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세상은 요지경

[워커스 이슈] IMF 외환위기 이후의 사회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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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아진 지갑만큼 작아지는 과자들

1997년 새우깡 한 봉지 가격은 500원. 20년이 지난 지금 새우깡 한 봉지는 1,200원으로 2.4배가 올랐다. 가격은 올랐지만 다행히 용량은 지켰다. 놀랄 만큼 크기가 작아지거나, 봉지를 질소로 채우는 과자들에 비하면 꽤 초심을 지켰다고 할 수 있다.

교통비도 비슷하게 올랐다. 교통비 인상은 국민 저항이 크기 때문에 나름 억제된 측면도 크다. 1998년까지 500원이던 버스비는 현재 현금가 1,300원이다. 요즘은 대부분 교통카드를 이용하기 때문에 대기업 회장이 아니더라도 정확한 교통비를 모르는 사람이 많다.

어찌됐든 20년이 지난 지금도 새우깡이나 버스, 지하철은 우리 손에 닿는 곳에 있다. 하지만 강남 아파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아 손닿을 수 없는 저세상으로 가 버렸다. 한 채가 거래될 때마다 뉴스거리가 되는 강남 ‘은마아파트’를 보자. 지난 20년 간의 시세변동은 한 편의 드라마를 방불케 한다. 1997년, 은마아파트 31평형의 시세는 2억 원을 조금 웃돌았다. 그러다 투기 붐을 타고 2007년엔 11억 6,000만 원까지 치솟았다. 10년 만에 9억 원이 오른 셈이다. 현재 시세는 11억 6,000만 원에서 12억 수준. 집 주인들은 목이 빠져라 재건축을 기다리고 있다. 주민들이 49층에 달하는 초고층 아파트로 재건축 하겠다고 고집을 부리자 서울시가 퇴짜를 놨다는 웃픈 소식도 들린다. 만약 재건축에 성공한다면, 은마아파트의 가격은 또 한 번 고공비행을 하게 될 테다.

허리띠 졸라매고 저축 왕 꿈꾸던 시절

자본주의 사회에서 ‘저축’과 ‘근검절약’은 최대 덕목으로 꼽힌다. 우리도 한때 돈이 생기면 허리띠를 졸라매고 은행으로 달려가던 시절이 있었다. 1997년 당시 정기예금 이자는 약 10%. 외환위기 직후인 97년 12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는 이자가 무려 14%로 올라 현금 부자들이 빛나는 한 때를 보냈다. 하지만 금리는 곧 떨어지기 시작했고, 가계저축률도 덩달아 곤두박질쳤다. 2002년 바닥을 치고서야 오름세를 되찾았지만 1998년의 반에도 못 미쳤다. 가계저축률이라 함은 세금과 이자 등을 제외하고 개인이 쓸 수 있는 모든 소득(처분가능소득) 가운데 소비지출에 쓰고 남은 돈의 비율을 의미한다. 먹고 살기 힘들다는 증거는 떨어지는 가계저축률로 나타나곤 한다. 이 와중에 가계의 부채는 점점 늘어만 갔다. 가계빚은 연일 최고 기록을 돌파하며 자기 자신과의 싸움을 벌이고 있다.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내놓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면 사람들은 리띠를 졸라매고 은행으로 달려가곤 한다. 예전엔 저축을 하기 위해서였다면, 이제는 대출을 하기 위해서다. 하우스푸어들의 짠내나는 사연들도 이제는 한물 간 유행가 같다. 우리는 이제 1,400조에 달하는 빚더미 위에서 파산 직전의 가계를 꾸려나가고 있다.

비정규직 습격 사건

비정규직 습격 사건이 벌어진 건 외환위기 직후다. 1997-98년 이후, ‘정리해고제’와 ‘비정규직화’로 대표되는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 기업은 정규직 노동자를 정리해고하고 그 자리에 ‘비정규직’ 노동자를 채웠다. 비정규직 규모에 대해서는 정부와 노동계 사이에 이견이 있지만, 자꾸만 그 규모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에는 누구도 토를 달지 못했다.

역대 정권들은 비정규직 대책을 한 상 가득 차리곤 했다. 비정규직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겠다며 <비정규직 차별금지법> 등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임금 차별은 웬만해선 막을 수 없었다. 임금 격차는 최근 들어 더욱 악화하는 모양새인데, 지난해 정규직 임금을 100으로 치면 비정규직 임금은 고작 53.5 정도에 불과했다. 차별금지법 제정 10년이 지났지만, 차별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비정규직 철폐 목소리가 응당 당연하게 들리는 이유다.

노동기본권 향한 Run to you

정리해고, 비정규직 양산 등 노동조건이 후퇴되자, 노동자들의 무기인 파업도 늘었다. 1997년 노사분규 건수는 78건 정도였지만 점점 늘어 2004년 462건으로 절정을 찍었다. 지난해엔 파업 규모를 나타내는 근로손실일수가 지난 20년간 최대치를 기록했다. 근로손실일수는 0일에 가까울수록 노사관계가 안정됨을 의미하는데 2016년 203만 5000일을 기록했다. 성과퇴출제 반대를 내건 공공부문의 파업을 비롯해, 규모 있는 노조들의 장기 파업이 연쇄적으로 일어난 것도 영향을 끼쳤다.

민주정부에서 시작된 손배가압류 문제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 들어서 심화됐다. 2000년에는 21개 사업장에서 190억 원의 손해배상이 청구됐다. 이후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2003년 10월까지 51개 사업장에 575억 원에 달하는 손해배상이 걸렸다. 올해 상반기까지 집계된 손해배상청구액은 1,876억 6,415만 원. 어느새 2000억 원에 성큼 다가섰다. 손배가압류로 인한 자살과 생활고가 늘고 있지만 입법을 통한 제도 개선은 요원하다.

여기가 자살, 강력범죄의 나라입니까

12년 째 자살률만큼은 OECD회원국 중 1위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통계에 반영된 자살은 일부일 뿐. 비공식적으로 자살을 하고, 자살시도를 했고, 자살을 고민하는 사람까지 합치면 전체 인구의 5%에 이른다. 10대 사망의 원인 중 자살이 1위라는 사실은 대표적 헬조선의 지표다. 에밀 뒤르켐의 말처럼, 이들의 죽음은 사회적 타살을 당하고 있다. 우리 사회 곳곳의 적폐들이 이들을 극단적 자살로 내몰아 왔다.

강력범죄도 잦아졌다. 형법 범죄는 외환위기 전까지 고만고만한 수준을 유지하다 1998년 증가 폭이 커졌고, 2000년대 초반 급격히 상승했다. 물론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등이 형법범죄에 포함된 측면도 있지만, 그 이후에도 형법 범죄율은 조금씩 늘고 있고, 성폭력과 폭행, 절도 같은 주요 범죄들도 증가했다. 특별법범죄가 형법범죄에 포함된 뒤부터 2015년까지, 성폭력은 약 3배, 절도는 약 1.4배 증가했다. 폭행은 2.4배 가까이 늘었다. 범죄 위협과 자살 위험에 빠진 국민들은 필연적으로 불안하다. 통계자료집 ‘2016 세계 속의 대한민국’에 따르면 한국의 ‘삶의 질 지수’는 10점 만점에 4.95점으로 전체 조사대상 61개국 중 47위에 머물렀다. 특히 다른 나라와 비교해 사회, 노동, 삶의 질과 관련된 지표들이 크게 떨어졌다. 높은 노동 강도에도 보상은 충분치 못하고, 열악한 일자리들마저 불안정한 일자리라는 지표들은 낮은 삶의 질로 귀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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