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자본의 산업구조조정, 연쇄적 하청구조 만들어...간접고용 확대”

비없세, ‘비정규직 없는 세상 대토론회’ 개최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네트워크(비없세)가 22일 오후 1시, 용산 철도회관에서 ‘비정규직 없는 세상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활동가들과 비정규직 당사자들이 참여해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연대운동의 현황과 전망, 쟁점과 과제 등을 토론했다.

‘한국은 왜 간접고용 천국인가’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한 김철식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정책위원장은 “간접고용 확산의 주요 원인은 산업지배적 대자본의 수익추구전략, 산업구조조정 전략에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미 300인 이상 대기업 정규직으로 들어가는 문은 폐쇄됐다. 대신 30인 미만 사업장 종사자가 늘고 있다. 중소영세기업으로 노동자가 몰리는 고용의 하향이전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며 “일자리는 널려있지만 너무 열악해서 문제다. 고용문제의 핵심은 일자리의 양이 아니라 일자리의 질이다. 간접고용이 열악한 일자리 질에 기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00년도부터 간접고용의 비중은 꾸준히 증가해 왔고, 간접고용은 비정규직 고용형태의 주요한 경향으로 자리 잡았다. 김철식 정책위원장은 “간접고용 통계에는 제조업에 일상화 된 사내하청의 비율이 빠져 있다. 사내하청 업체의 정규직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그럼에도 간접고용의 비율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며 “가장 간접고용이 먼저 시작된 곳은 반월시화공단”이라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인력파견업체 밀집지역인 반월시화공단에서부터 제조업 인력파견, 간접고용 관행이 일상화됐고, 이후 서울 구로공단을 비롯해 지방공단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대자본의 수익추구전략과 산업 구조조정이 사실상 간접고용 확대를 주도했다는 점이다. 고도 성장기의 자본은 장기성장을 중시하며 직접적 가치생산을 중심에 뒀지만, 저성장기에 들어서면서 단기적인 수익 확보에 집중하는 수익추구 전략을 꾀했다.

김 정책위원장은 “과거에는 수익의 양이 중요했지만, 이제는 이윤율을 높이는 것이 중요해 졌다. 이윤율을 높이고 단기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비용을 줄여야 한다. 비용절감의 핵심은 당연히 노동비용의 절감이며, 이에 따라 정리해고, 비정규직, 하청화가 진행됐다”며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아닌, 지금 당장 노동을 쥐어짜 수익을 내는 방식인 저진로(low road) 전략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서 “수익획득전략도 다양화되고 있다. 과거처럼 직접 상품을 만들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외주하청이 창출한 부가가치를 가져오는 지배수익, 투기적 수익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외주하청의 잉여가치를 대기업이 먹는 방식으로, 대기업은 나홀로 성장하고 있다”며 “이제 낙수효과도 기대할 수 없다. 지금 구조 속에서는 대기업이 성장해 봤자 영향이 외부로 확산되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철식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정책위원장

이를 기반으로 산업구조조정을 강화해 중소영세사업장과 비정규직에 비용을 전가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주요 재화 및 서비스 생산기능을 축소하고, 대신 연구개발과 기획, 투자, 유통망 장악, 브랜드파워에 집중해 최종재 시장의 독과점을 강화하고 전 산업을 조정, 통제하는 방식이다. 생산영역의 중요성이 부차화 되면서 외주 용역화와 간접고용도 확산됐다.

김 정책위원장은 “이를 통해 중소영세사업장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비용 전가가 이뤄졌다. 비용전가를 받는 하청업체는 대기업의 방식을 똑같이 답습하며 재하청, 외주화를 진행한다”며 “대자본으로부터 전가되는 비용전가의 모순이 하청에서도 연쇄적인 구조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제는 자본이 노동력을 인적자원이라고 조차 생각하지 않으며, 모순 전가의 대상 혹은 비용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본과 함께 정부와 공공부문 역시 간접고용 확산의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심지어 정부는 ‘고용서비스 선진화 방안’을 통해 고용을 통한 수익추구를 꾀하고 있다. 김 정책위원장은 “고용서비스 선진화 방안은 고용을 상품으로 만들어 시장에서 팔아 수익을 얻겠다는 것이다. 고용이라는 영역을 산업의 영역으로 확대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서 그는 “현재 시급히 필요한 것은 사용자에 대한 개념을 확대하는 것이다. 간접고용에 대한 원청 사용자성의 책임을 집요하게 요구할 필요가 있다”며 “아울러 원청의 책임이 간접고용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 산업 전반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부여할 제도를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비없세는 이날 대토론회에서 ‘불안정노동 시대, 새로운 이론과 실천’ 집담회와 ‘간접고용 운동을 말한다’는 주제로 비정규직 당사자 토론 등을 개최했다. 이들은 행사 말미에 공동선언문을 채택하고 △비정규직을 정상적인 것으로 간주하고 당연시하는 사회에 맞서 싸울 것 △무기계약직, 하청 정규직, 시간선택제라는 왜곡된 허울을 깨고 노동자의 권리가 온전히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싸울 것 △비정규직 양산, 확대하는 악법 폐지를 위해 싸울 것 △노동력을 사용하는 자가 사용자로서의 마땅한 책임을 지도록 할 것 △바닥 생존을 강요하는 모든 제도에 맞서 싸울 것 등을 결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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