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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리스뉴스 29호] 홈리스 유인 요양병원 문제를 중심으로 본 홈리스 복지개선 방안 토론회

[진단]은 홈리스 대중의 삶과 밀접하게 관련된 정책, 제도들의 현황과 문제들을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지난 2월 6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최동익 국회의원’과 ‘요양병원 대응 및 홈리스 의료지원 체계 개선팀’이 공동 주최한 ‘홈리스 유인 요양병원 문제를 중심으로 본 “홈리스 복지 개선방안”토론회’가 열렸다. 2012년 6월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노숙인 등 복지법)’이 시행되면서 거리홈리스에게 주거·급식·고용뿐 아니라 의료 지원과 응급조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 왜 거리홈리스는 요양병원으로 가게 되었는가?
토론회는 ‘노숙인 등 복지법’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던지며 진행되었다. 아쉽게도 토론회 당일에는 당사자인 거리홈리스들의 참여가 적었다. 그래서 주제발표 중 주거와 의료를 중심으로 토론회 주요 내용을 전하고자 한다. 지면 분량의 제한으로 이번 호에는 제도 중심으로 살펴보고 요양병원 이용자 심층인터뷰 내용은 다음 호에 소개할 예정이다.

노숙인 생활시설은 충분한가?
추운 겨울, 서울역 지하도를 걷다보면 거리홈리스를 쉽게 볼 수 있다. 지나는 사람들은 한번쯤 이런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왜 추운데 밖에서 지낼까? 과연 마음먹으면 시설로 들어가는 것이 가능할까? 거리홈리스 개인의 특성상 생활시설을 이용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거리홈리스의 수와 노숙인 시설정원을 비교해 이야기해보자. 2014년 보고된 서울시 노숙인구 현황을 보면, 4,600명 선이라고 보고하고 있다. 그리고 서울시의 노숙인 시설의 정원수는 3,400명 선이다. 그렇다면 단순히 거리노숙인 수와 노숙인 시설 정원수를 놓고만 봤을 때도 4,600명 중 3,400명 정도만 지붕이 있는 곳에 들어갈 수 있는 거고, 나머지는 그렇지 않은 곳에 놓이는 것이다. 특히 종합지원센터와 일시보호시설이 안정적인 거처가 아니라 거리노숙인의 단기 이용시설인 점을 감안한다면, 불안정한 거처를 유지하고 있는 혹은 거처가 아예 없는 노숙인 수는 1,800명에 이른다. 거처로서 기능하는 생활시설의 정원 대비 150% 정도가 초과한다고 볼 수 있다. 특히 <표 2>를 보면 자활시설은 공실률이 20%인데 반해 재활시설은 12%, 요양시설은 4%로 재활, 요양시설 공실률은 굉장히 적다. 그래서 재활과 요양을 필요로 하는 분들이 어쩌면 요양병원에 갈 수도 있겠다는 짐작을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시설의 수를 늘리면 되는 것 아니냐는 단순한 생각은 하지 않았으면 한다. 노숙이 장기화되고 만성화된 거리홈리스들에게 필요한 재활, 요양시설의 수가 부족한 부분을 지적한 것이고 재활, 요양시설의 이용자들에게 걸맞은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표 1> 서울시 노숙인 수 현황 [출처: 출처: 서울시, 2013년 서울시 노숙인 실태조사(2014)]

  <표 2>서울시 노숙인 시설 정원 및 현원 현황(2014년 말) [출처: 출처: 현명이 외(2014), 노숙인 지역사회정착을 위한 체계적 복지서비스 운영방안연구, 서울시복지재단.]

주거지원 서비스는 충분한가?
노숙인 시설의 자리가 없거나 시설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마음에 들지 않아 요양병원을 이용하는 홈리스도 있을 것이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주거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이번엔 주거지원제도를 이야기 해보자. 첫 번째 ‘노숙인 등 복지법’ 상에 명시되어 있는 주거지원 중 임시주거비 지원사업이 있다. 이 사업은 거리노숙인이나 퇴거에 놓인 사람들에게 한시적으로 주거비를 지원하는데 적게는 2개월 길게는 6개월까지 쪽방이나 고시원 월세를 대준다. 거처를 마련한 후 일자리 연계나 공공부조, 혹은 여러 가지 복지 조치를 통해서 지역사회에 정착하기 위한 발판으로 삼는다. 서울시 경우에는 해마다 300~350명 지원 계획을 세우고 있다. 업무를 담당하는 시설 실무자의 입장에서는 쏟아져 나오는 노숙인의 수가 많다보니 이 비용을 쪼개서 인원을 늘리는 방법으로 지원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2014년 임시주거비 지원사업 실적을 보면 350명의 예산으로 574명을 지원했다. 쪼개고 쪼개서 지원을 했지만 앞서 이야기 했던 불안정한 거처를 유지하고 있는 혹은 거처가 아예 없는 1,800명 수에 비하면 너무 적고, 새롭게 유입되는 신규 노숙인을 포함한다면 이 서비스의 공급량은 더 많아져야한다. 두 번째 임대주택 공급도 법상에 명시가 되어 있다. 그 중에 주거취약계층 매입임대주택은 LH(한국주택공사)가 공급하는 주거지원사업이다. 고시원이나 쪽방, 노숙인 쉼터의 이용자들이 공공임대주택에 들어가는 목돈을 마련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영구임대주택이라 하더라도 250만원 이상이 있어야하고, 일반 전세나 매입임대를 들어가더라도 375만원 이상은 있어야 된다. 쪽방이나 고시원에서 생활하시는 수급자분들이 25만원 방세 내고 나면 나머지 24만원으로 한 달을 살아야 되다보니 저축은 언감생심이다. 이 점을 고려해서 보증금 50만원에 갈 수 있는 주택들을 확보해서 공급하는 것이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사업이다. 이 사업의 전달체계 등이 한동안 문제로 제기되었지만, 그 중 제일 중요한 것은 공급량일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본지 3면의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사업, 변경내용과 그 실제”에서 다루도록 하고, 그 외 주거지원프로그램으로 희망원룸, 희망고시원 등을 운영하기도 한다. 지자체 재원을 통해 임대료를 시중보다 낮춘 원룸이나 고시원을 거리홈리스에게 제공하는 것인데, 주로 자립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대상이 된다. 이상의 주거지원 서비스를 살펴보건대, 요양병원의 유인 대상이 되는 장기노숙인 혹은 만성적 거리홈리스에 대한 주거지원서비스는 상대적으로 취약하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서 서비스 공급의 총량을 늘리고, 만성 거리홈리스의 재활, 요양시설의 확충과 프로그램의 다양화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중앙정부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한데 ‘노숙인 등 복지법’이 나왔을 때 노숙인 등 복지 및 자립지원 종합계획을 5년 마다 만들어야 하는 데 법이 만들어지고 3년이 다 되어가지만 종합계획수립은 요원하다. 하루빨리 수립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노숙인 의료지원체계의 문제점
홈리스 불법 유인 요양병원의 주 대상은 젊고 건강한 사람이 아닌 노숙의 장기화와 만성화로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거리홈리스들이었다. 그들의 요양병원 이용 목적 중 건강의 회복과 치료의 목적도 있다는 가정 하에 이들은 왜 의료지원체계를 벗어난 요양병원을 이용했던 것일까? 의료지원체계에 대해 알아보고 문제점을 짚어보자. ‘노숙인 등 복지법’에서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과 노숙인의 의료지원을 명시하고 있다. 하나는 복지부에서 관장하는 ‘노숙인 1종 의료급여’이고, 또 하나는 광역지자체에서 관장하는 ‘노숙인 의료보호’다. 이렇게 둘로 쪼개진 시기는 ‘노숙인 등 복지법’ 시행 이후인데, 제도는 두 개지만 둘을 포개보면 과거보다 도리어 문턱은 높아지고 지원수준은 낮아졌다. 그럼 어떤 문제들이 있는지 짚어 보자. 첫째로 선정기준의 미흡함과 불합리함이다. ‘노숙인 1종 의료급여’가 시설입소자를 중 3개월 이상 주거 없이 생활한 사람으로 명시하여 입소자가 아닌 거리홈리스는 취득권한이 모호하다. 건강보험 미가입자, 6개월 이상 체납의 경우 거리홈리스의 고유한 특성도 아니다. 그리고 자격유지기간이 1개월로 규정되어 있어 지속적으로 갱신하지 않으면 자격을 상실하는 것도 문제다. 두 번째는 노숙인진료시설 지정병원의 접근성 이 제한되는 부분이다. 지정병원은 전국적으로 254개소(최동익 의원실 (2013.6.))이다. 2012년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 의료기관은 병원, 의원, 보건소, 보건의료원 기관 수 총계는 3만이 넘지만 지정병원은 1%에도 못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지정병원은 대부분 국공립병원, 보건소인데 10% 이하로 떨어진 한국의 공공보건의료기관 병상 비중을 고려했을 때 접근성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주목해야 할 부분은 진료시설에서 요양병원이 빠져있다는 것이다. 요양병원의 입원대상은 노인성 질환자 뿐 아닌 “만성질환자, 외과적 수술 후 또는 상해 후 회복기간에 있는 자”도 해당하므로 노숙인 등에도 이러한 필요를 해결할 방안이 필요하다. 세 번째는 낮은 보장성이다. 입원 진료의 경우 비급여 비중이 높기 때문에 의료급여 수급권자라고 하더라도 소득이 낮을수록 더 입원 진료를 이용하지 못하는 불평등이 발생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분절적인 지원관리다. 건강보험, 의료급여, 의료보호로 분절되어 있기 때문에 선별적으로 관리되면서 책임주체 간의 갈등과 책임회피를 발생시키고 있다. 이런 문제들의 발생 근본은 정부가 홈리스의 건강을 보편적인 건강권의 시각에서 보지 않고 관리할 사회문제로 바라보는 것이 문제의 시작이지 않을까?

그럼 의료지원체계 어떻게 개선되면 좋을까?
홈리스 유인 요양병원 문제는 일탈적 사례가 아니라 굉장히 복합적인 차원의 문제가 중첩된 것이다. 거리홈리스가 건강취약계층이라는 점과 한국의 의료서비스의 공급이 전적으로 시장에 맡겨지면서 영리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1, 2, 3차 병원 사이에 경쟁이 심화되었다. 요양병원도 그 전례를 따라 2000년대 들어서 빠르게 확산되면서 유인(환자 유치), 감금, 폭행(입원 일 늘리기) 등의 비정상적 행태가 나타났다. 그리고 홈리스 유인 요양병원은 정신병원(혹은 병상이 있는 병원)이기도 하다. 이는 정신보건시설에서 특별히 주의해야 할 인권 문제에 있어서도 정신보건법을 위반하거나 위반 소지가 있는 사례들이 비일비재하다. 두 번째는 실제적인 의료접근성의 확보가 필요하다. ① 접근성의 문제나 타 의료급여 수급권자와 비교했을 때 진료시설 지정제도를 두는 것은 불공평하다. 원칙적으로 폐지가 되어야 할 것이다. ② 단기적으로는 지정병원의 관리감독과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 지정제도는 원칙적으로 폐기되는 것이 맞지만, 우선적으로 현재 지정된 진료시설부터 홈리스에게 실질적인 의료접근성을 확보하기 위해 국공립병원, 보건소부터 장애가 있거나 자립 생활이 어렵고 복합질환이 있는 홈리스를 입원시켜 진료할 수 있는 충분한 전담인력과 시설, 퇴원 후 지역사회 사례관리로 연계하는 전담인력 등이 준비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 ③요양병원을 포함한 지정병원의 확대가 필요하다. 요양병원 입원대상이 만성질환자나 외과적 수술 후 회복기간에 있는 자, 노인성 질환자 등인데 사실상 요양병원에 대한 의료적 수요가 분명히 있기 때문에 지정병원 확대는 필요하다. ④전국적 차원에서 노숙인 등에 대한 복지지원을 체계화하고 표준화해서 점차적으로 지원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비급여, 식대 등 본인부담에 대한 비용도 지원할 필요가 있다. 대다수 지정병원이 공공의료기관인만큼 본인부담금의 문제를 지원하는 체계적인 방안이 필요하다. 세 번째 정신장애 및 중독 노숙인 재활 사업을 강화해야 한다. 현재 재활쉼터가 운영되고 있지만 여전히 다양한 욕구나 수요를 포괄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홈리스의 차별적인 욕구에 전문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포괄적이고 체계적인 정신보건 지원 체계가 가동되어야 한다. 치료 및 주거를 포함한 복합적 욕구에 대응할 수 있도록 전문적인 다양한 재활전문시설을 만들어야 한다. 중앙 및 지역정신보건계획에 노숙인 정신보건서비스를 포함하고, 지역 단위 사례관리를 포함해 정신보건 서비스와 관련된 공식적 지원이 강화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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