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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호-요세바 통신] 의례행사? 올림픽과 노숙인 퇴거

[요세바 통신]은 일본의 홈리스 소식을 전하는 꼭지

  지난 4월 16일 메이지 공원에서의 강제철거 모습 [출처: OUR-PLANET TV 동영상 캡처]
이번 호에는 올림픽과 노숙인 퇴거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2020년 올림픽은 일본 수도 도쿄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이렇게 큰 국제 행사가 벌어질 즈음 매번 발생하는 문제가 있지요. 바로 사회적 약자의 피해입니다.
일본 정부는 기존의 국립경기장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새롭게 신국립경기장을 건설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동시에 주변 재정비가 개시될 예정입니다. 이 때 다양한 문제점이 지적됩니다. 과연 새롭게 경기장을 지을 필요가 있겠는가, 그 예산은 감당할 만한 것인가 등이 대표적입니다. 게다가 그 주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철거의 위험 때문에 불안에 휩싸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국립경기장 인근의 한 아파트 주민들은 주변 정비 때문에 곧 이사를 가야 한다는 통지를 받았습니다. 가스미가오카 공영 아파트에는 절반 이상의 주민이 40년 이상 거주한 고령자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경기장을 지어야 한다며 이사 협조를 부탁하는 통지문이 날아온 것 입니다. 언론 OUR-PLANET TV에서 인터뷰한 진노 코헤이 씨(80세)는 작은 담배 가게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젊었을 때 1964년의 도쿄 올림픽 때문에 강제 이사를 한 경험이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번에도 또다시 오랫동안 살아온 곳을 떠날 수밖에 없게 된 겁니다. 이 주민들은 여러 차례 강제 철거를 반려할 것을 요구하는 요망서를 도쿄도청에 제출했습니다. 하지만 돌아온 대책은 다른 곳으로의 이주입니다. 장소는 추천을 통해 결정된다고 합니다. 주민들은 자신들이 추천을 통해 뿔뿔이 흩어지게 될 것을 우려하였습니다. 결국 2월에 전기와 수도가 끊겼고, 거의 모든 주민들이 이사를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해체가 결정된 가스미가오카 아파트 [출처: OUR-PLANET TV 동영상 캡처]
다른 한편, 노숙인의 생활에도 커다란 영향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16일, 인근 메이지 공원에 살고 있는 노숙인 3명의 텐트가 신경기장 건설을 맡고 있는 ‘일본 스포츠 진흥 센터’(JSC)에 의해 강제철거 되었습니다. 도쿄 올림픽 개최가 결정된 2013년부터 도쿄도청은 이들에게 나가줄 것을 요구하였고, 이에 지원자와 노숙인 당사자는 협의를 통해 해결하자는 입장을 견지해 왔습니다. 메이지 공원은 신경기장 부지에 직접 포함되는 곳은 아니지만, 기반 시설 정비를 위해 공사를 해야 하는 곳입니다. 이 공사를 시행하는 JSC는 공사를 서두르기 위해 노숙인을 상대로 토지를 양도할 것을 요구하는 재판을 청구하였습니다. 이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지원자 1명이 20일간의 구류 끝에 석방되기도 하였습니다. 3월 31일에 나온 재판 결과는 JSC의 손을 들어주었고, 이후 곧바로 철거에 들어간 것입니다.

철거 과정은 신속하게 이루어졌습니다. 언제 철거하겠다는 계고장도 없이 4월 16일 오전 7시경에 도쿄 지법의 집행관과 경비원이 들이닥쳐 노숙인 텐트를 철거하고 짐을 트럭에 실어 날랐습니다. 이에 지원자와 당사자는 철거가 너무나 신속하게 이루어져서 대응을 할 새가 없었습니다. 도쿄도청이나 JSC로부터 아직까지 대체 거주지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고 합니다.

한국도 한두 번 경험한 것이 아닐 겁니다. 국제 행사가 진행되면 사회적 약자는 외국 손님들이 잘 안 보이는 곳으로 이동시키거나, ‘국가사업’이라는 명목으로 적절한 대책 없이 철거가 이루어질 때가 많습니다. 지금까지 이러한 국가사업에 대한 저항의 역사는 매우 길고, 또 그 덕에 제도적 개선은 이루어졌지만 아직까지 가야할 길은 멀고, 과정은 험난할 것입니다. 월드컵이나 올림픽을 즐기는 것도 좋지만, 그 행사 뒤편에 소외된 사회적 약자가 있음을 잊지 않고, 누구를 위한 행사인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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