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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제 특별판 48호-주거] 쪽방과 사람을 살리기 위한 서울시의 공공성이 필요하다

[홈리스추모제 특별판-주거]

그럼에도 사람 사는 곳, 쪽방
가로, 세로 약 180cm 가량 되는 방을 흔히 쪽방이라 일컫는다. 이러한 쪽방들은 실상 약 1평(3.3m²)을 약간 넘기도 하지만, 1평도 채 안 되는 직사각형 혹은 비정형이기도 한다. 230인치 정도의 작은 발도 다 디디지 못할 가파른 계단이나 건장한 체격의 남성은 게걸음으로만 지날 수 있는 좁은 통로, 혹은 굴 같이 어두운 지하에 있는 쪽방은 춥고 더운 계절의 온기를 솔직하게 받아들인다. 어른 손바닥 두 개만한 크기의 창문이라도 있으면 다행이지만 없다면 한여름엔 찜질방에 사는 것과 다름없다. 취사시설이 없어서 방 안에서 위험하게 휴대용가스로 조리하며, 화장실은 공동으로 사용하지만 그 수도 부족하여 기본적인 생리욕구 해결도 쉽지 않다. 게다가 얇디얇은 가벽을 통해 이웃의 작은 숨소리까지 들어야 하는 열악한 공간이다. 비용은 보통 월20~25만원 수준으로 보증금을 마련할 수 없는 가난한 사람들에겐 다행일수도 있다. 이렇게 최저주거기준(1인 14m²=4.2평) 규모에도 못 미치는 좁고, 낙후된 주거환경에서는 고령·장애를 가진 주민이 살아가기엔 최악의 조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사람들은 거리에서 살지 않기 위해 혹은 거리노숙을 벗어날 유일한 공간이기에 쪽방을 찾아온다. 그리고 쪽방에서 희노애락의 삶을 살아간다.

  저렴 쪽방 중 복도 : 올해 초 입주한 주민이 천정에서 비가 새는 천정 수리를 요청했지만 12월까지도 고쳐지지 않아 바닥에 통을 놓았다.
위기의 주민, 그리고 쪽방
최근 들어 가난한 사람들의 최후의 보루인 쪽방지역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세련된 도시화, 이득을 위한 상업화를 이유로 개발되거나 용도가 변경되는 등 더 이상 쪽방이 아니게 되는 모습이 진행되고 있다. 2015년 10월 말 남대문쪽방지역 약 100여명이 건물주의 안전진단을 이유로 한 퇴거 요청에 뿔뿔이 흩어진 일이 있었다. 당시 주민들은 이주대책, 이사비 등 권리보장에 대한 대책도 받지 못하고 두려움에 서둘러서 나가거나 일방적으로 쫓겨났다. 심각한 건 이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을 때 개발인허가권자인 중구청은 ‘건물주와 합의’하에 일어난 일이라며 무책임한 태도를 보였다. 공공에서 외면한 쪽방 주민들은 힘 없이 쫓겨났다. 그런데 이런 쪽방개발은 남5가만의 문제가 아니다. 주요 역사 주변에 위치한 쪽방은 도시환경정비사업 등 개발로 인해 이미 없어졌거나(영등포, 남대문, 동자동, 전농동 쪽방 등 일부) 퇴거 위협을 받을 위치에 있어 ‘언젠가는 여기도, 우리도..’라는 불안감을 갖게 한다. 결국 이 문제는 주민 개인이 풀 수도 없으며, 개별 구청도 대응하기 어렵다. 대안이라고 해도 임대주택이 있겠지만, 소득에 큰 변화가 없는 가난한 이들로서는 임대보증금 마련도 하기 어렵다. 혹은 갈 수 있더라도 기존 유지해오던 공동체가 깨져 외로움이 증폭되거나, 방문간호사나 쪽방상담소 지원으로부터 멀어지기 때문에 큰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이런 복합적인 문제를 먼저 이해하고 서울시 차원에서 개발 승인 이전 쪽방지역 주민에 대한 사전 대책을 수립할 수 있도록 매뉴얼 등의 실질적인 지원방안을 먼저 마련해야 할 것이다.

5년짜리 시한부 쪽방보다 안정적인 공공쪽방을!
2013년 서울시는 ‘저렴 쪽방 임대지원 사업’에 대한 계획을 갖고, 쪽방 주민들의 주거비 부담 완화 및 지속가능한 주거공동체를 마련하고자 기존 쪽방을 임차하고 개보수하여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재임대하는 사업을 진행하였다. 그리고 임차 후 최소 5년간 임대료를 유지하는 것으로 기존 월세 23-28만원을 월16-18만원으로 낮춰 부담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새꿈하우스(서울시가 보증금/리모델링 등 모든 비용 지불) 4개소 91호와 디딤돌하우스(민간 기업에서 보증금,공사비,운영비 등 비용전액 후원) 2개소 32호를 운영하고 있다. 애초 계획보다는 20만원까지 임대료를 받는 곳도 있었지만 기초생활수급자의 기존 주거비 부담을 낮추고, 비수급 빈곤층의 노숙위험을 방지하는데 어느정도 긍정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앞으로 5년 후(13년 7월 개소한 새꿈하우스 1호는 18년 중순 즈음)엔 어떻게 될까? 시가 최소 5년 동안은 지원금으로 쪽방주민의 생활안정을 도모하겠다지만, 실질적인 이득은 건물주에게 가게 된다. 게다가 계약만료 후 연장계약은 불투명하고 주민들의 삶도 불안하기는 매한가지가 될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고 건강한 쪽방공동체를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려면 시가 최소한의 공공개입이 아니라 지금보다는 적극적인 방법을 마련해야 된다. 가난한 쪽방 주민이 안정적인 주거, 쾌적한 환경에서 살 권리를 보장할 수 있도록 공공성을 담보한 쪽방을 시에서 직접 매입, 운영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쪽방 건물들은 너무 낡았고 환경도 매우 불편해서 주민들의 삶은 만족스럽지 않다, 하지만 그 쪽방마저 없어진다면 가난한 사람들의 삶도 송두리째 뽑히듯 불안하고 주거를 상실할 위험한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다. 도시계획에 따른 개발로 쪽방이 없어지고, 가난한 사람들을 흩어버리는 위기 속에서 쪽방도 가난한 사람도 세련된 이 도시에서 어울려 살아갈 수 있게 계획을 다시 짜는 지혜와 책임있는 실천이 서울시에게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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