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 파산 위기…제주항공에 사회적 책임 물을 것”

노조 “독점적 지위 확보를 위해 이스타항공 파산시킨 책임 물을 것”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구조조정에 개입했다는 증거가 잇따르는 가운데, 이스타항공 인수를 거부하고 있는 제주항공과 이를 방관하고 있는 정부 당국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출처: 국회 의사중계]

앞서 제주항공은 오는 15일까지 이스타항공에 800억 원가량의 부채를 해결하지 않을 시 인수계약이 파기될 수 있다는 ‘최후통첩’을 했다.

공공운수노조, 정의당, 시민사회단체들은 7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항공은) 최후통첩 시한인 15일까지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며 “그렇지 않을 시 650여 명의 일자리 박탈과 250억의 임금체불, 1600명 이스타항공노동자를 길거리로 내몬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들은 “제주항공의 독점적 지위 확보를 위해 이스타항공을 의도적으로 파산시킨 책임, 그리고 온갖 특혜를 누리며 정부와 국민을 농락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정부가 역대 최대 규모인 35조 3천억 원의 3차 추경예산을 발표했지만, 정작 항공 생태계는 파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은미 정의당 국회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이스타항공은 구조조정에 몰두하며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하지 않고 정부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은 대기업 살리기에 바빴다”며 “제주항공과 모회사인 애경그룹은 자신들의 이익에만 몰두하며 1600명 노동자의 생존권을 볼모로 잇속 차리기에 급급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의 전면 셧다운, 인력감축, 임금체불 등 구조조정 전반에 부당하게 관여하고 이스타항공의 자력 회생 기회를 박탈하며 저비용 항공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확보에 혈안”이었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노조는 지난 3일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구조조정·인력감축에 관여했다는 증거가 발견됐다며 이석주 제주항공 전 사장과 최종구 이스타항공 사장의 통화 녹취 파일을 공개한 바 있다. 지난 3월 20일경 통화에서 이석주 제주항공 전 사장은 “국내선은 가능한 운항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하는 최종구 사장에게 “셧다운을 하고 희망퇴직을 들어가야 한다. 그게 관(官)으로 가도 유리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진기영 공공운수노조 수석부위원장은 “(녹취록에서 이석주 제주항공 전 사장이) 관이 해결하고 있다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관’은 누구일까. 1600명 목숨을 담보로 인수를 하기로 했으면 제대로 해야 한다. 정부 여당도 너무하다. 녹취록에 나와 있는 것처럼 관이 뭘 해주겠다고 한지 모르겠다”며 “정부는 코로나19에 300조 가까이의 돈을 투자했으나, 정작 항공산업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고 노동자들은 거리로 내몰리고 있다”고 제기했다.

뿐만 아니라 노조는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경영진의 지난 3월 10일 간담회 회의록을 공개하며 제주항공의 지휘 하에 이스타항공 구조조정이 진행됐다고 강조했다. 회의록에 “기재 축소(AMCK 4대)에 따라 직원 구조조정 요구”, “추가 대여금 50억 지급 시 구조조정 관련 인건비로만 집행할 계획임”, “김태윤 상무에게 인력조정 계획안 메일 송부할 것” 등의 내용이 적혀 있기 때문이다.

노조는 이 회의록과 관련해 “항공기 반납 및 인력감축은 제주항공의 지시에 의한 것”이며 “인력 구조조정 수치까지 제주항공이 지휘”했다고 지적했다.

  지난 3월 10일,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경영진의 간담회 회의록 [출처: 공공운수노조]


  지난 3월 10일,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경영진의 간담회 회의록 [출처: 공공운수노조]

한편 노조와 단체들은 이스타항공 파산 위기 사태와 관련해 정부에 지휘감독의 책임을 촉구하고 있다. 또한 이들은 제주항공의 인수거부 의사가 분명해질 시 각계 노동시민사회단체들과의 대책위 구성을 통해 제주항공에 사회적 책임과 사태 해결에 나서지 않는 정부의 책임도 물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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