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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리스뉴스 27호-요세바 통신]전염병과 홈리스:

뎅기열로 인한 공원 폐쇄와 홈리스 퇴거조치를 어떻게 볼 것인가?

[요세바 통신]은 일본의 홈리스 소식을 전하는 꼭지입니다.


지난여름 일본에는 '뎅기열'이라는 병이 유행하였습니다. 뎅기열에 걸리면 몸에 열이 나거나 구토 증상을 일으키고, 심한 경우에는 중한 상태에 빠진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일부 언론은 뎅기열이 그렇게 무서운 병도 아니고 또 희귀한 병도 아닌데 정부에서 호들갑을 떠는 것 아니냐 라는 시선도 있습니다. 하지만 간혹 사망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일본에서 올해 뎅기열에 걸린 사람은 10월 현재까지 총159명이며, 이 중 위독한 상태에 빠진 사람은 다행히 한 명도 없다고 합니다. 뎅기열을 전염시키는 것은 모기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뎅기열에 감염된 사람들 중 일부가 공원에서 산책을 하거나 조깅을 하면서 모기에 물린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래서 공원에 관심이 집중되었습니다.

  뎅기열로 인한 공원 폐쇄를 알리는 안내판. [출처: 허프포스트 인터넷판]
공원 폐쇄로 갈 곳을 잃은 홈리스
언론이나 정부에 의해 크게 부각되었던 곳은 도쿄의 요요기(代々木)공원입니다. 도쿄의 번화가에 위치한 요요기 공원은 많은 도쿄 시민들이 산책이나 운동을 하는 곳입니다. 사회운동단체들이 대규모 집회를 할 때도 자주 이용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오래전부터 홈리스가 자주 모이는 곳이기도 하고, 또 자원봉사활동가들이 급식을 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9월초에 일본에서 뎅기열 환자가 출현하기 시작합니다. 이 때 언론에서는 어떤 환자가 요요기 공원에서 조깅을 하다가 모기에 물린 것 같다는 보도를 일제히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정부 당국이 요요기 공원에서 바이러스를 옮기는 모기가 발견되었다고 발표합니다. 그리고 정부는 뎅기열에 걸린 사람들 중 대다수가 요요기 공원을 다녀왔다는 것을 대대적으로 발표합니다. 그 후 얼마동안 공원 관리자들과 시민단체들이 공원에 오는 사람들에게 스프레이 모기약을 나눠주고 소독을 하였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요요기 공원 중 일부가 폐쇄됩니다.
공원 폐쇄로 인해 그동안 요요기 공원이 안식처였던 홈리스는 갈 곳이 없어졌습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도쿄도는 이번 폐쇄로 오갈 곳 없게 된 홈리스에게 일시거주시설에서 2주 동안 생활할 것을 권유하였다고 합니다. 이에 일부 홈리스는 시설에 들어가기도 하고, 인근 공원으로 거처를 옮기기도 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일부 시민단체들은 이번 뎅기열 전염으로 인해 홈리스에 대한 차별과 배제가 확산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과거에도 치안 안전이나 위생, 혹은 외관상 문제로 공원을 정비한다고 하면서, 언제나 홈리스를 내쫓았기 때문입니다.

도쿄도의 소극적인 대응
이에 대해 2003년부터 도쿄를 중심으로 홈리스 지원 활동을 벌여온 '홈리스종합상담 네트워크'가 9월 12일 도쿄도에 의견서를 냈습니다. 그 요구 사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뎅기열 전염을 일으킨 모기의 발생지로 2013년 9월 4일 폐쇄된 요요기 공원 A지구에서 어쩔 수 없이 생활할 수밖에 없는 홈리스에 대해, 당사자나 지원활동가들과 충분히 논의한 뒤, 생활보호법에 따라 '거택' 보호를 개시함과 동시에, 건강진단과 치료 등 의료행위를 적절히 제공할 것.
2. 공원폐쇄와 함께 이미 '시설'에 입소한 사람 중 의료기관의 경과관찰이나 격리치료 등 의료행위가 필요치 않은 사람에 대해서도, 신속하게 생활보호법에 따른 '거택' 보호를 개시할 것.
3. 공원폐쇄가 해제되었을 때 원래의 생활장소로 돌아가기를 희망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그 의사를 존중할 것. 또한 그 사람이 공원 내에서 생활하며 사용하였던 판잣집이나 소지품 등 개인 소유물(생필품)의 철거는 행하지 않으며, 만일 이미 철거한 개인 소유물이 있는 경우 철거를 행한 기관이 적절히 보관하여 신속하게 당사자에게 반환할 것.
4. 이후 공원 내에서 생활하는 사람이 뎅기열이 걸렸다고 판단되는 증상이 나타나고 의료기관의 진료를 희망하는 경우 신속하게 대응하고 그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
그러나 도쿄도는 홈리스에 대해 적극적으로 생활보호나 상담지원을 하기보다는, 일단 홈리스 퇴거와 공원 폐쇄만을 실시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 이후에는 관련 기사를 찾아보기가 힘드네요. 그리고 홈리스 분들이 퇴거당할 때에 정리되었던 소지품이 어떻게 되었는지, 그리고 원래 원하는 곳으로 돌아가셨는지도 지금은 제가 아는 바로는 알려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날씨가 추워지고, 모기가 사라질 무렵인 10월 31일 요요기 공원에 내려졌던 봉쇄 명령을 해제하였습니다.

  요요기 공원에 있던 홈리스 텐트. [출처: voicejapan2.heteml.jp]
홈리스는 전염병을 옮기는 사람이 아니다
이번 뎅기열과 관련된 조치들은, 전염병에서 홈리스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적절한 거주생활을 지원하지 않고, 또 당사자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집행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강제적으로 느껴지는 면이 있습니다. 또한 정부 당국이 '홈리스' '요요기공원' '뎅기열'이 무엇인가 상호 간에 연계성이 있는 것처럼 발표함으로써, '홈리스'가 마치 전염병을 옮기는 사람인 것처럼 인상을 주고 있다는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공원 관리를 이번 기회에 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있습니다. 홈리스가 그다지 많지 않은 바로 옆 공원은 폐쇄되지 않았으니까요.

요즘 갑자기 전염병이 유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대한 대처가 홈리스의 건강검진과 적절한 주거정책으로 이어져야 하겠습니다. 또한 무엇보다 정책 집행을 책임지는 정부나 지자체는 여러 의구심을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일상적인 노력을 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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