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기승 노동열사 망월 묘역 안장에 5·18단체 극구 반대 '충돌'

떠나는 순간에도 편치 못했던 노동열사...망월 묘역 안장 기준 논란 불거질 듯

사측의 부당해고와 거짓 회유에 항거하며 목숨을 끊은 전주시내버스 신성여객 해고자 고 진기승 노동자는 마지막 가는 길마저 순탄치 않았다.

22일 오전, 고 진기승(47) 노동자의 장례가 숨을 거둔지 51일 만에 ‘전국민주노동자장’으로 전북 전주에서 치러진 가운데, 이날 오후 예정된 하관식은 장지 예정지인 광주 민족민주열사묘역(이하 망월 묘역)에서 5·18 유족회 등 이른바 5월 단체들의 거센 반대로 아수라장이 됐다.

망월 묘역은 5·18광주민중항쟁 당시 신군부가 희생자들을 매장한 곳으로 현재는 국립 5·18민주묘지로 이장된 희생자들의 가묘와 80~90년대 민주화운동 희생자들의 묘, 노동열사와 민족열사들의 묘가 안장되어 있다. 관리와 안장 승인은 광주시가 맡고 있지만, 5월 단체들의 입장이 크게 반영되고 있다.

  전주시내버스 신성여객 고 진기승 노동자가 22일 저녁 우여곡절을 겪으며 광주 망월 묘역에 안장됐다. 노동자들은 열사를 잊지 않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사진 - 정운 현장기자> [출처: 참소리]

민주노총, “노동탄압에 숨진 진기승 노동열사 염원”
5월 단체, “아무나 묻히는 곳 아냐”


이날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들과 진기승 노동자 유가족 등 약 150여 명의 운구행렬은 오후 4시께 하관식을 위해 망월 묘역에 도착했다. 그러나 5월 단체 관계자들은 하관식을 반대하며 막아섰다.

민주노총 전북본부, 공공운수노조, 민주노총 광주본부 등과 진기승 열사 장례위원회는 5월 단체 대표들을 긴 시간 설득했지만 대표들의 입장은 확고했다.

박봉주 민주노총 광주본부장은 “진기승 열사는 차가운 냉동고 속에 51일 동안 갇힌 채 장례를 치루지 못했다. 진기승 열사가 이곳에 안장되면 매년 노동자들이 찾아오고 자연스럽게 5·18을 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5월 단체가 넓은 쪽으로 생각해 달라”고 간곡하게 요청했다.

민주노총 전북본부와 공공운수노조 관계자들도 “진기승 열사는 노동탄압에 맞서 투쟁한 노동열사로 열사대책위에 전국 80여 개 민주시민사회단체들이 함께하고 있다”면서 “열사도 마지막 유언으로 망월 묘역에 묻히고 싶다는 바람을 전하고 떠났다. 열사의 바람이 이뤄질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5월 단체 대표들은 “우리들도 죽으면 이곳에 들어오지 못한다”, “30년 동안 우리는 이곳을 지키기 위해 정말 많이 싸웠다. 밀어붙이기 위해 이렇게 온 것이냐”, “여기는 아무나 묻히는 곳이 아니다”,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이다”라면서 고 진기승 노동자의 하관을 반대했다.

이들은 “전주시장과 문규현 신부 등과 장례위원들, 공공운수노조 대표에게 21일, 5월 단체의 논의 끝에 (하관)은 안 된다는 뜻을 전했는데, 이렇게 온 것이 무슨 의도냐”며 반대 입장을 폈다.

이 간극은 좁혀지지 않았다. 결국, 민주노총 장례위원회는 오후 6시, 5월 영령들과 민족민주열사 참배와 망월 묘역에서 정리 집회를 하고 전주로 돌아가기로 했다.

노동열사 안장 관련 충돌, 경찰 병력까지 출동

정리 집회에서 이창석 민주노총 전북본부 사무처장은 “노동자들의 투쟁을 수구보수세력에게 저항한 민주화 투쟁 역사 중 하나”라면서 “진기승 열사는 전주지역의 버스사업주의 기득권, 토호세력의 기득권에 맞서 자신을 희생했다. 그리고 열사는 간절히 이곳에 안장되기를 원했다. 우리는 그 유언을 받들고 싶었다”고 울며 발언했다.

  5월 단체 관계자들이 고 진기승 노동자의 망월 묘역 안장을 반대하자 고 진기승 노동자 가족까지 나서서 호소했지만, 5월 단체 관계자들의 입장은 확고했다. [출처: 참소리]

고 진기승 노동자의 가족들도 5월 단체들이 망월 묘역에 설치한 천막 앞에서 관계자들에게 무릎을 꿇고 “제발 남편이 이곳에 안장될 수 있도록 허락해 달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그러나 5월 단체 관계자들은 진기승 노동자의 가족들을 안아줄 뿐 안장은 안 된다는 뜻을 밝혔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들과 5월 단체 관계자들 사이 언쟁이 오갔고, 감정이 격앙되기도 했다. 그리고 노동자들은 “진기승 열사의 시신이 이렇게 망월 묘역까지 왔는데 5월 단체들이 이럴 수는 없다”면서 “그냥 돌아갈 수 없다”며 망월 묘역에 안장을 시작했다.

노동자들이 안장을 시작되자 5월 단체 관계자들도 굽히지 않았다. 크게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졌고, 이 대치는 진기승 노동자의 안장이 끝난 오후 9시까지 계속됐다. 5월 단체 관계자들이 대치 과정에서 경찰에 신고하면서 병력 약 100여 명이 망월 묘역에 들어오기도 했다.

  5월 단체와 민주노총이 충돌하면서 경찰이 망월 묘역 안까지 들어왔고, 망월 묘역 입구를 막아서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출처: 참소리]

5월 단체 관계자 7명은 이날 병원에 입원했고, 경찰은 “5월 단체로부터 폭행 신고가 들어왔으며 장례위원회 관계자 3명을 지목했다”면서 병력 약 200여 명을 동원해 망월 묘역 입구를 한 동안 막아서고 2명을 연행하여 조사를 벌였다.

광주지역 민주노총 한 관계자는 “20일 진기승 열사 장례위원회에서 이곳에 안장하고 싶다는 말을 들었을 때, 염려가 된 부분이었다”면서 “이곳에 잠든 민족민주열사들은 이와 같은 상황을 겪고 영면했다. 우려했고, 예견된 상황이라 너무나 비통하고 원통하다”고 말했다.

그는 “5·18 단체들이 5·18 정신을 폄하해서는 안 된다”면서 “노동자들이 5·18 민주화 운동 당시 도청에서 총에 맞아 쓰러져간 노동 선배들을 생각하고 좀 더 인내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노동탄압에 항거한 고 진기승 노동자는 노동열사라고 밝혔다. 그리고 민주, 노동, 민족 열사들이 많이 안장된 망월 묘역에 논란 끝에 안장했다. <사진 - 정운 현장기자> [출처: 참소리]

안장 논란, 실제로 노동자 안장 거부된 사례도 있어

그동안 큰 이슈가 되지 못했지만, 시민사회단체와 5월 단체들 간에 망월 묘역 안장 기준을 두고 논란이 있어왔다. 5월 단체들은 망월 묘역 안장 기준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근래의 노동열사의 안장에 대해서는 5월 단체들이 부정적 입장을 보여왔다.

5월 단체 관계자들은 장례위원회에 “작년에 광주시청 공무원노조 소속 노동자가 죽었을 때도 이곳에 들어오지 못했다”면서 비슷한 사례를 밝히기도 했다.

지난 1월에는 서울역 고가도로에서 국정원의 대선개입과 관련하여 ‘박근혜 퇴진과 대선개입 특검’을 외치며 분신한 이남종(40) 민주열사의 망월 묘역 안장을 두고도 논란이 있었다. 5월 단체들은 이남종 열사의 안장에도 반대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날 현장에 있던 광주지역 활동가들은 “특히 노동열사에 대해 5월 단체들이 생존권의 문제로만 보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이런 논란은 망월 묘역이 5·18민주화운동 사적지(제24호)로 지정되면서 확대되었다. 사적 지정과 함께 민주화 과정에서 희생된 이한열, 강경대, 김남주 시인 등 41명의 민주열사를 기리는 기념관 건립이 추진되는 등 민주화의 성지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안장 기준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안장 기준이 행정 중심으로 정해질 경우, 현재 있는 노동열사 등이 자격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수도 있고, 법적 잣대로 과연 열사의 기준을 가늠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사진 - 정운 현장기자> [출처: 참소리]

망월 묘역에는 80~90년대 민주화 과정에서 희생된 민주열사 외에도 2003년 비정규직 철폐를 외치며 분신한 이용석 노동열사와 2008년 이병렬 노동열사, 2009년 화물연대 박종태 노동열사 등이 안장되어 있다.

망월 묘역은 모두 489개의 묘가 있으며, 이한열, 강경대, 이철규, 김준배 열사 등 민주열사 묘지 41기, 국립 5·18민주묘지로 이장한 5월 영령의 가묘 149기, 일반인 묘가 있다. 광주시청 한 관계자에 따르면, 추가 안장이 가능한 묘는 60여 곳에 이른다.
덧붙이는 말

문주현 기자는 참소리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참소리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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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동자

    5월 단체? 5월이 단지 니네들 거냐 이 개자식들아. 단체 같은 소리하고 자빠졌네. 너희같은 개새끼들에게 더 이상 예의는 없다. 오월 광주정신을 진정으로 모독하는 개같은 새끼들 니네들 심장에 언젠가 죽창이 꽂힐 거다.

  • 오월

    당신들에겐 5월 정신이 업구료... ㅉㅉㅉㅉ

  • 현장

    5월 단체라는 곳, 정말 웃기는 단체네요. 우리 부모님 포함 나도 광주출신이고, 20년 넘게 운동하고 있지만, 어찌 5월정신과 5월 투쟁이 망월동의 영령들이 저들의 전유물인가요. 5월정신 훼손하는 저들. 정신차리길 바랍니다.

  • 5월

    5월 단체라는 자들이 도데체 극우 상이군경회 같은 자들과 뭐가 다른지? 정말 한심하고 분노가 치민다. 5월 정신 모독하는 이권단체 5월 단체 회원님들아 더이상 5월 영령의 뜻을 더럽히지 마라. 퉤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