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차별금지법의 리트머스

[레인보우]


최근 유튜브 ‘마하나임TV선교회’라는 채널에 ‘If 패밀리’라는 시리즈 영상이 올라온다. ‘만약에’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이런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며 이런저런 에피소드를 올리는 식이다. 예를 들어, 세 번째 에피소드 ‘노방전도 편’에는 개그우먼 조혜련 씨가 일행과 함께 공원에 있는 사람들에게 전도한다. 그러자 어디선가 ‘시 인권센터 담당관’이라는 사람이 나타나 차별금지법을 위반했다며 “특정 종교에만 구원이 있다고 하면 다른 종교를 비난한 것이 된다. 그 표현에 정신적 고통을 당한 사람들을 차별한 것이다”라고 말한다. 조혜련 씨가 이에 항의하자 담당관은 “나라에서 하지 말라는 데 자꾸 불편을 주느냐. 왜 상대방의 인권을 침해하느냐“라고 소리친다.

또 다른 에피소드인 ‘가정 편’에서는 표인봉 씨와 조혜련 씨가 집에서 골프 연습을 하고 있는데 방에서 ‘여장을 한 아들’이 나타나 충격을 주는 장면이 나온다. 자신의 성별정체성을 이야기하는 자녀에게 어머니 역할의 조혜련 씨는 “미쳤냐”는 말을 하고, 아버지 역할의 표인봉 씨는 뺨을 때린다. ‘요셉’이라는 이름의 자녀는 2020년 나왔던 성 평등 도서인 ‘아빠 인권 선언’, ‘엄마 인권 선언’ 같은 책을 언급하며 “세상이 바뀌었다”고 호소한다. 뒤이어 영상의 후반부에는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하는 각계 인물들이 나와 “차별금지법이 통과되면 동성애, 성전환과 관련해서 가족 갈등과 세대 갈등이 야기 된다”는 등의 이야기를 한다.

이 짧은 영상들은 실제 차별금지법의 주요 내용과 의도를 심각하게 왜곡하는 소위 ‘가짜뉴스’다. 무엇보다 차별금지법 반대를 주장하는 이들이 선동하는 잘못된 인권 의식과 혐오 선동의 레토릭을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문제가 있다. ‘노방전도 편’의 경우 ‘시 인권센터 담당관’이라는 사람이 차별금지법을 내세워 소위 ‘순수한’ 마음으로 종교 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탄압하는 것처럼 그려진다.

이로써 인권은 단순히 ‘나라에서 하지 말라는 것’이 되어버린다. 차별의 의미를 ‘다른 사람들에게 불편을 주는 행위’ 정도로 협소화하면서 차별금지법을 국가가 강압적으로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법으로 위치시키는 것이다.

‘가정편’의 문제는 더 심각하다. 이 영상은 성 평등 교육과 차별금지법을 연결해 ‘가족’을 침해하는 적대적인 행위로 설정한다. 또한 자신의 정체성을 심각하게 고민하는 자녀에게 언어 폭력과 신체적 폭력을 행사하는 가족들의 모습을 정당화한다. 성 평등 교육과 차별금지법으로 인해 ‘망가진’ 자녀는 단지 ‘화목한 기독교 가정’의 평화를 깨뜨리는 인물로 묘사될 뿐이다. 정작 이 영상에 출연하는 조혜련 씨의 경우 언론에서 여러 차례 성차별과 이혼 가정에 대한 편견 등으로 고통받은 시간을 이야기한 터라 참 역설적인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차별을 전도하는 종교는 정당화될 수 없다

13년 만에 겨우 국회의 문턱을 넘을까 기대했던 차별금지법은 여전히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다. 그나마도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이 발의한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안’은 종교를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고 말았다. 민주당은 차별금지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정작 이들이 그 타협을 위해 만난 이들은 기독교계뿐이었다. 대한불교조계종은 지난 12월 16일 성명을 내고 종교를 예외조항에 추가한 이상민 의원 안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계속해서 차별금지법에 반대해 온 기독교계 또한 성적지향 등이 포함되어 있다는 이유로 여전히 반대하고 있다. 굳이 하나 마나 한 명분상의 타협안일 뿐이다.

무엇보다 이 법안은 현재 한국 사회에서 종교가 단순히 신앙의 영역만이 아니기에 더욱 문제적이다. 한국의 개신교는 해방 이후 정치 권력과 무수한 협력과 영합을 통해 성장해왔고, 이로써 주요 사회복지 기관과 시설뿐 아니라 교육, 의료 등 공공 영역의 재단과 기업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예외 조항에 언급된 “교리, 신조, 신앙에 따른 그 종교의 본질적인 내용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행위”라는 문구를 굳이 좁게 해석하더라도 종교계에서 운영하는 기관들의 차별 행위를 교리에 따른 행위로 정당화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존재한다.

이는 가령, 종교적 신념이나 교리를 이유로 종교기관이 운영하는 시설에서 특정 환자에 대한 치료를 거부하거나 학생, 노동자에게 차별 행위를 할 경우 해당 조항을 근거로 예외의 명분을 주는 것이다. 종교 활동의 일환인 전도 행위도 마찬가지다. 교회는 “예수님 믿으세요”라는 전도는 할 수 있지만, 특정 소수자 집단을 상대로 폭언이나 저주, 조롱의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이른바 ‘전환치료’ 같은 명목으로 종교적 행위를 강요하는 행위 역시 예외가 될 수 없다. 이것은 차별금지법 이전에 사회적 소수자들의 안전과 건강, 심지어 생명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한편 지금까지 종교 기관에서 운영하는 사회복지 시설에서 종교의 이름으로 정당화돼 온 차별과 폭력은 얼마나 심각했던가. 종교는 차별금지법의 예외 영역이 아니라 오히려 차별금지의 내용이 가장 세세하고 면밀히 적용되어야 할 영역이다.

종교, 신앙의 영역이 아닌 구조적 차별의 영역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고용, 재화·용역의 공급이나 이용, 교육기관의 교육 및 직업훈련, 행정·사법절차 및 서비스의 제공·이용의 4개 분야에서의 차별을 적용대상으로 한다.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5인 이상 근로자를 상시 고용하는 종교단체는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인 사업장이므로 당연히 이 법이 적용된다. 따라서 종교단체에서 직원을 채용하면서 신자임을 요구하거나 개종을 권하면 차별로서 제재를 받게 된다.”

이는 지난 7월 31일 기독일보에 서현제 한국교회법학회 회장이 기고한 글의 내용이다. 종교계의 차별금지법 반대가 비단 신앙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는 점은 이미 처음 차별금지법에 대한 반대가 조직되기 시작했던 2007년부터 확인돼 온 바다. 당시 차별금지법에 가장 먼저 반대 입장을 낸 조직은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였고 이후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등 보수 개신교 조직들이 줄기차게 ‘성소수자 반대’를 명분 삼아 반대 선동을 이어왔다.

당시 보수 개신교계가 경총과 함께 반대에 나선 것은 당연히 우연이 아니다. 차별금지법에 대한 반대 이전에는 장애인차별금지법 반대가 있었다. 이는 차별금지법 제정의 문제가 단지 ‘차별받는 개인의 구제’ 차원에 있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차별금지법의 제정은 시민의 영역에서 배제돼 온 이들의 권리를 어떻게 보장해 나갈 것인가의 문제이며, 소수자에 대한 시혜와 복지의 패러다임을 공공의 영역에서 재편하는 일이고, 소위 ‘경제 활동의 효율성’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정당화돼 온 구조적 차별을 근본적으로 바꿔나가는 일이다. 이 중 어느 하나 종교라고 해서 예외가 될 이유가 없다. 차별금지법에서 종교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에 대한 태도는 지금 그 리트머스 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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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경락

    이 짧은 영상들은 실제 차별금지법의 주요 내용과 의도를 심각하게 왜곡하는 소위 ‘가짜뉴스’다. 무엇보다 차별금지법 반대를 주장하는 이들이 선동하는 잘못된 인권 의식과 혐오 선동의 레토릭을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문제가 있다. ‘노방전도 편’의 경우 ‘시 인권센터 담당관’이라는 사람이 차별금지법을 내세워 소위 ‘순수한’ 마음으로 종교 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탄압하는 것처럼 그려진다.

    이로써 인권은 단순히 ‘나라에서 하지 말라는 것’이 되어버린다. 차별의 의미를 ‘다른 사람들에게 불편을 주는 행위’ 정도로 협소화하면서 차별금지법을 국가가 강압적으로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법으로 위치시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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