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서 코로나 빌미로 ‘블랙리스트’ 만들었다”

코로나 확진자 나온 건설현장에 근무했다는 이유로 고용거부

건설사 대림산업의 설비업체인 세방테크가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현장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건설 설비노동자들의 고용을 거부해 블랙리스트를 만든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심지어 해당 노동자들은 여의도 파크원 건설 현장에서 확진자가 나오기 두 달 전 퇴사한 노동자들이었다.


건설노조는 8일 오전 11시 고용노동부 서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확진자가 발생하기 두 달 전 퇴사한 건설노동자와 이미 자가격리를 마친 건설노동자가 속한 팀원 전부를 아무런 의학적 근거도 없이 과거 현장 이력만으로 부당하게 고용을 거부하는 행태가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는 건설사가 납득할만한 객관적 자료도 없이 근무 이력을 핑계로 현장 투입 금지 리스트를 작성하는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적용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건설노조에 따르면 아크로서울포레스트 신축공사 현장의 설비업체인 세방테크는 덕트 공사 관련 취업을 신청한 4명의 노동자가 2월 말 코로나 확진자 발생으로 임시 봉쇄했던 여의도 파크원 공사현장을 거쳤다는 이유만으로 고용을 거부했다.

강한수 건설노조 토목건축분과 위원장은 해당 사례가 건설노조 조합원에 대한 부당노동행위와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작년 파크원 현장에서 설비 노동자 최초로 임금단체협약을 맺는 과정에서 투쟁이 거세게 일어났기 때문이다. 고용을 거부당한 4명은 당시 투쟁에 함께했던 노동자들이다.

강한수 위원장은 “파크원에서 일했던 덕트 노동자들을 일절 고용하지 말라. 이것이 이들이 말하는 고용거부의 진실일 것”이라며 “몇 년 전 현대건설에서 산재 신청을 했다는 이유로 블랙리스트 명단을 만들어서 고용 거부하려고 했던 것과 다름없다”라고 지적했다.

고동철 건설노조 서울건설지부 덕트분회장은 “원래 기자회견에 당사자 덕트 노동자들이 함께 나와 발언을 해야 했다. 그러나 그 노동자들이 가장 걱정했던 것은 앞으로도 대림산업 현장에서 먹고 살아야 하므로 기자회견에 나온 일로 낙인찍혀 일을 못 할 것을 우려해 참여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또 지난 1일에도 4명의 노동자가 취업 신청을 했지만 1명이 파크원 공사 현장에서 일했다는 이유로 4명 모두 고용이 거부됐다. 그러나 파크원 현장은 이미 2월 말 3주간 공사가 중지됐으며, 접촉의심자에 대한 자가격리 기간도 끝나 2천여 명의 노동자가 근무하고 있는 상태다. 고동철 덕트분회장은 고용거부 사건에 대해 소장에게 항의하고 고용을 요구했으나, 어차피 ‘자신의 권한’이라며 거부했다.

뿐만 아니라 노조에 따르면 지난달 초에는 경기도 구리의 지하철 공사 현장에서 주말 동안 고향인 경북 구미, 김천에 다녀온 노동자 두 명을 해고한 사례도 있었다. 해당 건설 현장의 원청은 고려개발로 대림산업과 함께 ‘e편한세상’의 계열사다.

한편 건설노동자에 대한 코로나19 지원대책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고동철 분회장은 “사회가 불안하면 사회적 약자에게 폭력(고용 거부 등)이 가해진다. 이런 폭력이 묵과되고 더 심각한 상황이 발생할 시 건설사의 폭력적인 탄압은 더 심해질 것”이라며 “(파크원의 경우에도) 확진자 발생으로 공사가 중지돼 2천 명 건설노동자들이 휴업수당을 받지 못하고 쉬어야 했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