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기업 노조 탄압, 왜 9년째 이어지나?

[토론회] 사측의 ‘조직적 괴롭힘’, 고용노동부의 방관이 문제

유성기업 노조 탄압이 9년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의당 이정미 국회의원실, 금속노조, 유성범대위(노조파괴 범죄자 유성기업, 현대차 자본 처벌! 한광호 열사 투쟁 승리! 범시민대책위원회)가 10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3간담회실에서 ‘유성기업 노조탄압, 왜 9년째 이어지나?’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정권 교체 후, 고용노동부는 무엇을 했나?

토론회 참여자들은 고용노동부가 문제 해결에 소극적 태도로 일관해 노조 탄압이 계속됐다고 주장했다. 고용노동부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이하 개혁위)는 2017년 1월부터 유성기업 등 부당노동행위가 나타난 사업장을 상대로 ‘노조 무력화와 부당 개입 관련 실태 조사’를 벌였다. 개혁위는 지난해 9월 조사를 마치고 △그간의 부당노동행위 수사 관행에 대해 장관의 유감 표명 △노조 무력화 공작의 실체 규명 및 정부기관·컨설팅업체 등 유착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 △범죄의 중대성, 피해 회복의 어려움을 고려해 법정형을 상향 조정 △부당노동행위 빈발 사업장 상대 특별근로감독 실시 등 권고사항을 내놨다.

하지만 김차곤 민변 노동위원회 변호사는 개혁위 권고사항 중 장관의 유감 표명 외 이행된 것이 사실상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과거 유성기업과 계약을 맺은 창조컨설팅이 청와대, 국정원, 노동부, 정보 경찰과 연락을 취한 사실이 압수수색으로 드러났는데, 노동부는 이들을 조사하지 않았다. 또한 부당노동행위 근절을 위해 ‘관련자 구속수사 및 핵심 증거 압수수색’이 가능하도록 지침을 개정한 사실도 없었다. 아울러 과거 검찰이 노동부의 기소의견을 불기소의견으로 송치하라고 지시했는데, 이 같은 검찰의 부당한 수사 지휘 관행에 대한 시정 건의도 확인할 수 없었다.


김 변호사는 노동부가 개혁위 권고를 이행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부당노동행위 수사 역시 적극적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일례로 노동부는 2013년 10월 고소된 사측의 부당노동행위 사건을 4년이 훌쩍 지난 2018년 5월에야 송치했다. 2015년, 2016년 고소 사건도 2018년에야 불기소의견으로 송치했고, 2017년 이후 사건은 2019년 1월 기준 수사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 변호사는 “노동부가 계속해 부당노동행위 사건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노동자들의 몫이 된다”며 “개혁위원회의 권고사항 이행은 부당노동행위 근절을 위한 첫걸음이다. 또한 이는 노동부가 부당노동행위 공범이라는 오명을 지우기 위한 필수 과정”이라고 말했다.

개혁위에 따르면 부당노동행위 사건에서 검찰 기소율은 9.5%에 불과하다. 일반 형사사건 45.7%에 비해 현저히 낮은 기소율이다.

유성기업 노조 탄압은 ‘구조적 괴롭힘’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는 유성기업 노동자 괴롭힘이 △성과급 및 승진, 근태관리에서의 차별 △일상적 감시 △임금 삭감 △정당 사유 없는 해고나 징계 및 경고장 남발 △고소·고발(사법수단 활용) △폭언 및 폭행(성희롱) 등의 유형으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특히 이런 괴롭힘이 금속노조 조합원에게 집중됐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개인적 괴롭힘’보다 ‘구조적 괴롭힘’ 경향이 뚜렷하다고 전했다.

노조에 따르면 사측 관리자는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화장실을 갈 때 시간을 체크하고 분 단위로 임금을 삭감했다. 명숙 활동가는 삭감된 임금이 크지 않지만, 노동자가 느끼는 부당한 감시와 차별에 스트레스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유성기업 아산공장에 CCTV가 19대, 영동공장에 11대가 있는데, 이는 사측이 힘을 과시하고 노동자에 심리적 압박을 주기 위한 목적이 크다고 말했다.


폭력 경험에 있어서도 유성기업은 다른 사업장과 분명한 차이가 드러났다. 2016년 ‘유성기업 인권침해 및 사회적 진상조사단’이 타 사업장 노동자와 유성기업 노동자의 유형별 폭력 경험 빈도를 조사한 결과, 사무금융 노동자 28.8%가 언어폭력을 겪었다고 답한 반면, 유성기업 남성 노동자는 31.6%, 여성 노동자는 30%가 겪었다고 답했다. 신체적 폭력 또는 위협의 경우 사무금융 노동자 0.9%만이 당했는데, 유성기업 남성 노동자는 23.8%, 여성 노동자는 20%가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무 관련 괴롭힘에서는 유성 남성 노동자의 63.6%, 여성 노동자의 60%가 겪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오는 16일 부터 시행되는 직장내괴롭힘 방지법은 유성기업 노동자를 도울 수 있을까. 명숙 활동가는 “직장내괴롭힘 방지법은 괴롭힘을 개인의 문제, 조직 문화에서 찾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며 “노동부는 괴롭힘을 예방하는 방안으로 경영진의 구조적 괴롭힘에 대한 실태 파악과 이에 따른 조치를 보완해야 한다. 무엇보다 노조 활동 보장 등 노동자 권리에 대한 경영진의 인식 변화가 가장 필요하다”고 했다.

도성대 유성기업아산지회장 역시 “사측은 직장내괴롭힘 방지법을 통해 금속노조 조합원을 ‘합법적’으로 괴롭힐 가능성이 크다”며 “그동안 사측은 다수노조인 우리(금속노조)가 어용노조 조합원, 관리자들을 괴롭힌다는 주장을 꾸준히 제기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측은 제도를 악용해 금속노조를 공격할 수 있다. 사측이 직장내괴롭힘 방지 관련 취업규칙 변경을 찬반투표로 밀어붙이려 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유성범대위는 오는 22일부터 상경 투쟁을 전개한다는 계획이다. 7월 22일부터 31일까지 노조와 유성범대위는 청와대와 양재동 현대차 본사 등지에서 집회와 오체투지, 노숙 농성 등을 진행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