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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호-특집]홈리스에겐 자활의지, 자활의지 하면서

서울시 노숙인 일자리 정책을 살펴보면... 아이고 의미없다!

[특집]


지난 7월 28일 “별일인가 프로젝트” 후속 대책 논의를 위해 서울시 관계자와 민간기업 담당자를 만났다. “별일인가 프로젝트” 관련 이야기를 나누면서 반복적으로 참여당사자에게 요구하는 것이 있었다. 바로 ‘자활의지’를 보이라는 것이다. 그런 요구를 듣는 당사자의 표정은 묘했다. 추측해본다면 ‘열심히 했는데 더 어떻게 열심히 하라는 거지?’ 하는 표정 같았다. 그렇다면 자활의지만 있으면 다 된다는 건가? 자활의지라는 것을 타인이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자활 하면 의지가 있는 것이고 못하면 없는 것인가?
흔히 노숙인 자활을 이야기할 때 당사자의 자활의지와 정책적 지원이 잘 맞물려 돌아가야 된다는 말을 한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홈리스의 자활의지를 요구하는 서울시 노숙인 일자리 정책은 어떤지 살펴보자.

서울시 노숙인 일자리 사업의 시작
현재 정책을 알아보기 전에 과거를 살짝 돌아보고 시작하자. 시간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을 하고 있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선 서울시 노숙인 특별자활사업은 2005년 3월부터 시작되었다. 당시 서울시 관계자의 말을 빌리면 “겨울에 일감이 없어 일을 할 수 없었던 노숙인들에게 일할 의욕을 되찾아주기 위해 10억원을 들여 일자리를 만들어 줄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 대상은 드롭인(Drop In)센터 등록 노숙인 중 일자리를 희망하는 200명으로 시작되었다. 드롭인 센터 주변의 거리청소나 불법광고물을 떼어내는 일 등 비교적 노동 강도가 약한 일을 했고, 1달 단위로 고용돼 15일간 일하고 하루 2만원의 일당을 받았다. 전액을 서울시에서 부담했다. 월 30만원 정도의 급여를 받았다.
다음으로 2006년 2월부터 건설현장 위주의 '노숙인일자리갖기사업'을 시작했다. 대상은 주거확보 또는 쉼터 입소 조건으로 건강하고 근로의욕이 있어 공사현장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노숙인이 우선되었다. 건설현장, 포장복구, 누수복구, 시설물 보수공사 등에서 보조업무를 맡아 일을 했고, 당시 공고를 통해 신청한 사람은 1,170명이었고, 그 중 1,128명이 참여하여 노숙인들의 일자리에 대한 깊은 관심과 호응을 나타낸바 있다. 일당은 5만원이었고, 5만원 중 절반은 서울시에서 부담했다. 월 150만원의 급여를 받았다.

노숙인 일자리 관련 사건들
서울시 노숙인 일자리 흐름을 더 살펴보자. 10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면서 굵직한 사건이 없진 않았다. 그 중 기억나는 것을 몇 가지 꼽으라면 2010년 9월 오세훈 전 시장 재임시절에 서울시는 특별자활근로 참여자 수를 절반 이상 줄였다. 26개 기관을 통해 505명에게 일자리를 줬으나 9월 1일부터는 242명으로 축소했다. 그 이유가 예산 부족이었지만 오세훈 시장의 역점 사업인 ‘2010 디자인 한마당’은 77억2400만원을 들여서 9월 17일부터 20일 동안 열었다. 재미있는 건 250명의 일자리를 유지하는데 드는 비용은 1억이었다. 위 사례만 보더라도 서울시 노숙인 일자리 정책은 행정의 입장과 처지에 따라 언제든 수시로 바뀔 수 있는 일방적이고 불안정한 한계를 드러냈다.
또 한 가지를 이야기하자면 2012년 서울시와 코레일은 서울역 노숙인 20명에게 월 급여 40만원의 일자리를 6개월 간 지원하고, 서울시가 6개월 간 월세지원 및 작업 교육 등을 실시한다는 것이었다. 노숙인 일자리 사업의 새로운 모델로 홍보되면서 여론의 긍정적 반향을 얻었다. 위 사업의 배경과 내용을 들여다보면 노숙인 일자리 지원의 목적보다는 2011년 8월부터 진행된 서울역 노숙인 강제퇴거 조치에 따른 민심 수습책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피해자인 서울역 노숙인들을 활용하는 계략이라고 볼 수 있다. 서울시의 홈리스 자활의 성공사례 창출과 코레일의 이미지 개선이라는 이해가 서로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노숙인 호텔리어 사업’이다. 2013년 서울시는 조선호텔과 함께 ‘노숙인 호텔리어 교육과정’을 개설했다. 해당 교육과정은 자활의지가 강한 노숙인을 뽑아 열흘간 테이블 매너와 와인 상식 그리고 기물 관리 등을 가르치는 내용으로 진행됐다. 이 과정을 거쳐 노숙인 호텔리어 34명이 탄생했고, 시내 주요호텔에 취업했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34명 중 호텔에 직접 고용된 노숙인은 아무도 없었고, 전체 34명 가운데 4명만이 두 달여 일하고 있는데 이 사람들 모두 용역업체 파견사원으로 환경미화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다. 그 가운데 2명은 호텔이 아니라 백화점과 마트에서 일하고 있어 참여자 중 호텔리어 일을 하는 노숙인은 없었다. 서울시와 조선호텔측은 ‘노숙인들의 기대수준과 근로수준의 괴리가 컸다’, ‘노숙인들의 자활의지가 약했다’며 서로의 책임이 크다고 주장했다. 당시 이 일은 2014년 국정감사에서 언급될 정도로 이슈가 되었다.

10년이 지난 지금은
흔히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을 하는데 현재 서울시 노숙인 일자리 사업은 어떻게 변했을까? 2015년 2월에 발표된 “노숙인 일자리(특별자활, 일자리갖기)”사업안내를 살펴보자. 일자리지원사업 예산은 81억5900만원으로 작년보다 증액되었다. 일자리갖기사업과 특별자활근로는 올해 예산 편성시 월간 450명, 600명으로 편성하였지만 사업안내의 지원 기준에서는 월간 290명, 756명으로 일자리갖기사업의 인원은 축소되고 특별자활근로 인원은 증가되어 편성되었다. 작년보다 참여자의 급여 수준이 약간 향상된 정도에 불과하다.
10년이 지났지만 서울시의 노숙인 일자리 정책은 답보상태다. 이외에도 작년 5월, ‘노숙인 일자리 종합대책’에서 발표한 서울역 자활카페, 이동 세차단, 거리상점 등은 첫발조차 떼지 못했고, 기업과 서울시가 만들어낸 홈리스 일자리 사업은 앞서 이야기한 호텔리어나 희망의 친구들 등 지속, 안정성보다 과도한 선전에 집중한 탓에 순간의 이벤트로 끝나는 고질병을 앓고 있다.

자활의지만 있으면 되나요?
노숙인에게 자활의지만 있으면 되는 걸까? 그 의지를 꼿꼿이 세울 수 있는 촘촘하게 짜인 노숙인 일자리 정책이 바닥에 깔려야 가능하지 않을까? 그리고 우리에게 자활의지를 요구한다면 우리도 노숙상태를 벗어날 수 있도록 충분히 일할 수 있는 노동 기간을 요구하자! 서울시의 노숙일 일자리 정책의 행태를 변하게 하기 위해 항의하는 목소리를 내는 것만이 서울시의 행정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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