 하고 있다. 최근에는 지하철보안관이 거리홈리스가 통로에 앉아있거나 서 있는 것조차 못하게 하는 등 단속이 잦아지고 있으며, 노숙행위 금지 현수막을 곳곳에 게시해 두고 있다. 때문에 연세빌딩 지하보도는 사실상 거리홈리스가 잠을 청할 수 있는 마지막 공간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민원이 발생하자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역 지하보도 안에 화장실을 만들어주거나 다양한 방법으로 대안을 만들’라는 지시를 내렸다. 즉, 지하보도 내 거리홈리스가 청결을 유지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한 것이다.

이에 서울시 자활지원과에서는 관계 부서들과 함께 ‘서울역 지하보도 점검 운영계획’(4.15)을 세우는 한편, 서울메트로, 남대문경찰서 등 각 공공기관에 협조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또한 서울시는 ‘연세빌딩 지하보도 노숙인 집중상담・기능평가 계획’(4.21)을 발표, 현장상담반을 4월 21일부터 30일까지 운영한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 같은 조치가 취해진 현재 지하보도의 실상은 과연 어떠할까? 일단 이번 조치로 인해 2013년 겨울부터 서울시가 거리홈리스의 추위를 막기 위해 설치했던 방풍문이 뜯어졌다. 또한 오후 5시와 새벽 5시에 청소가 실시됨에 따라 거리홈리스는 해당 시간에 다른 장소로 내몰리게 되었다. 한편, 서울시의 ‘순찰강화 및 계도’ 요청에 대해 경찰은 두 차례에 걸친 보도 내 거리홈리스 전체에 대한 불심검문으로 화답함으로써 홈리스를 표적으로 삼는 공권력 남용 실태를 개선할 의지가 전혀 없음을 다시 한 번 천명했다. 서울메트로 역시 ‘안전’을 이유로 화장실 개방에 대한 협조요청을 거부했고, 이에 서울시는 간이 화장실을 설치하여 문제를 임시방편으로 해결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이처럼 관련 공공기관들의 협조조차 제대로 얻지 못한 상태에서 급하게 시행된 이번 조치는 사실상 거리홈리스를 지하보도에서 머물 수 없게 만드는 결과를 낳고 있다. 현재 지하보도 내 홈리스들은 제대로 된 화장실을 이용하기는커녕, 경찰의 무단 불심검문으로 인해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실정이며 더욱이 새벽에 실시되는 청소로 인해 쪽잠조차 제대로 잘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서울시의 계획 자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시는 현장상담반 운영을 통해 지하보도 내 홈리스들에게 ‘맞춤형 지원’을 하여 이들의 탈노숙을 돕겠다는 입장이지만, 그 ‘맞춤형 지원’이라 하는 것이 시설입소에 방점을 둔, 기실 새로울 것도 없는 임시적이고 단기적인 대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한편, 이번 서울시의 계획이 ‘서울역 7017 프로젝트’로 인한 고가공원화 사업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 또한 나오고 있다. 즉, 서울역을 찾는 관광객들이 많아질 것을 대비하여 서울시가 주요통로에서 머물고 있는 거리홈리스들을 선제적으로 내몰기 위해 이처럼 급조되고 허술한 계획을 내놓은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번 계획이 장기적으로 거리홈리스를 내몰기 위한 것이 아니라면, 현재 지하보도에서 머물고 있는 거리홈리스의 인권이 존중되는 것은 물론 적절한 주거 및 안정적인 일자리지원을 중심으로 한 구체적인 지원계획이 다시 수립되어야 한다. 동시에 최근 공공역사에서 반복되는 반인권적 강제퇴거 조치에 대해 서울시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