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 행동홈리스 뉴스

[홈리스뉴스 28호]홈리스는 ‘시설’에 가야 한다?

[2014 홈리스추모제 특별판]

거리 홈리스에게 따라붙는 꼬리표가 있다. “시설이 있는 데 왜 안 가나?”라는 말이다. 공실률 운운하며 시설이 텅 빈 것처럼 얘기하는 것도 문제지만, 홈리스의 거처로 시설이 우선시 되는 게 마치 공식처럼 돼 버렸다는 게 우려스럽다. 홈리스는 거처가 불안하거나 상실된 이를 말한다. 따라서 그에 대한 대응은 주거로 시작되어야 하며, 시설은 주거의 아주 특수한 한 유형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현재의 홈리스 복지는 부분(시설)이 전체(주거)를 과잉 대표하는 기형적 체계를 고수하고 있다.

거리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단속과 퇴거로 거리노숙을 벗어날리 만무하다. 물꼬를 트듯, 진입과 유지가 가능한 주거 공간을 제공하는 것으로 탈(脫) 노숙의 발판은 마련된다. ‘임시주거비 지원사업’이 바로 이와 같은 제도다. 이는 거리 홈리스에게 2, 3개월가량의 주거비를 제공하고 사회복지 지원을 하는 것으로, 지원 후 주거유지율은 약 8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서울시 임시주거비지원사업의 계획인원은 연간 350명으로, 거리홈리스의 1/4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쪽방, 고시원을 주거자원으로
고시원, 여인숙, 쪽방 등의 거처는 열악하나마 한국의 주택상황에서, 탈거리노숙의 자원 혹은 거리노숙방지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곳들이 리모델링을 거쳐 고급화되며 타 용도로 전용, 그곳에 거주하던 사람들의 거처가 사라지고 있다. 수 십 년 전 부터 계획된 재개발도 항상 잠재하는 걱정거리다. 선진 해외사례를 보면 이런 주택들을 홈리스의 주거자원으로 활용하도록 하거나, 그렇게 할 경우 개보수비용을 저리 대출하는 등의 제도를 마련하였다. 이들, 저렴 주거의 ‘사회적 유효성’을 인정함과 함께 거처로서의 안정성을 꾀하려 했기 때문이다.

유일한 임대주택정책, 실효성 높여야
국토부의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사업>은 홈리스에게 매입 또는 전세임대주택을 제공하는 정책이다. 그러나 입주를 위해서는 ‘입주자선정위원회’를 거치고, ‘운영기관’을 통해야 하는 등 타 입주 대상에는 없는 검증 절차를 두고 있다. 의당, 절차가 복잡해지고 대기가 길어짐에도 이를 고수하는 것은 시설주의 혹은 홈리스에 대한 의심으로 밖에 이해할 수 없다. 공급량 또한 문제다. 2012년 실태조사에 의하면 본 정책의 대상(노숙, 쪽방, 고시원 등 거주자)은 약 26만 여명에 달하나 연평균 공급은 340호에 불과하다. 또한 홈리스의 대다수가 1인 가구임에도 1인 가구형 주택은 손에 꼽을 정도다.

현재 홈리스 복지에서 ‘주거지원’의 비중은 구색 갖추기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러 저러한 이름의 사업이 있으나 비현실적이거나 부족한 공급 탓에 유명무실하다. 무게 중심의 변화가 필요하다. 시설의 한계를 주거가 보완하는 게 아니라, 주거를 중심으로 홈리스 복지의 판을 다시 짜는 식의 변화 말이다.
태그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2014 홈리스추모제 공동기획단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