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돈받아 쓴 ‘메디시티’ 기사, <한겨레>·<경향>도 예외 아냐

대구시 광고방법으로 '특집기사' 명시, 기사와 광고 경계는?

대구지역 일간신문을 포함한 13개 언론사가 대구시로부터 ‘광고비’를 받고 ‘대구메디시티’ 기사를 실은 사실이 확인됐다. 대구시는 ‘특집기사’를 하나의 광고방법으로 홍보비를 지출했고, 해당 언론사들은 ‘광고’나 ‘대구시 지원을 받았다’는 내용 없이 기사를 냈다. 13개 언론사에는 지역일간지인 <매일신문>, <영남일보>는 물론, <한겨레>와 <경향신문>도 포함됐다.


13개 언론사는 각각 2011년부터 2014년까지 대구메디시티(첨단의료복합단지)를 일방적으로 옹호하고 홍보하는 기사를 실었다. 대구시 첨단의료복합단지지원과로부터 광고비를 받아서 쓴 사실상 ‘광고’다. 그러나 지면 어느 곳에도 ‘광고’임을 알 수 있는 내용은 없었다. 독자들은 해당 언론사가 기획한 특집 기사로 착각할 수밖에 없다.

뉴스민이 대구시에 정보공개청구한 자료에 따르면 대구시 첨단의료복합단지지원과는 2011년부터 2014년까지 메디시티 광고비로 6억9천여만 원(693,712,000)을 썼다. 광고방법은 TV공익광고, 배너광고, 특집기사 등이 있었다. 이 가운데 ‘특집기사’로 13개 언론사에 17차례 2억2천8백만 원을 썼다.

  대구시 메디시티 관련 특집기사 광고비 집행 현황 [출처: 대구시 첨단의료복합단지지원과]

<매일신문>은 2011년 6월 1일 경제면에 ‘탄력받는 메디시티 대구’라는 기획으로 특집기사를 내보냈고, 1천5백만 원을 받았다. <영남일보>는 그해 10월 27일 ‘첨단의료품 R&D생산 "2년 후엔 글로벌 의료산업 허브"’라는 기사를 내 1천5백만 원을 받았다.


진보적 일간지로 분류되는 <경향신문>과 <한겨레>도 예외는 아니었다. <경향신문>은 2011년 11월 24일 영남지역면에 ‘대구경북 글로벌 의료허브 속도 낸다’는 기사를 냈고, 1천1백만 원을 받았다. 그해 12월 30일 <한겨레>는 ‘신약의료기기, 미래전략 산업 육성 궤도 진입’이라는 기사를 냈고, 1천만 원을 받았다.


2012년에는 <경북매일신문>, <서울경제>, <대구일보>, <경북일보>가 특집기사를 냈고, 2013년 <대구일보>는 8회 기획기사를 내고 7천2백만 원을 받았다.

기획과 홍보를 구분하지 않은 편집은 신문법과 신문윤리위원회 신문윤리실천요강에도 어긋난다. 신문법(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 제6조 3항에는 “신문·인터넷신문의 편집인 및 인터넷뉴스서비스의 기사배열책임자는 독자가 기사와 광고를 혼동하지 아니하도록 명확하게 구분하여 편집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신문윤리위원회 관계자는 <뉴스민>과 통화에서 “언론사가 지방자치단체 실적을 홍보하는 명목으로 광고비를 지급받는 것은 문제 제기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대구지역 일간지 A 기자는 “지면에 광고로 나가는 것보다 기사로 나갈 때 독자들이 더 집중하고 본다. 이 때문에 광고비를 받고 기사를 내보내는 것은 관행처럼 굳어있다”면서도 “독자는 광고비를 받고 쓴 기사를 광고라고 알지 못한다. 독자가 알 수 없어서 속는다. 기업이 그렇게 하는 것은 이해가는 측면이 있지만, 시민 세금으로 운영하는 지자체가 광고성 기사를 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국 일간지 B 기자도 “원칙적으로 광고와 기사는 분리해야 한다는 것과 언론사를 운영하고 유지하기 위해서 광고성 기사를 쓰는 어쩔 수 없는 현실 문제라는 입장이 있다”며 “그러나 첨예하게 의견이 대립할 수 있는 ‘원자력 클러스터’나 ‘대구메디시티’는 광고성 기사로 부적절하다. 긍정적인 면만 부각하면, 독자들은 부정적인 부분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가 없다”고 꼬집었다.
덧붙이는 말

천용길 기자는 뉴스민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뉴스민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태그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천용길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