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섭창구단일화, 10년간 민주노조 가장 많이 파괴”

민주노총, 교섭창구단일화 폐기 촉구 선언대회 열어

민주노총이 21대 국회에 교섭창구단일화제도를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지난 2월, 헌법재판소에 복수노조 창구단일화 제도의 위헌성 심판을 청구한 민주노총은 교섭창구단일화제도의 위헌을 주장하며 헌재 앞,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민주노총은 28일 오전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교섭창구단일화제도 폐기를 촉구하는 선언대회를 열었다. 복수노조 문제로 노동3권을 침해받고 있는 노조의 간부, 조합원 30여 명이 참여해 위 제도가 어떻게 노동3권을 무력화하는지 증언했다.

전일영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APTIV지회(앱티브지회) 지회장은 “교섭창구단일화 제도 때문에 제대로 된 노조활동을 방해받고 있다”라며 “악법은 결코 법이 될 수 없다. 노조의 투쟁에 걸림돌이 되는 악법을 바로 잡고자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앱티브지회는 올해 8월 기업별 노조에서 조직형태를 산업별 노조로 변경하고 금속노조에 가입했다. 전 지회장은 “노조의 탈을 쓰고 회사의 이익만 대변하는, 소수의 노조 간부가 조합원 위에 군림하는 어용노조의 폭주를 막기 위해 투쟁해 왔다. 하지만 교섭창구단일화 제도 때문에 다른 지회나 분회의 투쟁에 함께 하지 못하고, 노동 3권에서 침해를 받고 있다”라며 “노동 3권이 제약된 가운데 회사는 설비를 마음대로 이동하고, 부서 이동과 희망퇴직을 강요하고 있다. 지회와 상의 없이 아웃소싱 업체를 들이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교섭창구 단일화는 회사의 입맛에 맞는 어용노조를 키우는 데에도 영향을 끼쳤다. 이 때문에 발전노조는 다수노조의 지위를 잃고 소수노조로 전락했다. 발전 5사의 총 직원은 9,000명 정도에 이르지만 발전노조 조합원은 1,000명이 겨우 넘는다. 노조탄압은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0년 6월 동서발전본부 일부 조합원이 기업별 노조 설립을 위해 민주노총 탈퇴를 꾀했으나 조합원 총회에서 조직변경안이 부결됐고, 이들은 새로 기업별 노조를 만들었다. 기업별 노조는 5명에서 시작했으나 사측이 교섭대상으로 인정하고, 지원한 끝에 현재 다수노조 자리를 획득했다. 이 과정에서 이명박 정부, 국정원 등이 노조탄압에 개입한 것이 드러났으나 원상회복은 이뤄지지 않았다.


최재순 공공운수노조 한국발전산업노조 동서본부장은 “처음 5명으로 시작한 어용노조를 회사는 교섭대표로 인정했고, 차츰차츰 늘더니 그들이 다수노조가 됐다. 다수노조가 되고나선 조직적 쐐기를 박으려 했던 것인지 임금을 두고도 차별적으로 교섭했다. 어용노조에 100만 원을 올려주면, 우리노조는 90만 원만 올려주는 식이었다. 나중에 구제를 받았지만 이미 조합원을 많이 떠나간 상태다”라고 말했다.

강동화 민주일반연맹 수석부위원장은 창원의 청소민간위탁 업체를 교섭창구단일화에 따른 피해 사례로 들었다. 강 수석부위원장은 “청소노조는 고령화된 분들이 다수다. 이들이 정년퇴직 즈음되면 사측에서 노조를 탈퇴할 것인지 묻는다. 노조 탈퇴서를 가져오면 촉탁직으로 계속 채용하고, 아니면 정년퇴직 처리를 한다”라며 “시간이 지나면 촉탁직만 남으니 노조는 축소된다. 노조의 씨를 말리겠다는 생각인데, 이 또한 창구단일화 절차를 악용해 진행된 일”이라고 설명했다.

탁선호 금속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교섭창구단일화제도에 대해 “지난 10년간 민주노조를 가장 많이 파괴한 대표적 악법”이라고 지적했다. 탁 변호사는 “교섭창구단일화제도는 사용자로 하여금 대표노조를 육성하고, 개입할 수 있도록 만들고, 민주노조를 파괴할 각종 전략을 펼치도록 설계돼 있다”라며 “사용자에 종속된 대표노조는 노조의 이해관계를 대변하지 못하고, 파업의 ‘파’자도 입에 담지 못한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초기업별, 일반 기업별, 산업별 조직형태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사업장 단위로만 창구단일화를 진행해 초기업별 단위로 근로조건을 통일하고 연대하는 것을 방해한다”라고도 덧붙였다.


민주노총은 교섭창구단일화제도 폐기를 요구하는 선언문에서 “교섭창구단일화제도는 회사가 마음대로 교섭대상과 방식을 선택하도록 길을 터줬다. 민주노조 파괴 무기로 전락한 현행 제도는 노동3권을 짓밟고 있다. 또한 조직형태와 상관없이 사업장 단위 창구단일화를 강제해 산별교섭을 무력화했다”라며 “노동3권 보장을 위해, 산별노조의 자주적인 교섭권 확립을 위해 교섭창구단일화제도는 폐기돼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 국회, 헌법재판소, 노동청 등 모든 기관은 교섭창구단일화가 노동3권을 짓밟는 위헌적 제도임을 이제라도 인정해야 한다. 이와 함께 모든 노동자의 노동3권 보장을 위한 대안입법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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