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는 직장 내 괴롭힘, 근로복지공단은 위중환자 치료종결

[기고] 12년째 약물로 버티는 남편, “피해자는 있지만, 가해자는 없습니다”

저는 울산 현대미포조선에 근무하는 김석진 노동자 아내입니다. 남편은 지난 1987년부터 노동운동에 몸담아왔습니다. 그러다 1997년, 부당한 사유로 해고됐고 이에 8년간 해고무효 확인소송을 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2005년 8월, 지방법원, 고등법원, 대법원까지 3심에서 모두 승소해 복직하게 됐습니다.

복직 후에도 남편은 이전과 같이 노동운동을 했습니다. 8년 만에 돌아온 현장은 더욱 열악했습니다.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없는, 노동 3권의 사각지대에서 일을 하는 사내 하청 노동자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절대 지나칠 수 없는 현실이었고 이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애썼습니다.

남편은 사내 하청 노동자들에게 불법파견 및 임금체불 문제가 생기거나, 산재 사망사고와 같은 중대 재해가 발생할 때마다 하청 사장과 원청 사장(현대미포조선 대표)을 상대로 강력하게 항의했습니다. 그럼에도 해결이 되지 않으니 직접 지역 시민‧사회‧노동단체와 함께 노동부를 찾아가 항의 면담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청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에 책임을 묻기 위해 원청 사장을 고발하는 등 하청 노동자들과 함께 연대해왔습니다.

복직 후 이어진 남편의 이러한 행보는 회사의 입장에는 매우 거슬리는 일이었을 것입니다. 자본의 성역을 깨는 행위라 여겼겠지요. 그래서였는지, 회사는 남편을 가만두지 않기 시작했습니다. 회사에 동조하는 주변 동료들까지 합세해 괴롭히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의 괴롭힘은 다음과 같습니다.

  김석진 현대미포조선 노동자를 비방하는 현수막

1. 남편이 출근하는 현장사무실 건물과 주변에 남편을 비방하는 내용이 담긴 현수막 3장을 남편의 작업동료 팀 명의로 걸었습니다.

2. 남편의 고유 업무를 배제시켰습니다.

3. 점심시간마다 상급자가 동행했습니다. 말이 동행이지, 감시의 형태로 동행하는 것이었습니다. 점심시간은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휴게시간임에도 강제로 상급자가 동행하는 것은 감시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4. 출‧퇴근시 마주치는 동료들이 남편과 대화하는 모습이 보이면 그 동료들은 상급자에게 불려가 남편과 어떤 대화를 나누었는지 추궁을 당했다고 합니다. 심지어 퇴근 후 퇴근차량에서 만난 동료와 대화한 것마저도 문제가 돼 그 동료는 추궁을 당했다고 합니다. 말 그대로 남편과 말도 못 섞게 동료들까지 암암리에 감시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5. 출근하면서 회사 정문에서 현장사무실까지 갈 때마다 경비대원이 남편을 따라 다녔습니다. 따라올 이유가 없는데도 늘 따라 다녔습니다. 이는 감시 목적이라고밖에 할 수 없습니다.

6. 회사의 괴롭힘은 회사 밖에서도 이루어졌습니다. 이른 새벽부터 제가 사는 아파트 주변에 노무관리자와 남편의 팀 동료가 번갈아가며 감시하러 왔습니다.

7. 심지어 남편이 외출을 하면, 회사차량이 남편의 차량을 따라붙어 늘 미행했습니다. 이런 일이 잦아지면서 저는 두 딸에게 큰길로 다니고 저녁 늦게 다니지 말고 늘 조심히 다니라고 일렀습니다. 딸의 사생활까지 침해당할 수 있을 거라는 불안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8. 이후, 남편이 근로복지공단에 산재요양 신청서를 제출하자 남편의 팀 동료들은 남편의 산재요양 허가를 반대하는 내용의 서명지를 집단으로 작성해(근로복지공단 위원장님께 드리는 글)근로복지공단에 제출하기까지 했습니다.

상기의 대부분의 사실은 1차 산재요양 승인 당시 근로복지공단 조사보고서에도 기재되어 있으므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남편은 2009년부터 신경정신과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2011년 근로복지공단에 산재요양 신청을 했고‘중등도 우울증 에피소드’라는 병명으로 산재요양을 승인 받았습니다. 하지만 오래가지 않아 근로복지공단은 남편의 건강이 충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1차 산재요양을 종결했습니다.

남편은 약물에 의존하는 상황에서도 생계를 위해 다시 출근을 해야했고 1차 산재요양종결 후 약물 후유증에 의해 사내에서만 1)사내 작업 차량과의 충돌사고 2)작업 중 넘어짐에 의한 갈비뼈 골절상 3)작업중 넘어짐에 의한 발목 타박상 등 총 세 번의 사고성 산재 사고를 겪었습니다.

이에 남편은 사고가 날 때마다 산재요양 신청을 했고 근로복지공단에서 승인이 났습니다. 하지만 이런 상태에서는 더 큰 중대재해가 예상되기에 이러한 몸 상태로 제대로 회사에서 근무를 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남편은‘중등도 우울증 에피소드’라는 병명으로 2차 산재 재요양을 신청하였고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승인 받았습니다.

  현재 김석진 현대미포조선 노동자가 복용하는 약물

하지만 요양을 한다고 해서 이 병이 금방 낫는 것은 절대 아니었습니다. 저는 병원 치료외 온갖 다른 치료방법을 찾아 남편과 함께 다녔고 1년이 지나면 좋아질까, 2년이 지나면 좋아질까 늘 시간이 지나면 더 괜찮아질 거라는 믿음을 가져왔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남편은 1차 산재요양 때보다 더 많은 약을 먹어야 했고 약물에 내성이 생겨 여러 부작용을 겪고 있습니다.

사실이 이러한데 근로복지공단은 더욱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할 위중환자를 지난 2021년 1월 31일자로 증상이 고정되었다는 이유를 들어 산재요양을 종결시켰습니다. 2월 현재 남편은 회사출근이 어려워 한 달간 개인 휴가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저는 병원과 근로복지공단에 아직은 치료가 더 필요한 상태라고 설득하며 근로복지공단의 이 같은 결정에 계속 문제제기를 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냉정했습니다.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는 것이 근로복지공단의 답변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근로복지공단에 제가 작성한 진술서만으로 이의 신청해둔 상태입니다.

국가와 정부에 요구합니다. 정부는 이 문제와 관련된 기관과 사업체(근로복지공단, 현대미포조선)의 그간의 행정 처리에 문제가 있지는 않았는지 철저히 조사를 해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특히, 현대미포조선 내에서 남편에게 가한 반인륜적인 직장 내 집단 괴롭힘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여 이 사건에 연루된 가해자와 이를 방관한 사측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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