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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리스뉴스 27호-좌담]기초생활수급자와 ‘근로능력 평가’

[좌담]

지난 8월, 흉부대동맥류 이상으로 개복수술을 수차 받아왔던 기초생활수급자 최모씨가 돌아가셨다. 그는 돌아가시기 전까지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청소 일을 했다 한다. 수급 신청 시에도 가슴 수술을 받은 후였으나 당국은 그를 근로능력이 있다 판단했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기초수급권을 유지하기 위해 힘에 부치는 일을 해야 했고, 그 후과로 숨을 거두고 말았다. ‘최저생계’, 꼭 그만큼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 선택한 기초보장제도는 그에게 삶이 아닌 죽음의 입구가 되고 말았다. 「홈리스뉴스」는 최씨의 사망에 있어 핵심 문제가 된 기초생활보장제도의 ‘근로능력 평가’가 기초생활수급자들에게 어떤 고통을 가하는 지 파악하기 위해 수급자 네 분과 간담회를 진행하였다. 지면으로 간담회에서 나눈 이야기를 간추리고자 한다.

근로능력평가 비판

사회: 기초생활보장제도의 근로능력평가는 2010년부터 현재의 형태로 바뀌었는데요. 당초 3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서를 요구했다가 근로를 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겨야 한다는 과정을 거쳐 현재에 이르렀습니다. 일 년에 한 번씩 주민센터에 진단서를 갖다 줄 때 마치 시험 성적표 들고 부모님께 가는 심정이랄까? 아니 그보다 더 심하겠죠. 앞으로의 내 생계가 달려 있으니까요. 현행 근로능력 평가 제도를 경험하면서 든 생각을 이야기하는 걸로 시작해 보죠.


김: 근로능력평가라는 게 문제가 많아요. 의사 진단서에는 이 사람이 어디가 아프고 어디가 불편하고 이런 것만 나와 있지 일을 할 수 있다 없다는 건 안 나와요. 저 같은 경우도 통원치료를 요함, 입원치료를 요함, 수술을 요함, 이렇게 삼 단계로 구분이 돼 있었거든요. 사람이 하루 여덟 시간 지속적으로 근로를 할 수 있어야지 근로능력이 있다고 판단해야 하는데 잠깐 눈앞에 있는 2~30분만 보고 판단하는 건 아주 잘못된 거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서 어디가 부러졌다, 찢어져 갖고 꿰맸다 그러면 완치가 되잖아요? 그런데 완치 안 되는 병이 많단 말이에요. 가면 갈수록 악화되는 병이 많단 말이에요. 그런데도 사람들한테 계속 이거 떼 와라 저거 떼 와라 하는 것은 최대한 상대방한테 까다롭게 굴어가지고 빨리 수급자 탈락 시키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 같아요.


한: 제가 청각장애인이잖아요? 처음에 수급신청 할 때 무작정 한참 일 할 나이라고 얘기하더라구요. 그 당시 보청기가 없는 상황이었고 돈도 없었어요. 그래서 제가 일을 시킬려면 보청기를 해 주라고 그랬죠. 당신이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봐라, 대화가 안 되는 데 뭔 일을 시키겠냐고. 지금은 보청기를 했는데 50만원 중에 그냥 오로지 방세만 내고 나머지는 돈 쓴 게 없어요. 5개월 동안 그렇게 해서 보청기를 했더니 그때부터는 좀 숨통이 트이더라고요.

성과중심 자활사업, 실효성 있나?

사회: 과거에는 조건부 수급자들에 대해 주민센터나 지역자활센터에서 자활사업을 마련했죠. 그런데 근자들어 희망리본, 취업성공패키지니 하면서 직업교육을 받고, 취업해서 기초수급을 벗어나도록 하는 방식으로 사업이 옮겨지고 있어요. 오늘도 이 사업에 참여한 분들이 많은데 효과적인지, 문제는 없는지 얘기를 나눠 보죠.


백: 제가 작년에 조건부 수급하면서 취업성공패키지를 했잖아요. 학원도 다니고 그랬는데, 작년에는 선택권이 있었어요. 취업성공 패키지를 할 건지 아니면 구청에서 하는 자활사업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올 해부터는 무조건 고용센터 들려야 한다고 그러더라구요. 취업성공패키지는 해 봐서 아는데요. 나이가 오십 넘어가면은 배워도 써 먹을 데가 없어요. 제가 직장을 못 다니게 된 계기가 카드 빚 때문이잖아요? 취업성공패키지나 노동부에서는 그런 걸 상관 안 하거든요. 조언도 안 하고. 일단 무조건 직장부터 들어가라. 그러니까 내가 원래부터 갖고 있던 문제랑 상관없이 직장만 있다면 들어가라는 식으로 그렇게 압박을 하거든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도 안 됐는데 그걸 멋도 모르고 들어갔다 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는 거구요. 무조건 4대 보험 되는대로 쫙 리스트 뽑아가지고 마음에 드는 데 전화 해 보고 면접도 보고 그러라는데 신용불량 돼 있고 연락처도 마땅히 없고 그런데 누가 면접 가면 좋아라 하겠어요.


김: 조건부수급자나 일반수급자에게 취업성공패키지라든가 희망리본으로 참여시키고 교육시키는 건 참 좋은 취지인 거 같아요. 어떤 사람들은 100% 일 할 수 있고, 120%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 사람들은 그렇게 장려하는 게 좋은 취지라고 봐요. 그런데 우리구에는 동사무소에서 동네 청소하는 일은 없어요. 오로지 희망리본, 취업패키지, 자활 이 세 가지 밖에 없어요. 그런데 자활은 포화상태가 돼 있고 항상 대기상태가 돼 있어요. 자활은 규정인원이 있기 때문에 정원을 초과하게 되면 그 사람은 대기 인원으로 빠져야 되는데 그런 분은 대기를 안 시키고 취업패키지나 희망리본으로 보내요. 저 같은 경우에 무슨 기준을 적용했는지 모르겠지만 니들이 알아서 해라, 일 안 하면 수급 탈락시키겠다 이런 식이에요. 돌아가신 최모씨도 몸이 아픈데 가장으로서 책임을 지려고 일을 나간 거 같아요.


한: 일반수급자로 있다가 솔직히 50만원 받는 거는... 나는 귀(청각장애) 외에는 멀쩡하잖아요. 그래서 나름대로 생각하다가 희망리본에 갔어요. 수색에 본부가 있더라구요. 희망리본의 문제가 뭐냐면 벼룩시장 같은데 보면 어디 어디 사람 구하는 거 있잖아요? 그런 거 구직광고 딱 보고 연락해서 오전에 한 번, 오후에 한 번 찾아가는 거에요. 내 의사에 관계없이 문자로 오면 그곳을 찾아가는 거에요. 그런데 거기에 찾아가는 대다수가 뭡니까? 당장에 답답하니까 가는 거에요. 근데 그런 급한 마음을 이용하는 거 같애요. 이 사람이 취업을 하게 되면 수급 끊기는 거 아니에요? 그런데 취업 기간이 1년 이더구만요. 그러면 다시 구청 가가지고 취업성공패키지를 하던가 자활을 하라고 그래요. 땜빵 때우는 것도 아니고 뭐에요. 그게.

근로능력 평가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 간담회는 ‘노동’에 대한 이야기로 마무리 되었다. 조건부 수급자에게 노동은 징벌과 같다. 그러나 같은 제도의 적용을 받고 있는 일반수급자에게는 오히려 금기가 되고 있다. 이 둘 모두 ‘권리’로서의 노동과는 먼 모습이다. 명확한 것은 간담회 참여자들 모두 강요나 감시가 아닌 적정한, 지속적인 노동을 원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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