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성’보다 ‘퀄리티’? 은수미 시장표 ‘성남의료원’ 논란

[워커스 이슈①]주민 염원이던 ‘공공병원’...영리화에 비리까지 휩싸여

“두 마리 토끼(공공성과 고급화)를 다 잡을 수는 없다”
“나는 대학병원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다”
“성남 시민들은 저소득층이 오는 시립의료원이 아닌 좋은 의료원을 원한다”

은수미 성남시장, 2018년 11월 8일 팟캐스트 <새가 날아든다>에서

“성남의료원을 서울지방의료원 같은 지방의료원으로 만들어야 하느냐”
“성남의료원이 이 정도 퀄리티라면 시민들이 오겠느냐”
“성남의료원 (예상) 적자를 보고 받았다. 수익과 경영 문제를 얘기하는 게 틀렸느냐”

은수미 성남시장, 2018년 11월 30일 ‘공공의료성남시민행동’과의 간담회에서


  은수미 성남시장 취임식 [출처: 성남시]

전국 최초의 주민발의로 건립될 성남시의료원이 공공성 훼손 논란에 휘말렸다. 은수미 성남시장이 취임한 이후부터다. 그동안 ‘공공성’을 중심으로 논의되던 운영방안은, 은 시장이 ‘퀄리티’를 주문하기 시작하면서 엇박자가 나기 시작했다. 은 시장은 성남시의료원을 ‘대학병원급’의 퀄리티로 운영해야 한다는 주장을 꺾지 않았다. 시민사회는 은 시장이 성남시의료원의 의료공공성을 훼손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한 때 노동운동에 투신한 ‘활동가’이자, 노동운동진영의 진보적 연구자였던 그는 어쩌다 시민사회에 등을 돌리게 된 걸까. 성남의료원 건립을 둘러싼 은수미 시장의 행보를 짚어봤다.

시장님, 누가 성남시의료원을 만들었는지 아시나요

성남시의료원의 건립 목적은 성남시 수정구·중원구의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해서였다. 지난 2003년 성남병원과 인하병원이 폐원하면서 수정구·중원구에는 2개의 종합병원만 남았다. 반면 분당구에는 상급종합병원인 서울대병원을 포함해 차병원, 제생병원 등 5개 종합병원이 있다. 수정·중원구와 분당구 간의 건강격차는 심각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수정·중원구 주민 17.4%가 건강보험 하위 20%에 속한다. 분당구는 9.7%로 약 두 배 차이가 난다. 또한 수정·중원구는 독거노인 비율이 약 19%(분당구 13.3%), 등록장애인 비율이 약 4.6%(분당구 2.8%)에 이르는 지역이다. 수정·중원구 주민은 분당구보다 입원을 더 많이 하지만, 주변에 병원이 없다보니 관내 병원을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분당구는 66.6%가 관내 병원을 이용하지만, 수정구와 중원구는 각각 22.3%, 16.7%에 불과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주민들은 스스로 시립병원 설립운동에 나서야 했다. 2004년 1월, ‘성남시립병원설립 범시민추진위원회’는 시민 18,525명의 서명을 받아 ‘성남시립병원설치조례안’을 청구했다. 전국 최초의 주민발의였다. 그해 성남시의회 자치행정위원회가 부결 처리를 하면서 긴 싸움이 이어졌다. 끝내 2006년 조례안이 통과됐고, 주민들은 성남시의료원이 취약계층을 위한 공공병원의 역할을 수행하길 기대했다.

‘암센터’와 ‘의료관광’, ‘경영효율화’가 등장한 공공병원

빠르면 올해 개원 예정이었던 성남시의료원은, 현재 거의 올스톱 상태다. 은수미 시장이 성남시의료원 운영방식에 이의를 제기하면서부터다. 발단은 지난해 11월 7일에 열린 ‘성남시의료원 이사회 워크숍’ 자료였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성남시의료원의 사업 계획으로 각종 수익사업이 포함됐다. 의료 관광을 위한 ‘외국인 진료센터’를 개설하고, ‘수익증대 치료센터’를 둔다는 것이었다. ‘암 전문 치료센터’ 설치 계획도 있었다. “타 병원 암센터 틈새를 공략”해 “의료서비스 질을 향상하고, 진료 수입을 증대”하겠다는 것이었다.

성남시의료원의 ‘경영적자에 대한 경영효율화 방안’에서도 여러 문제가 드러났다. 의료원은 이사회 문건에서 ‘재원일수 단축으로 병상회전률 및 가동률 최대화’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재원일수를 단축하면 환자 상태와 관계없이 의료원이 조기 퇴원을 유도할 수 있게 된다. ‘질 높은 건강검진센터’를 운영해 질병을 조기 발견한다는 계획은, 자칫 과잉진료로 이어질 수 있는 문제다. 아울러 의료원은 ‘수익성 높은 장례식장 효율성 운영’, ‘환자 편의시설 등 부대사업 시행’ 등의 수익사업도 대거 포함했다.

시는 성남시의료원의 운영모델도 서울의료원에서 일산병원으로 변경했다. 서울의료원은 대표적인 적자 병원이므로, 재정건전성이 높은 일산병원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공공의료성남시민행동(이하 시민행동)에 따르면 성남시의료원은 입원수익을 1일 53만 원에서 58만 원으로, 외래수입을 75,000원에서 94,000원으로 대폭 상향했다. 운영 모델 변경에 따라 개원 5년 후엔 연간 82억 원의 흑자를 예측했다.

시민행동은 이 같은 계획이 ‘취약 계층을 위한 공공병원’이라는 설립 취지에 어긋난다고 반발했다. 성남시의료원을 이용할 수정·중원구에는 빈민, 독거노인, 장애인 등 취약계층 비중이 높은데 이들의 부담이 가중된다는 것이다. 비교적 소득수준이 낮은 수정·중원구 주민이 이용할 성남시의료원을 중산층 가구가 많은 일산병원과 비교해선 안 된다고도 주장했다. 시민행동은 청와대 국민청원, 성남시청 앞 1인 시위, 기자회견을 통해 성남시의료원의 수익사업과 공공성 축소 문제를 폭로했다.

  성남시의료원 건설현장 [출처: 김한주 기자]

“지방의료원 수준이면 사람들이 오겠느냐”

문제가 불거지자, 지난해 11월 30일 은 시장은 시민행동 측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도 은 시장은 성남시의료원이 ‘수준 낮은 지방의료원’이어서는 안 된다며, 경쟁에 따른 고급화를 강조했다. 은 시장은 “성남시의료원이 서울의료원 수준에 맞춰질 것이라고 상상도 못 했다. 서울의료원은 솔직히 수준이 낮다. 서울의료원, 인천의료원 같은 지방의료원 홈페이지를 들어가 보라. 분당차병원 홈페이지보다 못하다. 수정·중원구 주변에 서울아산병원, 서울대병원이 있는데 이 정도(성남시의료원) 수준으로 사람들이 올 것이라 생각하느냐”며 몰아붙였다. 시민행동 측은 “지방의료원은 시골에 있는 병원이 아닌 지방정부가 운영하는 공공병원이다. 수정·중원구에 ‘메이저 병원’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성남시의료원은 지역거점 2차병원으로 공공의료 기능을 해야 한다”고 반박했으나 은 시장은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성남시 공공의료정책과 관계자도 지난해 8월 시의회에서 “국민들은 ‘공공의료원’을 시골의 의료 질이 떨어지는, 우중충하고 중요 질병에 대해서는 가고 싶지 않은 병원으로 인식”한다며 “우리는 종합병원에 버금가는, 또 관내에 있는 차병원 같은 민간병원과 경쟁할 수 있는 병원으로 만들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공병원에 대한 편견을 바탕으로, 상급종합병원 및 민간병원과의 경쟁을 강조한 발언이었다.

박석운 성남시의료원 이사(녹색병원 상임이사)는 《워커스》와의 통화에서 “은수미 시장 취임 이후 시가 성남시의료원에 대한 컨셉을 바꾸라고 지시한 것 같다”며 “대학병원, 대형 민간병원과 경쟁하겠다는 현재 계획은 옳지도 않고, 사이즈도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공공의료는 고난도, 고가진료를 하는 것이 아니다. 성남시 주민들에게 빈번하게 나타나는 질환을 책임 있게 치료하는 데 목적이 있다. 지금 계획은 공공의료는 팽개치고, 고난도, 비급여 진료에 의존하겠다는 것이다. 성남시의료원은 소득수준이 중하층에 속한 주민에 맞게 운영돼야 한다”고 밝혔다.

‘비리 의료원?’…외유성 출장, 이익 도모, 수의계약 알선까지

성남시의료원은 공공성 논란 외에도, 갖가지 비리 의혹에 휩싸여 있다. 성남시는 2017년 성남시의료원 특정감사에서 △부적절한 외유성 공무국외여행 추진 △의료장비 계약절차 보고 체계 부적정 △의료장비 구매계약 위탁업무 관리감독 △의료인력 구성을 위한 업무처리 소홀 △직무관련자로부터 금품 요구 및 수수알선 등 위법 부당행위를 포함해 14가지를 지적했다. 성남시의료원 조승연 초대 원장은 감사 결과를 이유로 지난 10월 자리에서 물러났다. 원장은 현재 공석이다.

감사 자료에 따르면 성남시의료원, 시의회, 성남시 관계자들은 2017년 2월, 5박 6일 일정으로 일본 의료기관을 견학했다. 2017년 3~4월엔 6박 9일 일정으로 미국 클리블랜드와 LA지역을 다녀왔다. 일본 경비는 2000만 원, 미국은 4400만 원이 소요됐다. 특히 미국 클리블랜드에서 견학한 병원은 사립병원이어서 시의회 내에서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반응이 잇따랐다. 심지어 해외출장은 2670만 원 규모의 용역 결과에 따른 것이었는데, 이 용역이 특정 업체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목적이었다는 사실이 감사를 통해 밝혀졌다.

또한 의료원은 91억5000만 원 규모의 의료원정보시스템 구축 용역을 수의계약으로 체결했다. 과업지시서를 용역업체가 작성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MRI 등 의료장비 구매비용으로는 무려 640억 원을 지출했다. 성남시의료원은 2차 종합병원인데, 상급종합병원에서 사용하는 1급 장비를 들여놓은 까닭이다. 이외에도 이러저러한 개발 용역비용으로 수억 원을 지출했다. 선창선 민주당 시의원은 시의회 회의에서 “(성남시의료원은) 용역천국”이라며 “용역의 남발을 막아야 한다. (용역이) 제대로 반영되는 것도 아니고 심히 우려된다”고 밝혔다.

한편 공공성 훼손 논란에 대해 성남시의료원 기획팀 관계자는 “공공의료가 축소된 것은 아니”라며 “수익사업은 단지 이사회에 의견을 물어보려 했던 것일 뿐, 현재로서는 계획이 없다. 성남시의료원은 지방의료원법에 기초해 설립했다. 공공의료를 기본적으로 할 수 있는 인프라가 돼 있다. 시장님과 우리들은 지금 의료 수준에 대한 조건을 찾는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성남시는 올해 예산안에 성남시의료원 운영방향에 대한 3억 원 규모의 연구용역 예산을 책정해 놓은 상태다. 성남시의료원이 애초 취지대로 취약계층을 위한 공공병원으로 자리 잡을지, 고급화와 수익성을 추구하는 차병원의 아류가 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워커스 5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