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정책을 넘어 인권보장으로

(5)전국교수연구자 비상시국회의 ‘2017 새 민주공화국 제안’

미래 사회에 대한 불안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저출산 고령사회의 여파는 부문별 위기를 넘어 사회 전체 시스템의 위기로 확대되고 있다. 인구의 고령화, 산업재해, 각종 사고, 난치성 질환, 약물 남용 등 장애를 유발시키는 요인들이 다양화되면서 장애인구도 점차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 2014년 12월말 기준 전국의 등록 장애인은 2,492,460명으로 2000년 958,196명에 비해 약 2.5배정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인구가 증가되면서 장애인복지에 대한 욕구도 다양화되고 있다. 2013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제4차 장애인복지발전 5개년 계획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더불어 행복한 사회’를 목표로 장애인지적 관점에서 장애인의 삶에서 권익증진과 자립생활 기반을 구축함으로써 실질적인 사회통합과 권리실현의 전기를 마련하는 것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장애인정책은 여전히 장애인 복지정책 수준이며, 장애인 인권차원까지는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사회의 고령화 속도도 빨라, 2018년 65세 이상 인구 14% 이상인 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측된다. 고령사회 도래에 따른 미래사회의 위기는 크게 3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노동력 부족과 숙련노동력 감소로 인한 노동생산성 저하문제가 예측된다. 둘째, 사회보장 부담증가에도 불구하고 노후소득은 지속적으로 불안정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셋째, 성장률 하락과 재정수지 악화가 예상된다.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2016-2020)에서 고령세대를 위한 고용보장 외에 소득보장, 건강보장, 사회참여활동 지원, 고령친화경제로의 전환 등의 정책과제들이 제시되고 있다. 그럼에도 다양한 정책들의 나열에 그치고 있고, 문제해결을 위한 종합적 처방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출처: 자료사진]

장애인 인권보장의 과제

장애인정책을 장애인 복지 관점이 아니라 장애인 인권 관점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장애인기본법(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이 이뤄져야 한다. 현재 기본법 역할을 수행하는 장애인복지법이 장애인의 권리측면보다는 서비스 공급자 중심의 복지제도를 규정하고 있어 장애인에 대한 기본적 권리 보장을 근간으로 하는 장애인기본법 제정이 필요한 것이다. 장애인기본법에는 장애인 당사자조직의 강력한 요구에 부응해 사회적 모델에 입각한 장애의 정의가 포함돼야 한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사회통합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장애인 탈시설정책과 지역사회내 자립생활지원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장애인 당사자들에게는 개인별 지원계획을 통한 맞춤형 서비스가 제공돼야 하며, 여전히 남아있는 시혜적인 서비스를 권리에 기반한 서비스로 전환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이다.

장애인 인권보장을 위한 구체적 정책과제로는 첫째, 지역사회 내에서 실질적인 자립생활이 가능하도록 안정적 생활지원정책이 마련돼야 한다. 예를 들어 탈시설관점에서 장애인주거권리 개선을 위한 대규모 거주시설 개편과 장애인 거주시설 자립생활 지원 시스템 구축 등을 다뤄야 한다. 둘째, 4차산업혁명의 성과를 기반으로 발전된 정보통신기술을 적용한 장애인 보조기구 개발과 수요자 중심의 적용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 공급자 중심의 보조공학 생태계를 수요자 중심으로 전환해야 하는 것이다. 셋째, 장애인정책의 핵심인 장애인 고용을 통한 경제적 자립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국가 및 지자체를 중심으로 공공부문 장애인 고용을 선도적으로 확대해야 하며, 민간고용 확대를 위한 정책방안도 지속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넷째, 지역사회통합의 기반으로서 장애인 이동권 보장 등 사회참여 확대방안도 필요하다. 다섯째, 신체장애인과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정책적 관심이 낮은 정신장애인 서비스가 대폭 확대돼야 한다. 정신장애를 가지고 사회로부터 배척되고 고립되는 사람들에 대한 사회적 지지와 복지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 필요하다.

고령사회대책으로서 고령자 고용정책 강화

우리 사회는 유례없는 급속한 고령화로 인한 사회문제 해결은 시급한 정책적 의제로 대두되고 있다. 정부는 급격한 고령화에 대한 대응방안으로 고령층 소득-건강-생활(일)-요양이라는 종합적 처방을 고민하고 있다. 그러나 고령층의 욕구가 높은 고용정책 방안이 더 시급하고 현실성 있는 대책이다.

고령자 고용의 일차적 정책과제로는 현재 분절돼 있는 정책 거버넌스를 통합하는 일이다. 노인인력활용을 기존의 공공일자리 중심에서 민간시장영역까지 확대하기 위해서는 보건복지부 일자리정책과 고용노동부 고용정책을 연계·융합하는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하다. 나아가 고령자 고용문제를 공공일자리차원에서 민간시장영역으로 확장하기 위해서는 범부처간 협업이 가능한 저출산고령사회정책차원의 거버넌스 구축이 필수적이다. 민간영역에서 60세 이상 고령자고용을 본격화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차원의 거버넌스 구축과 함께 고령자고용을 위한 현장지원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현장지원조직은 기업과 고령자간 매칭과정의 난점, 즉 고령자 구직과정은 물론이고 기업의 구인과정에서 어려움을 해결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일본에서 그 실효성을 보여주고 있는 고령자 고용컨설턴트제도를 신설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고령자 고용컨설턴트는 사업주의 요청에 따라 고령자 고용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을 방문해 문제점을 파악하여 기업실정에 부합하는 개선방안을 제공하는 등 민간영역 고령자고용 보장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민간영역의 고령자고용을 늘리는 위한 정책과제로는 시장이 필요로 하는 노인인력 수요발굴과 노인적합직종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는 기업의 입장에서 노인고용의 가장 큰 장애요인으로 지목되는 항목이다. 고용노동부는 고령자의 고용을 촉진시키기 위해 1992년 이후 고령자 적합 직종을 선정하였고, 2007년에는 준고령자·고령자 우선고용직종을 선정한 바 있다. 그러나 현재 고령자 우선고용직종은 55세 이상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새로운 주요 정책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는 60세 이상에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또 하나의 과제로, 민간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기업과의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 예를 들어 기업사회공헌 활동을 활용한 고령층일자리 개발전략도 있다. 현재는 시범사업적 측면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공유가치 창출(CSV)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CSR)을 활용한 민간분야 일자리사업을 적극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당사자 참여 확대와 세대통합사회 공동체성 회복

사회적 약자들의 인권보장을 위해서는 사회서비스 수급과정에서 당사자들의 위상과 역할 변화가 필요하다. 사회서비스 수급과정에서 코프러덕션(co-production)은 시장경제와 비시장경제를 수용할 수 있는 하나의 틀이며, 그 동안 시장에서 거래되는 노동과 거래되지 않는 노동으로 분리됐던 두 세계를 연결하는 협력적이며 변증적인 과정이다. 코프러덕션은 5가지 중심 가치를 강조한다. 즉, 사람이 가장 중요한 자산, 노동의 재정의, 호혜성 강조, 사회적 자본 재발견, 존중의 가치를 설정하고, 이러한 5대 가치는 사회정의의 관점에서 적용돼야 한다. 자본주의 시장의 경제적 가치 중심의 질서 속에서 코프러덕션을 통해 노동의 재정의를 통한 돌봄가치의 재발견, 상호호혜를 통한 관계성 회복, 돈이 아닌 사람중심 가치 지향, 취약하고 억압받은 사람들의 목소리가 차별받지 않는 모든 생명의 존엄성을 인정하는 패러다임이 확산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코프러덕션이 중시하는 또 하나의 가치는 주민들의 호혜성, 신뢰 등 사회적 자본의 육성이다. 예를 들어 호혜의 관점에서 서비스 공급은 이용자의 내적역량을 강화해주는 촉매제로 작용해야 한다. 만약 자원봉사자는 항상 서비스 제공자로, 서비스 받는 사람은 수혜자의 역할에 머무른다면, 수혜자의 의존성은 강화되고 그들을 무력화시키는 역효과를 내게 된다.

코프러덕션을 기반으로 사회서비스를 교환하는 것이 에드가 칸이 개발한 타임뱅크운동이다. 타임뱅크운동은 사람에 대한 가치 평가를 시간을 기준으로 재설정한다. 이러한 관점 변화에서 타임뱅크운동이 시작되었다. 타인을 돕는 데 투자한 시간을 저축하고 필요할 때 사용하도록 체계를 갖춘 것이 타임뱅크운동이다. 그 동안 시장이 평가절하 해 버린 자녀양육, 노인 보호, 학습, 이웃돌보기, 시민참여 등 사회적 기여가 제대로 평가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복지서비스를 보편적 권리로 간주하더라도 서비스 제공과정에서 전문가의 주도적 역할에 의존할수록 서비스이용자는 수동적 존재에 머무르게 된다. 타임뱅크운동은 복지서비스의 내재적 한계를 넘어서려는 시도의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타임뱅크를 도입한 사례는 2004년 시작된 구미 사랑고리은행이 있다. 자원봉사 가치를 시간으로 환산해 필요할 때 사용하는 것이다. 사랑고리은행에서는 노인 일자리사업에 타임뱅크를 적용함으로써 노인의 역할을 만성적 수혜자에서 상호부조하는 서비스이용자로 전환하고 있다. 노인 일자리사업과 타임뱅크의 연계를 통하여 노노케어 일자리 참여자들이 스스로의 문제를 해결하는 힘을 갖게 함으로서 시너지 효과를 거두고 있다. 구미 사랑고리은행 사례와 같은 타임뱅크 시범사업을 지역차원에서 적극적으로 확대하면서 중장기적으로는 중앙정부 차원의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현재 행정자치부의 자원봉사지원제도를 개편하여 타임뱅크운동의 전국적 확산을 지원하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타임뱅크코리아 등 민간전문조직과의 협업체계 구축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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