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중은 없다, 차별금지법 ‘지금 당장’ 제정하라” 제정 촉구 서명운동 시작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서명운동 시작으로 토론회, 집회 등 본격 움직임 나서

[출처: 비마이너]

시민사회계가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며 본격적인 서명운동 돌입에 나서겠다고 선포했다. 12일 오전 10시 110개 시민단체가 모인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본격적인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활동의 시작을 알렸다.

차별금지법이 이슈화된 시기는 노무현 정권 때이다. 2006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차별금지법 제정 권고로 법무부는 2007년 이를 입법예고한다. 그러나 당시 보수 기독교 세력의 거센 반대에 부딪히면서, 법안은 출신 국가·언어·가족 형태 또는 가족 상황·범죄 및 보호처분경력·성적지향·학력·병력 등 7개의 차별금지 사유가 삭제된 채 발의되었으나 국회 임기만료로 결국 폐기된다. 17·18·19대 국회, 이른바 ‘이명박근혜’ 정권에서도 법안은 발의됐지만, 제정은커녕 보수 기독교 세력의 압박에 국회의원들이 법안을 자진 철회하는 사태까지 벌어진다.

이러한 상황에서 2012년 당시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은 차별금지법 제정을 약속했지만, 정작 박근혜 탄핵 뒤 압도적인 대선 후보로 떠오른 2017년에 차별금지법 제정 공약은 후퇴한다. 그뿐만 아니라, 문 대통령은 대선후보 TV 토론회에서 “동성애를 좋아하지 않는다”라는 등의 발언으로 수많은 비판을 받았다. 당선된 현재에도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에 차별금지법 제정은 없다. 지역상황도 심각하다. 충남 등 각 지역에선 성적지향·성별정체성을 문제 삼으며 보수 개신교 세력이 지역 인권조례 폐지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맞서 시민사회계는 올해 3월 110개 단체가 모여 차별금지법제정연대를 재결성하기에 이르렀다.

임보라 섬돌향린교회 목사는 “보수 근본주의 기독교가 선두에 나서 결사 항쟁하듯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하고 있다. 교계 내에선 성소수자를 옹호하는 이들이 고소당해 재판받아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면서 “신앙을 내세워 혐오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기독교가 아니다. 더욱 답답한 것은 기독교 가르침이 그런 것으로 착각하는지, 문재인 정부가 이들에게 질질 끌려다니고 있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임 목사는 “성경엔 ‘차별은 안 된다’는 선언과 여성, 장애인, 노예, 외국인 등 차별받는 이들의 무수히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다. 예수님의 사랑은 선별해서 하는 게 아니다”라면서 “청산되어야 할 구시대 기독교 세력의 썩은 동아줄을 붙잡고 가는 게 아니라, 이 썩은 동아줄은 끊고 가야 한다는 신앙인들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출처: 비마이너]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주노동자, 성소수자, 청소년, 장애인 등은 평등과 정의를 지연시키는 사람들과 협상하는 정부와 국회를 비판하며, 차별금지법 제정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은 “이주노동자는 피부색이 다르다고, 경제상황이 열악한 나라에서 왔다고, 종교와 언어가 다르다고 차별받고 있다”면서 “이주노동자 중엔 강제노동에 시달려도 사업장 변경을 할 수 없어 결국 견디지 못해 자살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이주여성들은 성격 차이 등으로 이혼이라도 하면 불법체류자 신세가 되고, 테러금지법 제정 이후 무슬림과 난민 신청자들은 너무 힘든 상황에 처했다”면서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차별금지법 제정이 절박하다고 호소했다.

웅 무지개행동 집행위원은 “정부는 ‘성소수자는 차별받으면 안 되지만 인권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반인권적 차별선동을 인권에 대한 정부의 방관과 위선에 연결시켜 혐오를 정당화하는 가교역할만 할 뿐”이라면서 “혐오 발언 일삼는 이를 공직에 앉히고 이젠 반동성애를 외치는 뉴라이트 창조과학회 인사를 장관으로 영입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웅 집행위원은 “이것이 바로 우리가 10년이 넘도록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이유”라면서 “사회적 소수자들이 사회에 불편한 존재고 그래서 위협이 된다면 기꺼이 불편해질 것”이라고 외쳤다.

공현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활동가는 차별이 차별을 낳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차별금지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현 활동가는 “청소년은 나이가 적다는 이유로 무시당하고 많은 결정 과정과 논의에서 배제당한다. 학교에서도 성별에 따른 편견을 접하고, 학교성교육표준안은 차별을 정당화한다. 어느 학교 나오냐에 따라 학생들은 나뉜다”면서 “이렇게 우리 사회가 끊임없이 차별을 정당화하는 메시지를 주기에 ‘정당화된 차별’은 차별이라고 생각하지도 않게 됐으며, 정당화된 차별은 다른 차별을 정당화하는 것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박김영희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대표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있는데 왜 또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냐’는 세간의 물음에 답했다.

박김 대표는 “장애인 내에도 성소수자, 여성, 가난한 사람, 청소년이 있다.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차별받는 문제가 아니라 여성이기에, 성소수자기에 받는 차별에 대응해야 한다”면서 “이러한 모든 차별에 대응하기 위해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평등한 세상에 나중은 없다. 인권의 가치를 저울질하지 마라”고 경고하면서, “평등과 인권, 반차별의 가치가 실현될 수 있는 한국사회를 위해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끝까지 싸워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온·오프라인 서명을 시작으로 앞으로 공동체 및 지역 간담회, 차별금지법안 관련 쟁점 토론회 등을 열어 20대 국회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드시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기사제휴=비마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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